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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랑

말문 터진 물건 54 궁금아리13

by 신정애

여보, 아리가 친구들이랑 뭔 숙제를 한다고 나갔는데

아직도 안 오는 게 이상하지 않아요?

애들끼리 만났으니 노느라 시간 가는 줄 모르는거겠지.

그래도 걱정이 되네요.

그럼 산책도 할 겸 같이 한번 나가볼까?

바람도 좋고 해님도 좋고 -- 흠 라라라 라라라

얘들아 아리 못 봤니?

아까 아까 전에 저쪽 고개길로 가는 것 봤어요?

뭐라고? 고갯길?

친구들이 오기로 했다면서 신나서 뛰어가던데요?

여보, 달려욧!! 고갯길은 위험한 곳이야 -

아리 엄마. 그쪽 아니야!! 이쪽이야 이쪽!!

아이구 내가 왜 이러냐!! 마음이 급해서 -


고갯길은 어른도 잘 안 가는 길인데. 헥헥

선생님은 왜 그런 위험한 숙제를 냈을까요?

뭔가 이상하잖아요?

아무 일 없어야 할 텐데 --

어디 다른데로 안갔겠죠 ?

아니, 힘들다면서 무슨 말이 그렇게 많아. 말 좀 그만하고 빨리 가기나 해요!!

걱정이 되니까 그러죠!!

아이고 아리야 - -제발 --

아리야, 아리야!!

아리야,! 어디 있니?

여보, 여보!! 저기 바위 위에 노란 점 - 우리 아리 아닌가요?

어디 어디? 아 맞는 거 같아요. 쓰러져 있는데요!!

아이고 아리야!! 아리 괜찮죠?

응응 잠든것 같아 -

아리야 - 아리야!! 더 큰 소리로 불러봐요!

일어나 아리야!! 꼬끼오!!오오오오옥!! 깨꼬닭!!

엄마? 아아빠? 집이야? 응? 여기 어디야?

아리야-- 정신 차려.

여긴 고갯마루 바위야.

아, 좀 전에 내 친구들 여기 같이 있었는데?

무슨 헛소리야 -여긴 너밖에 없었어. 아리야 너 꿈꿨어? 꿈꾸다 깬 거지?

그런가? (아리둥절)

왜 혼자 이러고 여기 있는거야! 위험한데!!

아, 이제 알겠어.

엄마 아빠. 내 이야기 들어봐.

오늘 학교에서 선생님이 ( 그 때 난 자다가 깼어. 그건 비밀로)

'아리랑 고개를 넘어간다 - 오늘 숙제는 아리랑 연습해 오는 거예요.'

하는데 어쩐지 나를 뚫어지게 보시는것 같았어.

친구들이 '네!!' 하고 나도 덩달아 네 하고 대답했지.

오호, 모든 친구들이 나랑 고개를 넘는 연습을 해야 하는 거야?

그렇다면 친구들보다 내가 먼저 고갯길에 가 있어야지.

신이 나서 간식도 안 먹고 가방만 던져두고 뛰어왔어.

그런데 기다려도 기다려도 아무도 안 오는 거야.

이상하다? 선생님은 분명히 아리랑 연습해 오세요. 하고

아이들은 네!! 하고 대답했는데.

심심해서 혼자 고개를 올라갔다 내려왔다 했어.

이건 너무 쉬운데? -- 이걸 왜 연습을 하라고 하지?

해님이 이렇게 지나가도록 아무도 안 와서

혼자 고개를 오르고 내리고 하다가

혹시 바위에서 보면 친구들이 오는 게 보일까 올라왔지.

얘들아--- 왜 안오니-----!! 소리도 쳐보고

우와 - 고개를 넘어 마을도 구경도 하면서

혼자 놀면서 기다렸지.

바람이 살랑살랑 지나갔어.

바람아 내 친구들은 언제 오니? 물어봐도 대답을 안 했어.

내가 잘 못 알고 있나?

이제 그만 갈까? 조금만 더 기다려 볼까?

열까지 세어도 아무도 안 오면 집에 가야지-

하나, 둘, 셋... 세다가 잠이 들었나 봐.


꿈에서 친구들이랑 손잡고 신나게 고개를 막 넘어가고 있는데

아리야 아리야, 멀리서 나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어.

