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손바닭

말문 터진 물건 53 궁금 아리 12

by 신정애

뭐 좀 재미있는 일이 없나?

오늘따라 왜 이렇게 조용하지?

앗, 저건 뭐지?

오호 - 갑자기 신나 지는데?

일단 올라가 보자.

KakaoTalk_20250506_194504402_06.jpg

와, 꽃이네. 내가 좋아하는 꽃 -

속으로 들어가 봐야지.

꽃잎들이 나를 둘러싸주네. 완전 포근포근 행복!!

그런데 이 꽃은 놀이동산 뺑뺑이 의자인가?

저기 높은 언덕은 미끄럼틀인가? 긴 골짜기 같은여긴 뭐지?

뭔가 이상해- 아, 몰라 몰라 모르겠다.

KakaoTalk_20250506_194504402_07.jpg

응? 꽃 가운데 이 구멍은 뭐지?

막대기를 꽂아서 꽃을 돌리는 건가 봐!

역시 난 천재야. 바로 그거였어.

어디 가서 막대기를 구해 와야 하는데--흠 으음 --

응? 엄마 아빠잖아.


(여보, 아리가 어디에 앉아 있는지 봐요.)

(저건 손이잖아요. 웬일로 오늘은 안전한 곳에 앉아있네요 )

KakaoTalk_20250506_194504402_24.jpg

(맨날 우리가 쩔쩔매며 아리야 아리야 불러대고 어쩔 줄 몰라하니

애가 더 아무 데나 막 가는 것 같아요.

못 본 척, 먹이를 찾는 척해봅시다. 쉿!)


뭐야, 엄마 아빠가 날 보고도 모른 척하잖아.

아이구 아리야 내려와! 이래야 하는데 왜 벌레만 찾고 있지? 흥

그래, 그렇다면 나도 방법이 있지.

안 볼 때 얼른 내려가 숨어 버려야지. ㅎㅎㅎ

KakaoTalk_20250506_194504402_12.jpg

(여보, 아리가 내려왔나 봐요ㅎㅎ)

( 무관심 작전이 성공!! 아싸! )

여보, 그런데 --- 내려오긴 했는데 없는데요?

그새 또 아리가 어디로 사라져 버렸다고요-

엥? 무슨 일이야? 빨리빨리!! 당신은 이쪽 나는 이쪽!!

(아이고 또 뛰어야해?)

아리야!!


헉!! 여보 -- 저기

엄마 아빠가 나 안 보여서 못 찾을까 봐 일부러 높은 데로 왔어!

아리야, 위험해! 내려와!!-깨꼬닭!!

KakaoTalk_20250506_194504402_10.jpg

엄마 아빠가 모른척하니까 놀려주려고 일부러 그랬지롱!

그런 장난하는 거 아니야!!

엄마 아빠가 먼저 모른 척하는 장난 했잖아.

으유 말이나 못 하면 - 그래 미안하다. 어서 내려와.


엄마 아빠 여기 가운데 꽃 안으로 들어와 보세요.

엄마가 동생들 알을 품는 자리 같이 포근해요.

꽃 가운데 구멍이 있는데 엄마가 오래 앉아 있어야 하니까

오줌을 싸면 돼요.

ㅎㅎㅎ 뭔 헛소리야- ㅋㅋ좀 웃기지 마 -

KakaoTalk_20250506_194504402_14.jpg

오 여기가 정말 아늑하네요.

우리 가족이 들어와 앉으니 딱 맞는데- 호

아니면 여기 구멍에 막대기를 꽂아서 돌리는 뺑뺑이 놀이기구 에요.

아리야 니가 뭘 모르고 그러는데 이건 손이야.

손안에 꽃이 있는 거야. 꽃이 빙글빙글 돌아가거나 하지는 않을 거 같아.

여보, 이 손 어디서 본 듯 하지 않아요?

KakaoTalk_20250506_194504402_15.jpg

(아, 손이구나. 손이 왜 꽃을 내밀면서 뭘 달라고 하는것 같지?)

갑자기 아리는 슬쩍 꽃에서 내려와 어디론가 가네요.


잘 생각해 봐요 - 아 어디서 봤지?

아, 알았다 여보!! 손오공 만화 영화에 나왔어.

부처님 손바닥!!

그럼 우리가 부처님 손바닥에 들어가 좋아하고 있었던 거야?

