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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 닭

말문 터진 물건51 궁금아리 10

by 신정애

난 비둘기야, 푸른 비둘기

난 아리야, 노랑 아리

난 큰 날개가 있어.

난 작은 날개가 있어. 파닥 파닥

난 하늘을 날 수 있단다

난 포다닭 뛰어 오를 수 있어. 하늘 높이 날아다니진 못해.

하늘 높이 데려가 줄까?

진짜. 난 하늘 높이 높이 날아보고 싶었어.

그럼 내 등에 올라타.

그래도 돼?

그럼! 내 깃털을 꽉 잡아.

오케이 - 요즘 새로 배운 말이야. ㅎ

아, 조금 무섭지만 아리는 용감해!!

준비 됐니? 꽉잡아. 자 날아오른다.

으 으으-- 점점 높이 올라가고 있어.

우와! 쌩생 바람이 너무 시원하다.

구름이 폭신폭신 지나간다.

저기 저 아래 청개구리가 사는 연못이다!

유치원도 장난감 같네 뭐. 하하하 재미있다.

아리야, 아리야!! 일어나.

어서 일어나, 다왔어 아리야!

으응- 여기 하늘이야?

무슨 하늘 같은 소리를 하고 있어.

체험학습!! 왔잖아! 여보, 어서 가요.

늦었어. 빨리와 - 어서--

푸른 비둘기는 꿈이었나?

엄마 손에 끌려 가면서도 아리는 푸른 비둘기 생각이 가득했어요.

체험학습장으로 들어간 아리는 깜짝 놀랐어요.

으응? 야, 비둘기다!

푸른 비둘기! 너 여기 있었구나.

생김새도 비슷하고 색깔도 같고 날개는 더 크네.

이런 멋진 비둘기를 만나려고 꿈을 꾸었나봐.

여보, 아리가 어디 갔나요?

방금 입장권 내고- 다 같이 들어왔잖아요.

가방에서 물병 좀 꺼내는 사이에 안보이네요?

화장실 갔나?


여보 저기, 저기 비행기 위를 봐욧!!

헉!! 그사이에 어떻게 저기로 올라갔지?

안돼, 거긴 올라가는데가 아니야, 아리야 내려와!!

엄마닭과 아빠닭은 깨꼬닭!기절!!

아리야 내려와라.

거긴 올라가는 데가 아니야. 너 거기 올라가 있으면 우린 쫓겨나!!


엄마 아빠 이건 비둘기야.

타면 하늘 높이 올라가 날 수 있어.

뭔 소릴 하는거냐, 그건 비둘기가 아니라 비행기야.

어디서 날 수 있다는 건 알았나봐요.

그러게요. 비행기를 본적이없는데 어떻게 알았죠?

얘 이름이 비행기라고요 ? 오 -?

비행기, 비둘기 - 형제구나.

그러면 그렇지. 너무 닮았다니까.

둘기는 따뜻했는데 털도 폭신 폭신 했는데

행기는 너무 차겁고 미끄럽고 딱딱해.


여보, 어서- 이때에요 아리를 잡아욧!!

뒤에서 확 덮쳐서 잡아요!!

에잇! 화악!

살짝 피하기! 아이고 놓쳤다.

으이구, 저 작은 애 하나 못잡아요?

작으니까 못잡지. 그럼 당신이 잡아보던가-

미끄러워- 발가락에 힘을 안주면 미끄러져!


그런데 여보 둘기와 행기가 뭐에요?

성은 비, 이름은 둘기, 행기!!

비둘기와 비행기가 형제라고 저러고 있어요!!

이야, 기가 막히네. 비둘기, 비행기! 형제 맞네!

당신까지 애처럼 이러면 어떡해욧, 정신 차려욧!

쟤는 왜 이렇게 빠른거야.

아리야 제발 도망 가지말고 거기 서 있으라고.

엄마 아빠가 비행기 날개로 가면 몸통으로 가버리고

머리 쪽으로 가면 꼬리 쪽으로 가버리고

아리는 작은 걸음이 종종종 보통 빨라야지요.

그새 또 날개쪽으로 쪼르르 가버렸네요.

여보, 내가 아리를 몰아갈테니 반대편에서 숨어있다 잡아요.

아리야 거기 서있어. 엄마랑 같이가.

나 잡으려고 그러는거 다 알아. 난 아직 여기 더 있고 싶단 말이야.

지금, 지금. 여보 지금이에요.

날개짓 신호에 아빠가 오른쪽으로 덥치는 순간

왼쪽으로 커브 - 다다다 도망 !!

