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여 년 전 우연히 방문한 집다리골 자연휴양림. 조용한 깊은 산속에서 별빛을 바라보면서 밤새 이어지는 맑은 계곡물소리를 들으며 보냈던 하룻밤. 그날 밤은 내 삶에서 오래오래 기억이 남는 그런 날이었다. 그 이후 우리 가족은 시간이 날 때마다 자연휴양림을 찾았다. 그만큼 집다리골 자연휴양림은 내가 특별한 의미가 있는 곳이다.
지난 8월 마지막 주말. 우리 가족은 다시 집다리골 자연휴양림을 찾았다. 이번에는 정말 운이 좋았다. 성수기 주말에집다리골 자연휴양림을 예약한다는 것은 정말 쉽지 않은 일이지만, 운이 좋게 누군가가 취소한 방을 바로 예약할 수 있었다. 이 여름이 가기 전에 시원한 집다리골 계곡을 체험할 수 있어서 너무나 행복했다.
서울에서 집다리골 휴양림까지는 2시간 30분 정도가 걸린다. 북한강을 따라서 양평과 가평을 거치거나 춘천을 들려서 가는 방법이 있다. 우리 가족은 양평과 가평 북면을 거쳐서 집다리골로 향했다. 토요일이라서 그런지 경춘국도는 나들이 가는 차들로 가득했다. 토요일 오후 1시가 조금 넘은 시각에 휴양림에 도착할 수 있었다. 모든 숙소가 오후 3시부터 입실이 가능하다고 해서 우선은 계곡에서 아이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입실하기로 했다. 차를 주차하고 아이들과 놀기 좋은 곳을 찾았다. 주차장 근처에 깊이도 적당하고 물살도 빠르지 않은, 물놀이하기 좋은 곳을 발견했다. 투명하게 맑은 물이 우리를 유혹하고 있었다.
그곳에 돗자리를 펴고 아이들은 수영복으로 갈아입혔다. 그리고 바로 계곡으로 돌진. 아이들은 열심히 물총 놀이를 하고 어른들은 물 위에 의자를 펴고 앉아서 맥주 한 캔을 즐겼다. 무릉도원이 따로 없었다. 이런 게 진정한 여름휴가가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역시 여름에는 집다리골 계곡이 최고야!"
감탄사를 자아내는 나를 보며 아내도 환한 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문득 이곳 지명에 대해 궁금증이 생겼다. 인터넷 검색을 해보니 집다리골에는 지명과 관련된 특별한 이야기가 전해진다고 했다. 청춘남녀가 깊은 계곡을 가운데 두고 떨어져 살았는데 청년과 처녀는 매일 만나고 싶어서 새끼를 꼬아 다리를 놓아서 사랑을 이루었다고 한다. 그 후로 사람들이 이 계곡을 짚다리골이라고 불렸고, 이 계곡에서 남녀가 만나면 사랑을 이루어진다는 전설이 전해지고 있다. 과거에는 사랑하는 남녀가 볏짚을 역어 다리를 놓고 서로 만났다고 하여 ‘짚다리골’로 불렸지만 해방 이후에 ‘집다리골’로 불렀고 아직까지 그렇게 이름이 이어지고 있다. 그만큼 평소에도 계곡의 수량이 상당하고 물소리 또한 어마어마하다.
3시쯤 되어서 물놀이를 마치고 숙소로 들어갔다. 우리가 묵을 숙소는 숲 속의 집 '누리장나무' 6인실 방이었다. 숙소는 복층으로 되어 있었고 1층에 4명, 위층에 2명이 머물 수 있도록 침구가 준비되어 있었다. 냉장고와 텔레비전이 구비되어 있었지만 전자레인지가 없는 것이 조금 아쉬웠다. 6명이 머무는 공간이었지만 실질적으로 3~4명 정도가 적당한 규모였다. 이 숙소에서 가장 근사한 것은 테라스와 숙소 옆의 테이블이었다. 테라스는 수풀이 우거져서 시원한 계곡의 바람을 즐기며 햇살을 피하기 위한 최고의 장소였고, 옆 쪽의 테이블은 저녁 시간에 함께 바비큐를 즐기기에 부족함이 없는 공간이었다.