아이고 부처님 죄송합니다. 용서하세요. 우리가 무식해서 -

KakaoTalk_20250506_194504402_25.jpg

그런데 여보 아리는요?

(여기저기 휙휙 ) 저, 저기 가고 있네요.

아리야, 어딜 가?

왜 말도 없이 가버리냐고 - 휴- 내 아이지만 정말 힘들어요.

또 무슨 사고를 치려고 저러죠. 빨리 따라가 봅시다.

야, 병아리!! 엄마 아빠도 같이 가자고!! 캑캑 목 아파!

걸음은 또 왜 이렇게 빨라- 달리기 선수로 키워야 한다니까요!

아니 우리가 달리기 선수 될판이야!!

KakaoTalk_20250506_194504402_27.jpg

어? 아리가 모아 논 꽃이잖아요!

엄마 아빠. 이 꽃을 손바닥에 난 구멍에 꽂아 주려고.

구멍이난 데가 아프니까 치료해 달라고 손을 내밀고 있는 거 같았어.

그때 딱 생각난거야.

꽃을 꽂아주면 금방 나을 거야! 친구도 되고!

그래서 얼른 이리로 달려왔지.

KakaoTalk_20250506_194504402_20.jpg

아리야, 너 알고 있었지? 뭘?

니가 보던 만화 영화 엄청 까불던 손오공이 -- 알고 보니 부처님 손바닥 안이었다는 거-

아, 그럼 저 손이 부처님 손이야?

우와!. 어쩐지 이상하다 했어.

니가 꽃을 드린다고 하니 알고 있는 줄 알았지.

부처님 손은 만화 속에만 있었는데 언제 나왔지?

좀 떨린다. 후우 -- 부처님 손에 꽃을 드리는 거네 --


그런데 이 꽃을 어떻게 옮기지?

KakaoTalk_20250506_194536023_03 (1).jpg

다 같이 힘을 합쳐서 옮기면 될 거야.

줄기가 너무 길어.

힘센 아빠가 꽃을 들고 중간에 엄마, 꽁지는 아리가 물자.

영차 영차 - 헛둘헛둘 - 여보 발을 맞춰서 걸어야 해요.

앞에서 빨리 가버리면 어떡해욧! 헥헥!

아빠 나 달리고, 캑- 있다고 헥헥 삐약 삐약

여보, 천천히- 아리 가랑이 찢어져요.

아, 미안 미안 빨리 꽃을 드리고 싶어서 저절로 -- ㅎㅎ

KakaoTalk_20250506_194536023_07 (1).jpg

요령도 알았으니 각자 부처님께 바칠 꽃 하나씩을 들고 갑시다.

무거워서 될까? 어디 일단 해봐요.

어? 저절로 힘이 나요!

오 신기해!!

노래 부르며 가요-

이걸 물고 노래를 어떻게 불러?

KakaoTalk_20250506_194536023_07.jpg

꽃을 드리네

꽃을 드리네

착한 마음의 꽃을 드리네


꽃을 드리네

꽃을 드리네

예쁜 마음의 꽃을 드리네


어? 노래도 되네? 신기한 일이야,

KakaoTalk_20250506_194504402_05.jpg

엄마 아빠. 부처님 손이 예뻐졌어요.

저절로 합장하고 절을 했어요.


부처님 손바닥인 줄도 모르고 화장실ㅋㅋㅋ

알을 품다가 쉬를 싸라고ㅋㅋㅋㅋ

뺑뺑이 놀이기구라고 했으니 ㅋㅋ ㅎㅎㅎㅎ

야, 우리가 손오공이랑 똑같았네.

꽃을 드릴 생각을 하다니 우리 아리가.

꽃 옮길 때 ㅋㅋ 아리 발바닥 불났지? 아빠 때문에 ㅋㅋ

그런데 부처님 손바닥이라 그런지 정말 아늑했어.


집으로 오는 길 엄마, 아빠, 아리는 웬지 가슴이 벅차서

조잘 조잘 꼬꼭꼬 삐약 삐약 엄청 말을 많이 하고

하하 호호 히히 하하 꼬륵 꼬륵 웃음도 자꾸 나왔답니다.

KakaoTalk_20250506_194504402_02.jpg

그날 밤 부처님의 손바닭 안에서는 자비로운 미소가 꽃으로 온 세상 가득 피어났어요. 손바닭!

keyword
수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