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과 호수의 절묘한 만남
'숲과 호수?'
우리나라에서는 잘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었다. 빙하 호수가 잘 발달되어 있는 유럽의 알프스 지역이나 캐나다와 미국의 접경 지역, 그리고 뉴질랜드에서나 쉽게 볼 수 있는 것이 숲이 우거진 근사한 호수였다. 처음 안동호반 자연휴양림이라는 이름을 접했을 때, 도무지 어떤 곳인지 상상이 되지 않았던 휴양림이었다. 너무나 궁금했기에 지난해 우연히 안동을 들리면서 호수가의 자연휴양림을 방문했다. 안동에서 청량산으로 가는 깊숙한 곳에 감춰진 숲, 그 앞으로 안동호의 맑은 물이 채워지면서 낭만 가득한 호수 풍경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곳이 바로 안동호반 자연휴양림이었다. 그 멋진 풍경에 반해서 올해 9월 우리 가족은 다시 안동호반 자연휴양림을 찾게 되었다.
안동호반 자연휴양림은 안동에서 도산서원으로 가는 길목에 자리 잡고 있었다. 안동 시내에서 북쪽으로 약 25분 정도 달리면 안동호 근처에 조용히 자리 잡은 휴양림을 만날 수 있었다. 구불구불 이어지는 차도를 지나서 휴양림 입구에 들어서니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관리자분이 직접 밖에 나와 계셨다. 출구 앞에서 휴양림으로 들어오는 탐방객들에게 직접 하나하나 친절하게 안내해 주는 모습이 꽤나 인상 깊었다.
안내도를 보니 안동호반 자연휴양림은 크게 4개 구역으로 나눠져 있었다. 호반하우스와 산림휴양관, 숲 속의 집, 전통가옥 등 각각의 특성에 맞춰서 구역이 정해져 있었다. 호반하우스는 호수가 내려가 보이는 언덕에 위치한 근사한 고급 펜션 단지로 안동호반 자연휴양림에서 가장 인기가 높은 곳이다. 산림휴양관은 보통의 연립동과 비슷한 숙소이며, 4채의 숲 속의 집이 모여있는 공간은 호수가 바로 앞에 위치한 조용한 힐링 공간이다. 이곳에서 조금 더 들어가면 전통가옥 지구가 있는데 이곳에는 기와집과 초가로 된 특별한 숙소가 있다. 이들 4개 지구가 조화를 이루고 있는 곳이 바로 안동호반 자연휴양림이다.
지난해 여름에는 산림휴양관, 이번 가을에는 운이 좋게도 숲 속의 집을 예약할 수 있었다. 입구에서 직원분에게 간단한 설명을 듣고 키를 건네받았다. 그리고 우리 가족은 오늘의 숙소인 원앙방으로 향했다.
입구를 지나자 가파른 도로가 이어졌다. 입구 쪽이 고도가 높았기에 호수가로 내려가야만 했다. 아슬아슬하게 이어지는 가파른 언덕길을 내려오니 휴양림 안쪽으로 이어지는 좁은 차로가 다시 나타났다. 아담하게 생긴 숲 속 도로였다. 오솔길처럼 생긴 나무 숲 사이 길을 따라서 1km를 더 들어가야만 숲 속의 집을 만날 수 있었다. 혹시라도 앞에서 나오는 차를 만날까 봐 두근 두근하는 마음으로 차를 몰았는데, 다행히도 교차하는 차량은 만나지 않았다. 길을 따라가다가 마지막 갈림길에서 다시 왼쪽 내리막길로 핸들을 틀었다. 드디어 숲 속의 집이 우리 눈앞에 보이기 시작했다. 이곳에는 토끼, 다람쥐, 원앙, 부엉이 총 4개의 숲 속의 집이 있었다. 한 채 한 채 넉넉한 공간을 두고 떨어져 있어서 옆 팀 사람들과는 불편함 없이 보낼 수 있어 보였다. 숙소 바로 옆에는 2대 정도 넉넉히 세울 수 있는 주차장도 있었다.
원앙방 앞에 주차를 하고 짐을 풀었다. 원앙방 숲 속의 집은 2층으로 된 복층 숙소로 보였다. 언제나 그렇듯이 설레는 마음으로 문을 열고 숲 속의 집으로 들어갔다. 아담한 1층 거실이 나타났다. 서너 명이 머물기에 충분한 공간이었다. 거실 안쪽에는 부엌과 화장실이 있었고 그쪽 공간도 상당히 넓어 보였다. 거실에서 계단을 올라가면 2층에 꽤 넓은 방도 있었다. 너무 낡지도 않고, 그렇다고 너무 화려하지도 않은 깔끔하고 부족함 없는 숲 속의 집이었다. 밖으로 나가보니 앞마당 너머에는 안동호를 직접 눈으로 볼 수 있을 정도로 가까이에 있었다. 이곳 숲 속의 집이 휴양림에서 호수와 가장 가까이에 있는 공간임이 틀림없었다. 다만 호수가로 가는 길은 수풀과 경사지로 이어져서 접근하기가 쉽지는 않아 보였다.
