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가, 소중한 사람
오랜만이야, 오빠.
만약 오빠의 글이 날 향한 편지였다면,
나도 아마 마지막이 될지 모르는 편지를 적어 보려고 해.
오빠랑 헤어지고 참 많이, 오랫동안 오빠 생각을 했어.
헤어지고 너무 힘들어서 곧장 취업을 했고, 지금은 강남역 출퇴근길이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직장인이 되었어.
오빠가 그렇게 꿈꿔왔던 가족을 만들어 감사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 것처럼, 나 또한 지금의 내 모습과 삶에 만족하며 살고 있어.
그렇게 새로운 삶을 살아가며 새로운 연인들도 만나고 행복한 시간을 보냈지만, 이따금씩 떠오르는 오빠 생각은 어쩔 수 없이 나를 씁쓸하게 만들었어.
사회생활을 하며 돌이켜 보면 그 시절의 오빠가 나에게 주었던 사랑은 정말 엄청난 것이었던 것 같아.
어떻게 그토록 조건 없이,
정성을 다해 사랑을 줄 수 있었을까.
그 생각을 하니 마음이 먹먹해지고, 그러다 보면 내가 잘해주지 못한 것들에 대해 후회를 하고, 딱 하루라도 좋으니 그때 그 순간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을 수없이 했었어.
만약.. 그때의 내가 조금 더 나이를 먹고 성숙했더라면,
타이밍이 서로 맞았더라면, 우린 조금 다른 결말을 맞이했을까 남몰래 상상해 보기도 하고.
오빠가 첫사랑이라고 뒤늦게 깨달았듯,
나 또한 오빠를 정말 많이 사랑했어.
5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잔향이 깊게 남아 있으니.
항상 위험에 노출되어 있는 오빠를 보며 전전긍긍해할 때마다, ‘오빠가 좋지 못한 일을 겪게 된다면’이라는 물음을 스스로에게 던졌을 때, 나는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오빠 곁을 지킬 거라고 자신했거든.
오빠 덕분에 사랑이라는 것이 뭔지 배웠어.
그리고 사랑에 빠진 내 모습도 알게 되었고.
지금은 시간이 많이 지났지.
나는 오빠를 졸졸 쫓아다니기만 했던 어리바리 스물다섯을 지나, 전보다 성숙해지고 단단해진 서른이 되었어.
아직도 종종 오빠를 떠올리며 그렇게 큰 사랑을 주어서, 아름다운 추억을 잔뜩 안겨줘서 고맙다는 생각을 해.
그리고 그런 기억들에 기대어
힘들고 지칠 때 앞으로 갈 용기를 얻지.
마지막으로,
편지가 정말 내 얘기라면
아직까지도 날 잊지 않고 기억해 줘서 고마워.
나 또한 이 글이 오빠를 불쾌하게 만들었다면,
그냥 누군가가 쓴 편지가 잘못 배달되었다고 생각해 주길 바라.
나도 이기적인 욕심 좀 내보려고 :)
오빠가 항상 행복했으면 좋겠어.
그리고 나도 오빠가 응원해 준 만큼 행복하게 살아갈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