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박살 낸 것들 14
긴 줄에 매끈한 긴 타원 모양의 반짝이는 목걸이는 은으로 된 추 같다. 가는 금속 와이어 줄의 질감이 서로 잘 어울린다. 아랫부분을 당기면 빠지면서 앙증맞은 몽당 볼펜이 되는 반전이 이 목걸이의 포인트다
선생님 이게 뭐예요? 짜잔- 아랫부분을 빼내서 쓰는 것을 보여주면 우와 아이들은 신기해하며 자신들 것인 양 내 목걸이를 자랑스러워했다.
하지만 내가 누구인가 얼마 못 가서 그 목걸이는 자신의 매력인 아래쪽 부분- 볼펜이 없어지고 만다. 짐작하겠지만 나의 부주의로 잃어버린 것이다. 변명도 누구 탓도 할 수 없다.
현장 학습 날 딱 맞는 목걸이였다. 목걸이 볼펜의 역할이 돋보이는 날이기를 기대했지만 내가 아이들과 정신없는 동안 볼펜도 체험학습을 한다고 떠날 줄은 몰랐다. 아이들이 하는 게 너무 재미있어 보였나 보다.
흐억! 알맹이는 없어지고 뚜껑만 남은 목걸이를 발견했을 땐 이미 늦었다. 소용없다는 걸 알면서도 이리저리 찾아본다. 하긴 모양부터가 쏙 빠져서 어디론가 도망 다니게 생겨서 주의가 필요한 거였는데 내가 방심했다.
반쪽을 목걸이로 해도 이상하지는 않은데 뭔가 애매해졌다. 아래로 당겨주는 무게가 부족해서 와이어로 된 줄이 뻐등하게 들린다. 뭘 달까도 생각해 봤지만 좀 그렇다.
체험 학습 가서 길 잃은 반쪽이를 기다리며 남은 반쪽이는 오늘도 공중 그네만 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