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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ynn Nov 02. 2022

서울에서 제주도 가는 길

서울에서 완도항, 그리고 제주도로

한 달간의 제주살이가 시작되는 날이다.

나 홀로 아침 일찍 차를 몰고 완도로 향했다.

한달살이를 위해서 가장 필요한 것은 자동차.

장기간 렌트보다는 직접 내 차를 타고 다니기는 것이 편하고, 짐까지 한 번에 옮길 수 있기에 차를 가지고 제주도로 들어가기로 계획했다. 자동차에 우리 가족이 생활한 한 달 동안의 짐을 가득 싣고 제주도에서 가장 가까운 뱃길이 있는 완도로 향했다. 나는 자동차를 배에 싣고 다음 날 새벽에 제주항으로 들어가고, 아내와 아이는 다음 날 오후 김포에서 비행기로 제주도로 오는 일정이었다.

서울에서 완도까지는 450km가 조금 넘었다. 빠르게 달리면 4~5시간이면 충분한 거리였지만, 쉬엄쉬엄 여기저기를 들리며 완도로 향했다. 충청도 광천에 들려서 젓갈 정식으로 점심을 먹고, 25년 전에 들렸던 영암의 월출산 천황사에도 들렸다. 완도 여객터미널에 도착하니 어느덧 해가 저물어 버린 늦은 시각이었다.

완도에서 제주 가는 블루펄

오늘 내가 탈 배는 한일고속페리 블루펄이었다. 완도항의 출항 시각은 새벽 02시 30분. 완도항에 도착해서 시계를 보니, 아직 꽤 많은 시간이 남아있었다. 잠시 차 안에서 잠을 청하기로 했다. 새벽 1시까지 차를 페리 안으로 이동시켜야 하니. 자정까지는 살짝 눈을 붙일 수 있었다. 트렁크에서 침낭을 꺼내 덮고 운전석에서 잠을 청했다. 밤 10시가 넘으니 여객터미널 주차장이 소란스러워졌다. 제주에서 출항한 배가 완도항에 도착한 것이었다. 배에서 차량들이 하나둘씩 줄지어 내리기 시작했다. 조금은 어수선했지만, 운전하느라 피곤했던지 다시 금방 잠이 들어버렸다. 얼마가 지났을까. 시계를 보니 자정이 조금 넘은 시각, 나는 다시 눈을 떴다. 주위에 자동차들이 한두 대씩 늘어나기 시작했고, 잠시 후에 몇 대의 차량이 선적을 위해 줄지어 서길 시작했다. 나도 차량에 시동을 걸고 맨 뒤로 차량을 옮겼다. 관리요원의 지시에 따라서 나의 애마를 블루 펄 선박에 선적했다.  처음 하는 차량 선적이라서 '혹시라도 사고가 나면 어쩌냐' 걱정을 했지만, 배 안의 선적 공간은 초보 운전자라도 주차하기에 충분했다. 대형 트럭들은 1층에 선적하고, 승용차량은 2층으로 이동해서 주차를 했다. 나는 주차된 앞뒤 차량의 거리를 확인하고 배에서 내려서 여객터미널에서 대합실로 들어갔다. 대합실에는 이미 많은 사람들이 자리에 앉아서 배에 오를 시간을 기다리고 있었다.

줄줄이 선적된 차량들의 모습

가족 여행자들도 있었고, 친구 또는 연인과 함께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도 있었다. 화물차 운전자와 업무차 제주로 향하는 직장인들도 눈에 들어왔다. 나는 매표소로 가서 신분증을 보여주고 예약 티켓을 받았다. 그리고  대기실 한 켠의 무료 휴대폰 충전기에 핸드폰을 넣어두고 입장 시간을 기다렸다.

새벽 1시 50분 드디어 입장이 시작되었다.