따라오지마. 난 아직 비행기랑 이야기도 못해봤단 말이야.

비행기랑 무슨 이야길 한다고 그래?

엄마 아빠, 이걸 타면 하늘을 날 수 있다고-- 했지.

여보, 아리가 꽁지 끝에 올라섰어요.

사람들 보기전에 빨리 쟤를 데리고 내려가야 해요.

급하게 달려가던 엄마 닭이 미끄닭!!

여보!! 엄마!!

급하게 엄마는 푸다닥 날개를 펴서 땅에 내려 섰어요.

너 때문에 엄마가 미끄러져 다칠뻔 했어. 그래도 안 내려와?

아빠가 화낼거야!

여보,여보 잠깐만. 우리가 화를 낼게 아니라 찬찬히 설명을 해줘야 할것 같아요.

비행기에서 미끄러지더니 - 정신이 드나봐.

헛소리 좀 그만!


아리야, 이건 비행기라는 건데 니 생각처럼 하늘을 날 수 있는거 맞아.

새들보다 훨씬 높이 구름 위로 날아 먼 나라까지 가는 기계야.

그래서 지금 너처럼 밖에 있으면 아주 위험해.

비둘기는 밖에 탔는데?

그럼 몸 안에 타는 거야? 나도 몸안에 타보고 싶다

내려 오면 몸 안에 타 볼수 있어.

아빠가 업어 주고 싶다니까 어서 업혀서 내려가자.

아빠는 힘 세고 날개도 커잖아요.

비둘기 처럼 나 업고 날아줘!

뭐? 아리야, 우리는 그렇게 높이 오래 날 수가 없어.

우리도 새라면서 왜 못날아요? 힝 실망이야!!

포다닭!! 톡 톡 톡 톡

아리가 아빠등에서 내려와 비행기 꽁지로 올라가 버렸어요.

왜 애를 놓치고 그래요!!

업고 멀리 날아봐라고 하는데 그럼 어떡해욧!!

아리야 안돼! 어서 내려와. 고집부리지 말고 -


엄마 아빠 아리는 새니까 날 수 있어요.

하지마!! 아리야 안돼!!

아리는 눈을 꼭 감고 날개를 펴며 하늘로 날아 올랐어요.

비둘기 등을 타고 하늘을 날았던 기억을 떠올렸어요.

날개를 힘껏 저으며 높이 높이 날았어요.

여보!! 빨리 빨리!! 어서요 !!!

엄마 아빠는 기절하던 실력을 살려서 재빨리

아리가 떨어지는 곳에 맞추어 누웠어요.

날개를 펴고 몸을 부풀려 서로 손을 마주잡고 말했어요.

여보, 몸에 힘 빼요- 아리가 아프지 않게 - 튕겨 나가지 않게 -


아리는 작은 날개를 포닥이며 날았지만

슝-- 아래로 떨어졌어요.

으악 -- 털썩. 깨꼬닭!

죽은 줄 알았던 아리가 눈을 뜨고 깜짝 놀랐죠.

폭신한 엄마 아빠 위에 누워 있었어요.

삐약 삐약 아리가 울었어요.

엄마 아빠는 아리가 무사한걸 알고 눈물이 났어요.


아리야, 그렇게 날고 싶었어?

원래 아주 옛날 우리 조상들은 새처럼 날아다녔단다.

그런데 사람들과 친하게 지내면서

날개가 자꾸 작아져서 멀리 날지 못하게 되었지.

이제 우리는 가까이 잠깐만 날 수 있단다.

실망이지?

그 대신 아리는 땅에서 다른 많은 것을 할 수 있을거야.

엄마가 아리의 손을 꼭 잡아 주었어요.

마침 다른 손님이 없어서 다행이긴 했지만

엄마 아빠는 관리하는 아저씨께 혼나고 죄송하다고 사과를 해야했어요.

아리는 부모님께 정말 죄송했어요.


오늘 아리는 참 많은 것을 깨달은 날이었어요.

비둘기와 비행기 형제를 알게 되었고

자신이 높이 멀리 날 수 없다는것을 깨달았어요.

내 맘대로 하면 엄마아빠가 혼난다는 것도 깨달았어요.

그리고 부모님이 얼마나 자신을 사랑하는지도 깨달았지요.

그날 밤. 아리는 꿈속에서 비둘기를 타고 하늘을 날았어요.

구름 위를 날으는데 갑자기 비둘기가 비행기로 변신해서 아리를 싣고

넓고도 푸른 바다를 위를 날아가는 꿈을 꾸었답니다. 깨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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