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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ynn Nov 03. 2022

제주 북촌리에서의 첫 날과 김녕미로공원

창꼼, 김녕미로공원, 김녕해수욕장, 너븐숭이

가족과 함께 제주도에서 맞이하는 첫날 아침.

따사로운 햇살이 나를 깨웠다.

살짝 창문을 열어보니 저 멀리 파란 제주 바다가 한눈에 들어왔다.

'제주도에 왔긴 왔구나'.

나도 모르게 혼잣말이 나왔다. 가볍게 커피 한 잔을 마시고, 계란 요리와 밑반찬 몇 개를 꺼내 아침 식사를 준비했다. 제주살이 첫날, 아빠가 준비한 특별한 아침 식사. 그리 화려하지는 않았지만 아내와 아이는 맛있게 먹어주었다. 

그리고 10시쯤 천천히 집을 나섰다.


조용한 어촌마을 '제주 북촌리'

숙소에서 5분쯤 걸으니 북촌리 바닷가가 나왔다. 바닷가에 도착하니 '창꼼'이라는 창을 틀어놓은 듯한 암석이 나타났다. 사람들에게 물으니 이곳은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촬영지로 유명한 곳이라고 했다. 인터넷을 검색해보니 드라마에서 정명석 변호사가 신혼여행을 갔다가 전화를 받느라고 사진을 찍어주지 못한 장소였다. 드라마의 유명세 때문인지 아침부터 몇몇 사람들이 이곳을 찾아서 열심히 사진을 찍고 있었다. 우리 가족도 해안가로 들어가서 그 돌을 하나의 액자 삼아서 사진을 찍었다. 드라마에 나올만한 멋진 풍경을 사진 속에 담을 수 있었다. 이곳은 석양이 아름다운 곳으로, 해 질 녘 인근의 다려도의 비경을 담을 수 있는 사진 찍기 좋은 곳으로 알려줘 있었다.

창꼼

그곳을 지나서 근처 해변 바위에는 왜가리와 가마우치, 갈매기 등이 물고기 사냥에 한 창이었다. 아이는 처음 보는 광경이라서 신기한 듯이 그 풍경을 바라보고 있었다. 조금 더 올라가니 북촌리 지나는 올레 19길을 만날 수 있었다. 용천수가 나오는 도아치물과 북촌항 등을 둘러보고 다시 숙소로 향했다.


우리 가족이 함께하는 미로 찾기,
'김녕 미로공원' 미션 도전!

차에 올라서 가장 먼저 찾는 곳은 인근의 김녕 미로공원이었다. 제주 살기를 떠난다고 할 때, 아이가 가장 가고 싶어 했던 곳이었다. 숙소에서 자동차로 10분 거리의 김녕 미로공원. 이곳은 1995년 7월에 개장한 공원으로 제주대학교 교수였던 미국인 더스틴 교수가 퇴직 후에 직접 나무를 가꾸며 만든 공원이라고 했다. 미로공원 입구부터 아들의 얼굴에는 설렘이 가득했다. 빨리 미로 찾기를 하고 싶은 표정이었다.

김녕미로공원

 우리 가족 셋이 함께 미로 찾기 게임과 제주 상징 스탬프 게임을 시작했다. 미로 찾기 게임은 입구에서 출발하여 마지막 도착점으로 가서 종을 치면 끝나는 게임이고, 스탬프 게임은 미로 여기저기에 숨겨진 7가지 제주 상징 스탬프를 찍는 게임이다. 단순한 미로 찾기는 5분 안에 쉽게 끝낼 수 있었다. 하지만 7개의 스탬프 찍기는 그리 쉽지 않았다. 우여곡절 끝에 미로 입구와 출구를 3~4번 왕복한 후에야 겨우 겨우 7개의 스탬프를 모두 찍을 수 있었다. 몇 번 더 돌았으면 미로 안에서 정말 정신이 나갈 정도로 쉽지 않았다. 7개의 스탬프를 모두 찍으니 우리 가족 모두의 얼굴에서 환한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 뮌가 해냈다는  뿌듯함 그 자체였다 . 이곳에서는 미로 게임뿐만 아니라 고양이들에게 먹이주기 체험, 미니 골프와 축구, 농구, 그리고 각종 신나는 놀이터 체험 등이 가득하다. 아이들과 함께라면 시간 가는 줄 모를 정도로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미로공원에서 열심히 걸어서일까?

