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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송

말문 터진 물건 55 궁금 아리 14

by 신정애

아리가 고갯길에서 친구들을 기다렸다는 소문이 나서 애들이 아리를 보면 아리랑 -- 하면서 까르르 웃고 놀려대자

선생님께서 그럼 아리랑 노래는 -아리의 노래로 하자. 영어로 아리송!! 어때?

친구들은 부러운 눈으로 아리를 보았어.

오호! 내 노래가 생겼어. 반장이나 된 듯 우쭐해진 아리는

엄마 아빠께 자랑을 해야지.

아리랑을 부르며 집으로 왔어.



엄마, 아빠!! 나 아-- 반갑게 뛰어갔지만

아리야. 왜 이제와!! 왜 이렇게 늦었어!! 정말.

엄마, 그게 -- (말을 꺼내기도 전에 )

어서 가자, 시간 없어. 여보 뭐해요. 빨리가욧!

오늘 새로 생긴 모래 목욕탕 간다고 학교 마치면 바로 빨리 오라고 했잖아!!

늦게 가면 자리 없단 말이야.



아, 맞다. 모래 목욕탕 가는 날이지. 엄마, 깜빡했어.

난 포닥포닥 모래장난 해야지.

야호-- 신난다!! 룰루루 가족탕으로 가자!

난 엉덩이를 푹 묻고 모래 찜질해야지.

가서 날갯죽지 속 털을 씻고 --

호호호 당신. 신나는군요!!



여보, 잠깐- 끼이익!!

이 길이 아닌 것 같아. 길이 비슷비슷해서--

허, 이것 참 아리송 해?

(뭐? 아리송 해? ) 아리랑 - 아리랑 -- 아라리요.

왜 갑자기 노래야? ㅎㅎ기분이 좋은가 보네 .

여보 아리가 노래를 불러주네요. 어서 가자고요.

알겠어, 좀 재촉하지 마.

이쪽? 아니야, 저쪽?

아아 --, 아리야 미안한데 노래 좀 그만할래?

아빠가 헷갈려서 집중이 안 돼.


아빠가 아리송 해 라고 했잖아.

그게 왜? 내가 아리송한 거랑 니가 노래하는 거하고 무슨 상관이야?

여봇! 쯧 -왜 그래 애한테. ㅡ

(자기가 길 모르면서 아리한테 짜증이야!)

아리야, (다정하게) 신나서 빨리 가고 싶은 건 알겠는데

(엄마도 천불이 난다고)

아빠가 지금 열심히 길 찾고 있잖아. 조금만 더 기다리자아 --

아, 그게 아닌데? --



여보, 이쪽으로 가는 게 확실한 것 같아.

왜 이렇게 비슷비슷한 돌멩이들이 많은지.

모래 목욕탕은 돌멩이들 지나 강가에 있으니까 당연하죠!

엄마 아빠 아리도 같이 가요 - 헥헥


자 잠깐, 저기 큰 돌멩이를 돌아서....

으이구 지난주에 갔다 온 길을 기억 못 해?

길 안다고 자기만 믿으라고 큰소리 뻥뻥 치더니만.


이, 정말 짜증 나네 - 핸드폰이 고장이 나서 길 찾기도 못하고- (하루 종일 들여다보고 있으니 고장 날 만도 하지)

아, 내가 왜 이러지? (알기는 아네)

아, 이게 아닌데 - 이 돌멩이, 저 돌멩이 다 아리송해.

그럼 사진이라도 찍어 놓았어야지.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

아리야, 넌 왜 자꾸 아리랑을 불러대고 그래!

좀 그만해!

안 그래도 지금 엄마 발병이 아니라 화병 날 것 같다고!!


아니, 여보 잠깐잠깐 -- 잠시 서봐요.( 뭔가 눈치를 챈 듯한 엄마)

(아리를 곁눈으로 보면서) 여보, 길이 너무 똑같아서 어느 쪽인지 아 리 송 해, 그죠?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하, 딱 알아냈어! 아리 너

아리송이란 말만 하면 아리랑 노래를 하는데 도대체 왜 그래? (엄마까지 이성을 잃어가고 있음)

엄마 아빠 길 못 찾는다고 놀리는 거야? (헐 뒤집어 씌우기까지)



아니야 엄마. 그러니까 그게 아니고-

뻑하면 그게 아니래, 아니긴 뭐가 아니야앍? ( 소리 지르다 삑사리 남 )

내가 이야기하려고 했는데 내 말 안 듣고.