짐을 정리하고 나니 휴양림의 다른 공간이 궁금해졌다. 휴양림의 크기가 상당히 넓었기에 걸어서 전체를 둘러보기는 쉽지 않을 듯했다. 그래서 다시 차에 올랐다. 우선 가장 위쪽에 위치한 호반하우스가 궁금해졌다. 숲 속의 집에서 호반하우스까지는 차를 타고 7~8분 정도가 걸렸다. 상당한 거리였다. 다시 입구 쪽으로 나와서 구불구불한 길을 다시 가야만 했다. 다시 고도가 높아지니 저 멀리 확 트인 안동호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잠시 차를 세우고 그 모습을 눈에 담았다. 한국에서 보기 어려운 참으로 이국적인 풍광이었다.
조금 더 달리니 소나무 사이로 멋진 숙소의 풍경이 들어왔다. 호반하우스 지구였다. 안동호가 훤히 내려다보이는 곳에 5개의 호반하우스가 있었다. 워낙 시설과 풍경이 좋아서 자연 휴양림의 5성급 호텔로 불릴 정도로 인기가 높은 곳이었다. 자주 예능 프로그램의 촬영장소로도 활용이 된다고 한다. 계명산, 학가산, 영지산, 청량산, 검무산 등 산속의 고급 별장을 보는 듯한 느낌이었다. 주차 공간을 보니 한 숙소에 2~3집 정도가 함께 머물기 가능한 것으로 보였다. 잠시 테라스 근처에서 호수를 바라보는데 저 멀리 붉은 노을이 너무 아름답게 보였다.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꼭 한 번 머물고 싶은 곳이 아닐 수 없었다.
멋진 노을을 뒤로하고 숲 속의 집이 있는 호수가 쪽으로 내려왔다. 오는 길에 위풍당당한 산림휴양관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호반하우스나 숲 속의 집 예약이 하늘의 별따기만큼 힘들기 때문에 이곳을 예약하여 안동호반을 즐기는 이들도 많이 있었다. 작년 기억으로는 이곳에서도 살포시 안동호수를 볼 수 있었다.
그리고 차를 타고 조금 더 안쪽으로 들어갔다. 도로 가장 끝에는 안동호반휴양림의 색다른 특징인 전통가옥 지구가 있었다. 10인실 2곳과 14인실 1곳으로 구성된 초가집 3동과, 18인실 규모 기와집 1동이 있었다. 주차된 차량이 많은 것으로 보아서 상당히 많은 가족들이 이곳을 찾은 것이 아닐까 라는 생각. 전통가옥 숙소는 여러 가족이 함께 휴가를 즐기기에 안성맞춤으로 보였다. 마지막으로 사진 몇 장을 찍고 다시 숲 속의 집으로 차를 돌렸다. 서서히 해가 지고 있는 모습이었다. 숙소에서 저녁을 준비하는 동안 숲 속의 집에는 어둠이 내려와 버렸다. 그날밤 우리 가족은 가을벌레들의 울음소리를 자장가 삼아서 잠을 청했다. 호수가라서 그런지 정말 아무 소리 들리지 않고 풀벌레 소리만 가득한 밤이었다. 낭만 그 자체였다.
다음날 아침. 고양이 가족 소리에 잠을 깼다. 문을 열고 보니 아주 작은 아기 고양이가 숙소 앞에 와 있었다. 근처에 고양이 식구들도 있었다. 어미 고양이도 작은 어린 고양이 같았다. 서너 명의 아기 고양이들이 그 뒤를 따르고 있었다. 너무나 배가 고픈 듯 우리에게 다가와서 귀여운 애교를 부리고 있었다. 안쓰러운 마음에 기름끼와 소금기를 제거한 생선조각을 하나 건넸다. 허겁지겁 달려와서 배고픈 배를 채우는 고양이 식구들. 조금이라도 배를 채운 듯하여 안심이 되었다. 바로 옆에 물가에서 시원한 물도 건네주고. 이제부터는 벌레나 쥐를 잡아먹으라고 다시 돌려보냈다. 돌아가는 녀석들을 바라보면서 환한 웃음이 절로 나왔다. 이것이 안동호반휴양림에서의 마지막 추억이었다.
오전 10시 30분. 우리 가족은 짐을 챙기고 숲 속의 집을 나섰다. 막상 떠나려고 하니 뭔가 아쉬움이 남는 안동호반자연휴양림. 며칠 동안 넉넉하게 시간을 보내면 더욱 좋을 듯한 곳이었다. 숲과 호수를 동시에 즐길 수 있는 낭만 가득한 그곳. 언젠가 시간이 되면 꼭 한 번 다시 찾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