눈을 떴는데 엄마 아빠가 있어서 깜짝 놀랐어. 집 인줄 알았어.


엄마 아빠. 정말 친구들은 아무도 없었어? (두리번 두리번)


엄마 아빠는 얼른 바위로 올라가 아리를 꼭 안았어요.

아이구 우리 아리 혼자 속상했지? 배 안고파?

삐이잉잉 - 훌쩍 아리는 자기도 모르게 눈물이 났어요.

암만 기다려도 아무도 안 왔단 말이야. 잉잉 훌쩍 -

괜찮아 괜찮아, 우리 아리 이제 엄마 아빠 왔으니 집으로 가자.

조금 기다리다 친구들이 안 오면 바로 집으로 와야지.

여기서 잠이 들면 어떡해.


그런데 선생님도 참 희한하시지 왜 너랑 같이 고개를 넘어라는 숙제를 냈을까?

아리랑 고개를 넘어간다고 선생님이 노래까지 불렀어.

뭐? 노래? 푸흠!! ㅋㅋ 여보!! 갑자기 엄마 눈이 대빵만 해졌어요.

엄마 왜 웃는 거야?

뭐야 아빠도 웃네!! 뭐야!!

ㅎㅎㅎㅋㅋㅋㅋ

혹시 선생님이 아리랑 고개를 넘어간다 - 이런 노래를 부르셨어?

응, 그러니까 아리랑! 나와 같이 하는 거라고.

너 공부시간에 졸았지. 솔직하게 말해!!

응 - 으응 -- 깨 보니 숙제를 내시더라고.

으이구 내가 못살아!! 아무 때나 잠자는 건 아빠랑 똑같다 똑같애.

왜 그런 것까지 닮고 난리야!!

거기서 왜 아빠가 나와---?

됐어요!!

(심호흡 후우 -) 아리야 , 그건 아리 너랑 고개를 넘어간다는 뜻이 아니고

아리랑이라는 노래야, 숙제는 아리랑 노래를 연습해 오라는 거였다고.

뭐?!!!

그러니까 왜 잤어. 공부시간에 - 공부를 해야지 !!

친구들은 지금쯤 집에서 아리랑 고개를 넘어간다 하고 노래 연습하고 있을 거야.

노래가 왜 내 이름이랑 똑같은 거야? 난 어떡해?

어떡하긴 뭘 어떡해.

이제 알았으니까 지금부터 정신바짝 차리고 살면 되는거지.

우리 이왕 여기까지 온 거 아리랑 같이 아리랑 노래 연습 하고 가면 어때요?

그래, 좋은 생각이야!! 이야, 좋아요 엄마.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고개를 넘어간다.

오 - 아빠 노래 잘하네-

몰랐어? ㅎㅎㅎ 내가 노래 좀 하지

내가 저 목소리에 반해서 쯧 - 그랬다는거 아니야!! ㅋㅋㅋㅋ

바위 위에서 마을을 보며 노래 하니 가슴이 탁 트이고 시원해졌어요.

엄마 아빠 내가 방금 생각났는데 ( 또 무슨 생각, 아아 생각 하지마, 생각하지마. )

아리랑 놀이 해요.(그럴줄 알았다.)

바위에서 내려와 넒은데서 아리랑 노래를 부르며 돌다가 차례로

아리랑 뭘 하는 노래 가사로 바꾸어 부르는 거야.

(휴- 다행, 잡기놀이 아니라서) 알았어! 그쯤이야 얼마든지 콜!!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

엄마 :아리랑 숙제를 같이 해요 ( 어휴, 맨날 그놈의 숙제. )

아빠: 아리랑 유튜브 같이 봐요.( 아빠가 되서 잘한다 )

아리 : 아리랑 달기기 시합해요( 너 혼자 달리면 안 될까)


엄마 : 아리랑 맛있는 것 먹으러 가요.(당신 머릿속은 먹는 걸로 가득 차 있지)

아리: 아리랑 숨바꼭질 같이 해요 ( 누굴 고생시키려고)

아빠: 아리랑 티비보고 낮잠 자요 (저러니 애가 학교에서 자지.)


아리랑 노래하며 집으로 가요!

여보, 우리가 애 이름을 너무 잘 지었나 봐요? 아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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