내가 언제? (엄마 특, 기억 못 하는 척 )

아까 학교에서 나와서 만났을 때 빨리 가야 한다고 달리라고만 했잖아.

그래? 그랬나? 그건 그렇다 치고 (자기 잘못은 얼버무리고 넘기기 )

아리랑 노래는 뭐냐고 이야기나 해봐.



학교에서 선생님께서 친구들 앞에서 아리랑은 이제 아리 노래다.

영어로 아리송!! 이러셨단 말이야.

아리랑이 내 노래다, 아리송이 생겼다!! 너무 좋았어.

신나서 뛰어가서 엄마 아빠께 말해 주려고 했는데

야, 빨리빨리, 일찍 오라니까 왜 늦었어! 달려!! 하니까

나 때문에 늦은 거 같아서 미안해서 말이 쑥 들어가 버렸어.



그런데 아빠가 길을 찾다가 아리송 해! 하잖아.

핫! 어떻게 알았지? 선생님이 이야기했나?

아빠 길 찾기에 내 노래가 필요한 거였어?신나서

아리랑 아리랑 -- 노래 불렀지.

내 노래 아리송!! 아리랑!!


아이구 두야, 넌 어떨 땐 기가 막히게 똑똑하다가 어떨 땐 왜 이렇게 답답, 아니다!

아, 학교에서 그런 기쁘고 놀라운 일이 있었구나. (생각 정리 중)



휴우 -( 숨을 고르고) 아리야 --(최대한 차분하게)

영어로는 아리송하면 아리노래라는 뜻 맞아. 송 이 노래니까.

하지만 우리말의 아리송은 그 뜻이 아니야.

아리송이란 말은 이 건지 저 건지 정확하게 잘 모를 때 쓰는 말이야.


뭐?!!! 그럼 아리송이 두 개 있다는 거야?

아아 나 어떡해! 삐꼬닭!! (기절 아님 드러눕기)



과학 시간에 소금이랑 설탕을 구별할 수 있는 사람? 했는데

모두 하얀 가루를 들여다보면서 이게 소금 인가? 난 설탕 같은데?

야, 이거 헷갈리는데? 아리송해! 하는거야.

벌떡 일어나 아리랑 아리랑 -노래를 불렀단 말이야!

애들이 다 웃었어. 선생님도 웃었어.

그래서 나도 막 웃었어.

친구들이 좋아하는 줄 알았어.

창피해서 학교에 어떻게 가 - 애들이 놀릴 거야 -- 삐잉


ㅋㅋㅋㅋ하하하하 (엄마 웃참 실패)

당신이 웃으면 어떡해!! 아린 지금 심각한데 -ㅋㅋㅋ(아빠 웃참 실패)

ㅋㅋㅋ 미안 아리야, 모두 빵 터질만했네! ㅋㅋ


그런데 아리야, 그건 창피한 건 아니야.

아직 어리니까 모르는 말이 훨씬 많은 건 당연한 거야.

엄마아빠도 요즘 말은 모르는 말이 많아서 배워야 해.

자 어서 일어나자. 아리송이란 말 알게 되었지, 또 아리가 모두를 웃게 해 줬잖아.


그런 거야? 그럼, 우리 아리 너무 잘했어.

아리는 자기 노래 생겨서 정말 좋겠다. 축하해!!

난 평생 살아도- 닭장 속에는 암탉이 꼬꼬댁 꼬고고 그것뿐인데-


그런데 궁금 아리에게 정말 잘 어울리는 말 같아. 아리송?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허걱!!

ㅋㅋㅋㅋ 놀랐지? 헤헤헤

아리송이란 말 함부로 하기 금지!!! ㅋㅋㅋ

어, 여보. 아리야, 모래 목욕탕!!

빨리!! 뛰어!!

과연 오늘 내로 도착할 수는 있을지? 아리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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