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문 터진 물건 65 궁금아리 24
아리네 식구들도 가을을 즐기려 단풍놀이를 나왔어요.
노란 은행잎이 떨어져 소복소복 쌓여 있네요.
"우와! 단풍이다." 아리는 바로 달려가 단풍잎 위에서 뒹굴었어요.
"이건 폭신한 노랑 담요야." 신이 났어요.
"황금색으로 빛나고 있어요. 너무 황홀해요." 흥분한 엄마도 뛰어들었지요.
"아, 눈이 부시네." 아빠도 질세라 달려와 누웠어요.
"흠흠, 냄새도 좋아요."
딩굴딩굴 데굴데굴 호호호 웃던 아리가 갑자기 으앗!"소리를 질렀어요.
"왜 그래, 아리야! 헉, 여보 아리가 안 보여요."
"아리야, 아리야 -" 엄마 아빠가 소리쳐 불렀어요.
"나 여기 이파리 사이에 빠졌어." 아리의 목소리가 들리기는 하는데 아리는 보이지 않아요.
"여보, 은행잎 색깔이랑 아리색깔이 똑같아서 찾을 수가 없어요."
"아리야 어디 있니?"
"여기 놀고 있어."
걱정하는 엄마 아빠는 생각도 안 하고 단풍잎 속으로 빠진 아리는 이파리들 사이로 다니며 정신없이 놀고 있었지요.
"온통 노란 세상이야. 노란 터널을 통과하면 노랑 지붕들. 그 아래에 가느다란 잎자루도 노란색이야."
"아하 이건 노랑 미끄럼틀이야. 그러니까 노랑 아리가 타는 거지. 아이쿠야 미끄닥!"
넘어져도 아픈 것도 몰랐어요.
엄마 아빠는 겨우 노랑잎 속에서 똑 같이 노란 아리를 찾았지요.
"아리야, 색깔이 너무 똑같아." 엄마는 당황한 표정으로 말했어요.
"여긴 안 되겠다. 널 잃어버리면 찾을 수가 없어. 이제 그만 나가자." 아빠가 단호하게 말했어요.
"너 때문에 단풍을 즐길 수도 없었어." 엄마는 미련이 있나 봐요.
아리가 얼른 그 틈을 놓치지 않고 말했어요.
"엄마 아빠 조금만 더 있다 가면 안돼? 수북한 은행잎들 속에는 안 갈게."
"그럼 은행잎들 밖에서 놀기야." 엄마가 웬일로 얼른 허락하네요.
아빠가 이파리들을 헤쳐가며 길을 만들어 모두 밖으로 나왔어요.
밖으로 나오자 말자 아리가 말했어요.
"지금부터 은행잎 놀이 시작! 먼저 말하면 대장!"
" 제일 긴 이파리 찾아오기!"
"뭐, 뭐야? 갑자기 이렇게 하기가 어딨어. 이건 반칙이야" 엄마는 말을 하면서도 안 지려고 달렸어요.
"여보 빨리 달려요!" 아빠는 성큼성큼 긴 은행 잎을 찾아 달려왔어요.
아리는 아까 놀 때 봐둔 걸 들고 1등으로 왔지요.
"그럼 모두 자기 단풍잎 위에 앉기!" 아빠가 말했어요.
모두 호다닥 앉았어요.
"은행잎 타고 고속도로 달리기 출발!"
"부릉부릉 2단!!"
"윙윙 -- 3단!"" 으악 너무 빨라! "
" 더 힘껏!" 모두 신나게 달리며 하하하 웃음이 쏟아지네요.
갑자기 엄마가 은행 잎 한 장을 던지며
"모두 이 이파리 위에 앉기!" 를 외쳤어요.
서로 달려가 단풍잎 한 장 위에 오로로 모여 앉았어요.
"날개로 간질간질해서 잎 밖으로 내 보내기."
"이게 무슨 게임이야. 너무 하잖아."하하하 호호호
간지러워 서로 떨어졌다가 바깥으로 떨어질까 가까이 붙었다가
간지러워 또 멀리 떨어져 앉았어요.