짐 정리를 마치고 집다리골 휴양림 구경을 나섰다. 우리 방이 가장 아래쪽에 위치해 있었기에 휴양림 중심부까지는 약 10분 정도를 걸어올라가야했다. 가파른 오르막길 끝에는 유럽풍의 근사한 휴양관이 있었다. 이곳에는 공동 바비큐장과 매점 등이 있어서 간단한 식료품이나 간식거리들을 구매하고 손쉽게 음식을 준비할 수 있는 공간이었다. 여기에는 규모가 제법 커 보이는 숲 속의 집도 몇 채가 있었다. 2~3 가족이 함께 머물기에 최적의 장소처럼 보였다. 그렇지만 주말이나 성수기에는 예약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보다 어렵지 않을까라는 생각. 언젠가는 꼭 예약에 성공하여 가족들과 함께 와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근처에는 아래쪽 계곡과는 다르게 아이들이 놀기 편하게 물살이 빠르지 않은 아담한 공간이 마련되어 있었다. 마치 자연이 만들어놓은 수영장 같은 분위기였다. 어린아이들이 부담 없이 물놀이를 즐기고 어른들도 시원하게 계곡물에 발을 담글 수 있는 장소였다. 바로 앞에는 2개의 다리가 있었다. 계곡을 가로질러서 캠핑장으로 이어지는 출렁다리였다. 다리 옆에는 옛 탄광 갱구가 남아 있다고 하는데, 사실 나는 이곳을 본 적이 없다. 이번에도 발견을 하지 못했는데, 다음번에 확인해봐야 할 듯하다. 출렁다리 위에서 올라서 저 아래로 펼쳐지는 집다리골 계곡을 바라보고 있자니 갑자기 시원한 바람이 불어왔다. 자연이 만든 시원한 에어컨 바람이었다. 잠시 눈을 감고 그 바람을 즐겼다. 이곳까지 올라오면서 흘린 땀방울이 한순간이 사라지는 느낌이었다. 참고로 집다리골 캠핑장은 성수기인 한 여름에는 자리 구하기가 쉽지 않다. 푸른 초록을 벗 삼아 가족들과 함께 맛있는 음식을 즐기기에 부담이 없는 최고의 캠핑장이 바로 이곳이다.
캠핑장을 지나서 뒤쪽으로 올라가면 촉대봉으로 오르는 등산로가 나온다. 등산객들을 이곳을 춘천의 오지산행이라고 부른다. 많은 사람들이 찾는 산이 아니기에 원시 자연을 그대로 체험할 수 있고, 다양한 동식물들을 접할 수 있다고 한다. 이 등산로에서는 가끔씩 뱀이나 벌 등도 만날 수 있기에 조심해야 한다고 한다. 반대편으로 오르는 집다리골 전망대에 오를 수도 있다. 양쪽 모두 대략 2시간 정도가 걸리는 만만치 않은 산행코스다.
출렁다리를 찍고 다시 우리 숙소가 있는 아래쪽으로 내려왔다. 내려오며 계곡을 지켜보는데 온 계곡이 원시림으로 뒤덮여 볕이라고는 거의 볼 수 없었다. 그만큼 손을 닿지 않는 깨끗한 계곡이었다. 중간중간에 크고 작은 폭포와 깊은 웅덩이들이 이어지고 있었다. 어떤 곳은 깊이가 상당하여 물놀이 금지라는 표지판도 있었다. 보는 것만으로도 시원함이 가득한 집다리골 계곡이었다. 강원도 계곡의 힘을 느껴보고 싶다면 집다리골 자연휴양림을 추천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