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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ynn Oct 02. 2024

나랑 별 보러 가지 않을래? 중미산 자연휴양림

가을. 별을 보기 위해 찾은 바로 그 곳.


찬 바람이 조금씩 불어오면은 밤하늘이 반짝이더라
긴 하루를 보내고 집에 들어가는 길에

네 생각이 문득 나더라

어디야 지금 뭐 해 나랑 별 보러 가지 않을래
너희 집 앞으로 잠깐 나올래
가볍게 겉옷 하나 걸치고서 나오면 돼

너무 멀리 가지 않을게 그렇지만 네 손을 꼭 잡을래
멋진 별자리 이름은 모르지만 나와 같이 가줄래


가수 적재의 '별 보러 가자' 가사 중의 일부다.

가을이 다가오면서 그냥 별이 보고 싶었다. 아무 생각 없이 하늘에 반짝이는 별을 멍하니 바라보고 싶었다. 그 생각뿐이었다. 지도에서 서울에서 가까운 천문대를 찾았다. 서울에서 1시간 거리에 있는 양평 중미산에 천문대가 있었다. 지도를 살펴보니 천문대 바로 앞에 근사한 자연휴양림도 하나 보였다. 주말에는 예약이 쉽지 않아서 금요일 밤 시간으로 천문대를 예약했다. 다행히 자연휴양림도 평일이라서 숲 속의 집에 자리가 있었다.

중미산 천문대 (9월 27일 밤에 찍은 사진)

가을 밤하늘을 즐기기 위해 우리 가족은 9월의 마지막 금요일에 양평으로 향했다. 고요하게 흐르고 있는 남한강가로 이어지는 국도를 따라 양평으로 향했다. 양평을 지나서 다시 휴양림까지는 약 20여분이 걸렸다. 구불구불 산 정상으로 이어지는 지방도를 지나니 오늘 밤에 별관람 예약을 한 중미산 천문대가 눈앞에 나타났다. 기대와는 다르게 그냥 소박하고 조용한 천문대였다. 천문대 입구를 지나서 바로 앞에 중미산 자연휴양림 입구가 보였다. 하지만 이곳은 제2매표소로, 산을 등산하거나 단체 탐방을 하는 사람들이 입장하는 곳이었고, 정문인 1 매표소는 그보다 조금 아래쪽에 있었다.  

양평 앞을 지나는 남한강
중미산 천문대와 중미산 자연휴양림 제2매표소

차를 타고 몇 백 미터를 더 내려오니 중미산 자연휴양림 입구가 보였다. 이곳에서 키를 받고 쓰레기봉투를 구입했다. 잠시 차에서 내려서 휴양림 안내도를 살폈다. 입구 쪽에는 계곡과 야영장이 있었고, 우리가 머물 숲 속의 집은 차를 타고 또 한참을 들어가야 하는 것처럼 보였다. 계곡 구경을 하기 위해서 잠시 야영장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서울에서 가까운 곳이라서 그럴까? 평일이었지만 야영장은 빈 사이트가 없어 보였다. 계곡에서 물놀이를 즐기는 사람들도 몇몇 보였다. 한 여름이면 정말 인기 가득한 야영장이 아닐까 상상해 봤다.

중미산 자연휴양림 제1매표소와 관리 사무소
중미산 자연휴양림의 계곡
제1야영장

다시 차에 올라서 숙소 쪽으로 올라갔다. 가는 길이 무척이나 사랑스러웠다. 푸른 나무들이 만든 터널길처럼 보였다. 선루프를 열고 모든 창을 내렸다. 잠시 후에 어디선가 밀려온 산뜻한 가을바람이 내 얼굴을 스쳐 지나갔다. 나무향과 풀내음 가득한 맑은 공기가 차 안을 채웠다. 웃음이 절로 나왔다. 간혹 나뭇잎 사이를 헤치고 지나온 가을 햇살이 얼굴에 비칠 때면 사랑하는 누군가에게 볼 키스를 받는 황홀한 기분이었다. 숲이 내게 주는 최고의 선물이었다.    

제2야영장과 휴양림의 숲길 도로

근사한 숲길을 조금 더 올라가니 또 하나의 야영장이 있었다. 길에서 조금 떨어져 있었지만 이미 텐트와 자동차로 가득 차 있는 모습이었다. 제2야영장을 지나서 크게 회전하는 길이 나왔고 그 길을 조금 더 오르니 연립동이 있었다. 2층으로 된 건물에는 4개의 숙소가 함께 있었고, 그 안쪽으로 갈참나무와 상수리나무 숙소가 있었다. 길가에는 목공예 체험장도 있었다.

조금 더 오르막길을 오르니 드디어 우리의 숙소가 눈앞에 보이기 시작했다. 트리하우스로 불리는 숲 속의 집들이 있는 곳이었다. 근처에 천문대가 있어서 그런지 숙소의 명칭들이 우리 태양계의 행성들 이름들이었다. 구름 모양으로 생긴 숙소가 수성과 금성, 화성이었고, 동화 속의 원두막처럼 만들어 놓은 곳이 목성, 토성, 천왕성, 해왕성, 명왕성이었다.  

중미산 자연휴양림의 숲 속의 집들

오늘 우리가 머물 곳은 해왕성 숙소. 집 앞에 차를 주차하고 짐을 옮겼다. 아들 녀석은 해왕성이 보고 싶었는데, 우리 숙소가 해왕성이라서 너무 좋다가 엄지를 추켜올렸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숙소는 2층 구조로 되어 있었다. 여느 휴양림의 숲 속의 집과 동일한 수준이었다. 다만 국립 휴양림이다 보니 연식이 조금 되어서 시설이 살짝 낙후된 느낌은 있었으나 관리가 잘 되어서 사용하는데 큰 무리는 없었다. 침구를 보니 6명이 쓰는 방이었지만 우리 가족은 3명이었기에 넉넉하게 침구류를 사용할 수 있었다. 참고로 여름에 에어컨을 쓰기 위해서는 카드를 구매해야 한다고 한다. 다양히 우리가 방문했을 때는 시원한 가을이었기에 카드 구매는 필요가 없었다. 입구 앞에는 근사한 야외 테이블도 있어서 야외에서 오붓하게 식사를 하기에 부족함이 없어 보였다. 조금 아쉬운 것은 테라스가 건너편 숙소방향으로 있어서 의자를 펴고 시간을 보내기가 조금 민망했다는 사실. 그것이 살짝 단점 이긴 했다.

숲 속의 집 '해왕성'
숲 속의 집 '해왕성'

중미산 자연휴양림에서 가장 예쁜 집은 수성, 금성, 화성 집이 아닐까라는 생각이다. 솔직히 내가 다녀온 휴양림의 숲 속의 집 중에서 제일 귀여운 모습이었다. 숲 속의 집들 중간에는 큰 공터가 있어서 아이들과 함께 공 던지기나 배드민턴 등을 치면서 시간을 보낼 수 있어 보였다. 그러는 사이에 서서히 해가 지고 어둠이 다가오고 있었다. 다만 구름이 보여서 걱정이 되긴 했지만, 큰 무리는 없어 보였다. 오후 8시 30분 별탐방 시간에 맞춰서 우리는 다시 중미산 문대향했다.

그날 밤 우리 가족은 멋진 별자리들을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가을밤의 별들이 너무나 사랑스럽고 아름다웠으며 신기했다.

중미산 자연휴양림에서의 하룻밤.

우리 가족들에게 특별한 추억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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