당장 어디론가 뛰어 나갈 듯 앉아 있는 모습 보고 아빠가 얼른 말했어요.
"각자 단풍 이파리 하나씩 차지하고 앉기."
"으악, 달려!"
후다닭 엄마가 앞질러 갔어요.
아리도 종종종 달려가서 자기에게 딱 맞는 은행잎을 골랐어요
서로 자신에게 예쁜 은행 잎 하나를 찾아서 척 올라앉았어요.
"우리가 은행잎 양탄자를 탄 마법사 가족 같아."
엄마의 말이 끝나자 말자 아리가 외쳤어요.
"이파리 양탄자야 날아라. 못 날면 탈락!!
"오오 난다 난다 난다 --." 아리가 콧김을 불고 주문을 걸었어요.
엄마 아빠도 얼른 아리를 따라 콧김을 불고 주문을 외웠어요,
" 난다 난다 난다 난다 난다아아아 --."
진짜 이파리 양탄자가 날기 시작했어요.
"와우!! 난다!"
바람이 쌩쌩 날개깃을 지날 때 엄마가 외쳤어요.
"은행잎 징검다리 놀이 시작!"
"어? 이건 내가 하려 했던 건데 엄마께 뺏겼어. 힝" 아리가 속상할 시간도 없이
"뛰어!" 엄마가 뛰자 그 뒤를 따라 아리도 폴짝폴짝
아빠도 하나 둘 셋 넷! 은행잎 징검다리를 뛰어 건넜어요.
한참 다리를 건너고 있는데 갑자기 아빠가 후루루 바닥에 은행 잎을 깔더니
"잡기 놀이 시작!" 소리쳤어요.
"술래는 아빠." 아리가 먼저 말해 버렸지요. 하하하
아빠가 너무 잘해서 단풍 이파리들 위를 폴짝, 풀쩍 뛰어 도망 다니느라 숨이 찼어요.
엄마는 좋은 생각이 났나봐요.
갑자기 활짝 웃으며 이렇게 외쳤거든요.
"은행잎으로 꽃 만들기 시작!"
"응? 어떻게 꽃을 만들지?" 아리는 당황 했어요.
엄마 아빠는 부지런히 은행잎을 물고 와 두 송이 노랑꽃을 만들었어요.
보고 있던 아리가 갑자기 은행 잎 두장을 물고 와서 그 꽃 위에 짜잔!
노랑나비를 만들었어요.
아리의 나비를 보고 엄마 아빠는깜짝 놀라 감탄했어요.
"아리가 나비를 만들어줘서 꽃들이 살아났어요."
힘들어 보이는 엄마 아빠를 보고 아리는 재빨리 말했어요.
"은행잎 위에 누워서 잠자기!"
" 정말 지금 딱 맞는 놀이야." 엄마가 아이구구 하며 누웠어요.
"은행잎이 얼마나 폭신하지 볼까?" 아빠도 누웠어요.
"엄마, 단풍잎은 흙들의 이불이 되는 거야?" 엄마 아빠 사이에 누운 아리가 물었어요.
"겨울 되면 땅이 추울 테니까. 맞지 엄마?"
엄마는 아리를 꼭 안아 주었어요.
"너무 열심히 놀았나 봐. 아아, 졸려." 아리네 식구들이 잠이 들었네요.
그때--- 은행 잎 하나가 떨어져 살랑살랑 내려오더니
아리네 식구들을 살포시 덮어줬어요.
엄마도 아빠도 아리도 따뜻한 노랑 은행잎 이불을 덮고
새근새근 더 깊이 잠이 들었어요.
아리는 노랑 잎들이 잔뜩 떨어진 단풍잎 속을
아빠 등에 업혀 가는 행복한 꿈을 꾸었어요.
잎들은 입을 모아 합창을 하며 아리를 환영해 주었어요.
"노랑 잎과 노랑 아리 우린 친구야.
잎 아리 잎 아리 이파리 이파리"
"쌕쌕 음냐 음냐 잎 아 리... 이 파 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