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박살 낸 것들 18
유리병 속에 유리병이 있는 것이 재미있다. 왜 이런 조잡한 것을 샀느냐고 식구들은 싫어했다. 요리조리 주둥이가 있고 병 안에 병이 있는, 마법사의 주방에나 있을 것 같은 이 병들에게 끌려 구입했지만,. ‘ 반드시 깨진다'라는 주문이 적혀 있는 듯 얇디얇은 유리병이 왔을 때는 조금 당황스럽긴 했다
병 속의 작은 병을 만져보고 싶었는데 그래서는 아니 지겠지만 동그란 병을 실수로 깼다. 안에 있는 사과 같은 병을 만져 볼 수 있었다. 귀여웠다. 병을 깼는데도 기분이 좋았다. 순간접착제로 깨진 곳을 붙였다. 언뜻 보기에는 금이 간 듯 보인다. 아주 깔끔하게 잘 됐다.
조잡하니 싸구려니 해도 이 유리병들을 보고 있으면 학교 앞 문방구 앞에 서 있는 아이가 된다. 동화책을 펼 때처럼 두근거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