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불과 30분 거리에 자연휴양림이 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차를 타고 양재나 사당을 지나서 과천을 벗어나면 백운 호수가 보이고, 바로 뒤 편으로 위치한 바라산 중턱에 자연휴양림이 있었다. 솔직히 나는 궁금했다. 도심 속에 있는 자연휴양림이 어떤 모습일까? 가을비가 그친 휴일 오후에 조용히 그곳을 찾았다. 휴양림으로 가는 길에는 근사한 프리미엄 아웃렛과 호숫가의 맛있는 음식점들이 가득했다. 그 쇼핑몰을 지나서 산으로 둘러싸인 조용한 아파트를 지나니 바라산 자연휴양림의 입구가 나타났다.
바라산은 경기도 의왕시와 용인시 경계에 있는 산으로, 산의 골짜기는 동쪽의 성남시와도 맞닿아 있었다. 높이는 해발 427.5m로 그리 높은 산은 아니었다. 바라산이라는 이름은 의왕 사람들이 정월 대보름날에 달을 바라보던 산이라는 뜻에서 유래되었다. 또한 고려말 충신이었던 조견이 청계산에 머물다가 이 산으로 옮겨와 개성을 바라보면서 망국의 신하 됨을 부끄러워하며 고려왕실을 그리며 매일 울다가 숨을 거두었다는 전설도 내려온다. 산은 그리 깊지 않았지만 울창하게 하늘 위로 뻗은 나무들이 제법 근사의 숲 속의 풍경을 자아내고 있었다.
입구를 조금 지나면 숙소들이 보였다. 산림문화휴양관과 백운산동, 청계산동이 있었다. 산림문화휴양관에서는 탐방객들이나 지역 주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목공예체험이 가능해 보였고, 백운동과 청계동 숙소는 여러 가족이 함께 머물 수 있는 연립동들이었다. 백운산동은 2개 층으로 이루져 있었고 청계산동은 단층 숙소로 이루어져 있었다. 모든 1층 숙소에는 근사한 테라스가 가족들이 함께 야외에서 식사를 하거나 커피 한 잔 하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에 충분해 보였다.
숙소 앞에는 계곡쉼터와 계곡물놀이장, 바라산숲길 전망대 등이 이어져 있었다. 바라산 자연휴양림의 계곡은 소박한 공간이었다. 초가을이라서 계곡물이 그리 많지는 않았지만 졸졸 맑은 계곡물은 여전히 흐르고 있었다. 이 계곡에는 맑은 물에서만 사는 물고기와 도롱뇽이 산다고 한다. 그날도 아버지와 아들로 보이는 두 사람이 계곡을 돌면서 뭔가를 찾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혹시 가재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소박하지만 수량이 많은 더운 여름에는 아이들과 물놀이하기에 전혀 부족함이 없어 보였다.
다시 큰길로 올라갔다. 그 길 옆에는 근사한 숙소 3곳이 있었다. 바라산 1,2,3동이었다. 이 휴양림에서 가장 훌륭한 숙소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도심에서 가깝고 여러 가족이 머물기 충분하기에 예약하기 쉽지 않을 듯했다. 숙소 앞에서 작은 정원과 산책로가 있었고 테라스도 넓게 빠져 있어서 도심에서 힐링을 즐기기에 최적의 장소라고 생각이 되었다. 언젠가는 한 번 머물러야겠다는 다짐을 하고 다시 산 위로 향했다.
눈앞에 근사한 나무 데크길이 나왔다. 계곡을 옆에 끼고 오르락내리락하는 재미있는 산책로였다. 아기자기한 숲 속 풍경을 즐기며 걷는 것만으로 기분이 좋았다. 나무와 풀 내음이 가득했다. 간혹 시원한 바람이 지날 때면 상쾌함이 느껴졌다. 일하면서 쌓인 스트레스가 한순간에 사라지는 그런 기분이었다. 산책로 근처에는 제1 야영장이 있었는데, 여기에는 야영데크가 없는 자연 그대로의 캠핑장이었다.
야영장 위쪽에는 아이들이 숲을 즐길 수 있는 유아숲 체험장이 있었다. 평소에는 정기적인 숲체험 프로그램을 비롯해 숲 속음악회, 부모와 함께하는 숲행사, 주말 그룹 및 가족 숲체험 등 다양한 프로그램도 함께 운영된다고 한다. 도심에 사는 아이들에게 특별한 추억을 만들어줄 수 있는 소중한 공간으로 보였다. 내려오는 길에는 큼지막한 민달팽이를 만날 정도로 바라산 자연휴양림은 청정 자연 공간이었다.
휴양림 구경을 마치고 다시 큰길을 따라서 다시 자연휴양림 중심부로 돌아왔다. 이제 내려가는 길, 저 멀리 의왕시의 아파트가 한눈에 들어왔다. 도심에서 즐기는 특별한 숲 속의 체험. 의왕 바라산 자연휴양림의 매력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