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 ADHD의 루틴 유통기한
성인 ADHD의 인지행동치료 중 하나가 바로 일상 속에 루틴을 만드는 것이다. 예를 들어, '오전루틴: 7시 기상 -> 이불정리 -> 명상 -> 30분간 책 읽기' 이런 식이다.
그렇다면 왜 루틴이 필요한가?
구조와 일관성 제공: ADHD 환자는 종종 시간 관리, 조직화, 계획 설정 등에 어려움을 겪기 때문에 일전한 루틴을 설정함으로써 나의 일과를 더 잘 관리하고 예측할 수 있게 되어, 일상생활에서의 스트레스와 불안을 줄일 수 있다.
집중력 향상: 쉽게 포기하고, 회피해 버리는 ADHD에게 루틴은 특정 활동에 집중하고 완료하는 데 도움을 준다.
자기 효능감 증진: 일상적인 루틴을 성공적으로 관리함으로써, 나의 능력을 더 신뢰하게 되고 자기 효능감이 향상된다.
비생산적인 행동 패턴 깨기: 일상의 루틴을 통해 비생산적이고, 안 좋은 습관을 좀 더 건설적인 활동으로 대체할 수 있다.
결론은 정해진 행동들을 수행하면서 비생산적인 습관(기상하자마자 핸드폰을 하는 습관)을 보다 생산적인 습관으로 바꾸고, 이를 완성함으로써 보다 나은 시간관리를 통해 자신감과 집중력 상승을 얻어 일상생활의 불안까지 감소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 좋다. 사소한 루틴을 만드는 것. 보기엔 가장 쉬운 치료 방법이다. 하지만 침대에서 나오기까지, 누군가와의 약속이 있지 않는 한 하루종일도 걸릴 수 있는 성인 ADHD 환자에게는 결코 쉽지 않다.
성인 ADHD에게 이 루틴의 유통기한은 얼마나 될까?
내가 경험한 바로는 대부분 하루다. 누가 작심삼일을 부정적으로 쓰나?... 삼일도 나 같은 사람에게는 참 길다.
물론 루틴을 더 길게 성공한 적도 있다. 한 반년정도? 아침 루틴을 만들어서 잘 지켜왔다. 근데 왜 유통기한이 하루냐고? 하루아침에 깨지면 상해버리기 때문이다.
일반인이 어쩌다 한번 "아, 오늘은 부득이하게 루틴을 못했네?"랑 전혀 다르다. 나에게 루틴이 깨진다는 건, 정상에 거의 다 달았는데 낭떠러지로 굴러간 것이다 다름이 없다. "하... Xㅂ 어떻게 다시 올라가지?"라는 수준이라는 거다. 지루함을 견디고 견딘 시간이 하루 만에 무너졌고, 다시 산을 오르려니 막막해져 버려서 낭떠러지 밑에 앉아서 정상만 쳐다보고 있는 상태.
이 느낌을 정확히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이 재미없는 걸 '루틴'이라는 명목 하에 해왔는데 '루틴'이 깨진 이상 난 이 재미없는 것을 다시 할 생각이 전혀 들지 않는다는 거다. 더 이상 날 위한 루틴이 아니게 되어버렸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루틴을 다시 시작하자.
다시 해야 할 때가 왔다. 루틴이 별 도움도 안 되었다고 생각한 거와 달리 루틴이 사라지면서 나는 또 뒤죽박죽 얼렁뚱땅 살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루하루를 계획 없이 즉흥적으로 살고 있으니 또다시 본능이 우선시되었다. 해야 하는 것을 먼저 생각하기보다 약속이 있으면 있는 대로 나가 놀고, 먹고 싶은 게 있으면 먹고, 보고 싶은 게 있으면 보고... 이게 정말 ADHD에겐 최악이다. 저게 루틴이고, 습관이 되어버린 거다.
그래서 결론은 다시 루틴을 만들어보려 한다. 과하지 않게, 하지만 확실한 절제 아래...
오전루틴: 7시 기상 -> 이불 정리 -> 따듯한 차 -> 명상 -> 스트레칭 -> 저널 쓰기
데일리루틴: 30분 이상 독서 or영어필사 or글쓰기, 30분 이상 운동(홈트 또는 단순 걷기 건 노상관)
*주 1회, 루틴보고서 브런치에 작성하기
성공적인 루틴 보고서를 위하여...
https://brunch.co.kr/@startup-phobia/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