하나둘씩 줄을 서서 배에 올랐다. 블루 펄의 일반 객실은 5층과 6층, 7층이었는데. 내가 예매한  2등 객실은 5층에 위치하고 있었다. 5층에는 휴게실과 오락실, 식당, 매점 등의 편의시설과 객실이 있었다. 처음 타보는 대형 선박의 2등 객실. 양쪽 마룻바닥에 양쪽으로 7~8명 정도 누울 수 있는 객실이었다. 예전 군대의 내무반이 생각났다. 이불은 없고 작은 베게만 있었지만, 1~2시간 눈 붙이기에는 큰 불편이 없었다. 객실 안에서 등산복을 입은 중년 관광객 한 명이 "완도에서 제주도까지는 2시간 40분이 걸린다. 5시 10분 정도면 제주항에 도착한다"라고 말했다. 시계를 보니 잠시 잠을 청하기엔 충분한 시간이었다. 그리고 객실에서 잠이 들었다. 1시간 정도 잠을 잤을까? 다시 일어나 보니 시계는 4시가 조금 넘은 시각이었다. 여기저기에서 코 고는 소리가 들렸고 다시 쉽게 잠이 들지 않아서, 객실 밖으로 나왔다. 객실 밖에는 10여 명의 사람들이 의자에 앉아서 잠에 취해 있었다. 나는 안마의자가 있는 방으로 들어갔다. 안마의자 하나가 비어서 그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다시 잠이 들었다. 그 사이 배는 5시가 조금 넘어서 제주항에 도착한 듯했다. 갑작스럽게 "차를 가지고 온 사람들은 자기 차에서 대기하라"는 선내 방송이 나왔고, 나는 서둘러 아래층의 차량이 선적된 곳으로 비몽사몽 한 상태에 내려갔다.  네 바퀴가 묶여 있는 나의 차에 올라서 라디오를 켜고 미리 사둔 커피 한 캔을 마셨다.


새벽 5시 45분. 차들이 움직이기 시작했고, 두둥! 5시 50분 제주도 땅을 밟았다. 그리고 아침을 먹기 위해 은희네 해장국 본점으로 달렸다. 6시에 문을 여는 식당이었는데, 6시 5분쯤에도 사람이 가득했다. 제주도의 맛이 그대로 담긴 선지 해장국! 국물이 정말 끝내줬다. 기대 이상이었다.

은희네 해장국 제주 본점

든든하게 해장국으로 배를 채운 후에, 찜질방을 찾아서 휴식을 취한 후에 공항에서 가족을 기다리기로 했다. 제주공항 인근의 용두암 해수랜드로 차를 돌렸다. 그곳에서 사우나도 하고, 찜질방에 편히 누워서 피곤함을 달랬다. 찜질방을 나서는 순간, 눈앞에 푸른 바다가 눈에 들어왔다. 바닷가에 있는 벤치로 향해서 잠시 바다를 보면서 멍하니 시간을 보냈다.

'이게 제주도구나'

잠시 눈을 감고, 제주의 바람을 느껴봤다.

행복했다. 그냥 행복했다.

그날 오후!

아내와 아이가 비행기를 타고 도착했다. 제주 공항에서 아내와 아이를 만나서 한 달 살기 숙소로 향했다.

우리가 잡은 숙소는 제주시 동쪽으로 약 15km 떨어진 조천읍 북촌리! 아이와 함께 오기에 근처에 병원이 있고, 바다를 볼 수 있으며, 우리 가족이 지낼 수 있는 독채 숙소를 찾았다. 가격도 어느 정도 합리적인 곳. 그렇게 며칠을 고민해서 찾았던 숙소. 바다가 보이는 작은 2층짜리 타운하우스를 잡아서 1달을 보낼 예정. 우선 우리는 숙소에 들려서 짐을 풀고, 하나로마트에 들러서 장을 봤다.

한 달 살기 숙소

숙소로 돌아와서 앞으로의 1달을 그려봤다.

그렇게 우리 한달살이의 첫날이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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