우럭 조림

배가 출출해졌다. 인근 김녕의 우럭 정식집을 찾았고, 화려한 우럭 요리가 나왔다. 우럭튀김에 매콤 달콤한 소스가 한 곳에 어우러진 음이 나왔는데, 그 맛은 일품이었다.


아이들 모래놀이의 성지, 김녕해수욕장

점심을 먹고, 김녕해수욕장으로 향했다. 이곳에 들어서면 모두의 입에서 감탄사가 터질 정도로 풍경이 너무나 아름답다. 코발트 빛 바다와 새하얀 모래. 김녕해수욕장은 내가 본 가장 아름다운 대한민국의 해수욕장이었다. 해변의 수심도 낮고, 모래의 질도 좋아서 아이들이 와서 모래놀이를 하기에도 이만한 곳이 없었다. 처음에는 바닷가 들어가기를 꺼려하던 아들도 어느 순간 열심히 모래 놀이를 하고 있었다. 아이는 모래 놀이를 하고,아내와 나는 열심히 사진에 찍으며 시간을 보냈다. 숙소 근처에 있으니 시간이 날 때마다 들리면 좋은 추억을 만들 수 있는 장소였다.

김녕 해수욕장

아이와 함께 모래 위에서 이야기를 나누는 순간, 옆에서 낯익은 한 사람이 지나갔다. 1년 전까지 같은 사업부에서 근무했던 회사의 절친한 동료처럼 보였다. 혹시나 하는 생각에 크게 이름을 불렀다.  그는 깜짝 놀라며 내 얼굴을 바라봤다. 역시 그 동료가 맞았다. 서로 너무나 반가운 마음에 인사를 나눴다. 그 친구는 "아내와 함께 제주도에 2박 3일 일정으로 놀러 왔다가 공항 가는 길에 김녕 해수욕장에 들렸다"라고 했다.  제주까지 와서 우연한 장소에서 만나다니 대단한 인연이라며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시간이 많지 않아서 우린 간단히 인사를  끝으로, 서울에서 다시 만나기로 하고 아쉬운 만남을 마무리했다.


4.3의 역사 공부, 너븐숭이 기념관과 애기 무덤

김녕해수욕장의 모래놀이를 마친 후에 마지막으로 제주 4.3 사건의 흔적을 볼 수 있는 너븐숭이로 향했다. 사실 숙소가 있는 북촌리는 제주 4.3의 아픔 상처가 있는 장소였다. 처음에는 몰랐지만, 숙소를 잡고 인근 지역을 공부하다 보니 슬픈 역사가 가득한 공간이었다. 너븐숭이는 제주시 동쪽으로 18km 지점에 위치한 곳으로 1949년 1월 17일 참혹한 사건이 일어난 곳이었다. 그날 새벽 마을 어귀 고갯길에서 무장대의 기습으로 군인 2명이 숨지자, 이에 대한 보복으로 군인들이 북촌리로 들이닥쳐 온 마을 불을 지르고 사람들을 북촌리 초등학교에 모두 집결시켜 경찰이나 군인 가족을 제외한 350여 명의 사람들을 학살했다고 한다. 초등학교 서쪽에 있는 학살 장소가 바로 너븐숭이다.

이곳에는 애기무덤 20기 정도가 있는데 절반 이상이 그때 죽은 이름 모를 아이들의 무덤이라고 한다. 기념관으로 들어가서 그때의 이야기와 자료들을 봤는데, 정말 있을 수 없는 잔혹한 학살이 이념을 명분 하에 이루어졌다. 너무나도 슬프고, 가슴 아픈 역사였다. 아이에게 이 이야기를 해줬지만, 정확히 이해하지 못했다. 하지만 언젠가는 그 이야기를 공감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로 여기저기를 함께 둘러봤다.

북촌리 애기무덤

날의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다시는 그런 일이 생기지 않기를 함께 기도하며 다시 숙소로 향했다.


그렇게 제주에서의 하루가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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