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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ynn Nov 04. 2022

최남단 마라도를 걷다

국토 최남단 마라도, 오설록 티 뮤지엄

중학교 1학년 시절, 절친한 친구가 여름 방학이 끝나는 개학날 등교를 하지 않았다. 선생님께서는 그 친구가 태풍 때문에 마라도에 갇혀서 나오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그때 처음 알게 된 섬이 바로 우리나라 최남단의 섬 '마라도'다. 제주도 여행을 갈 때마다 산방산 아래에서 저 멀리 바라보기만 했던 섬. 항상 방송으로만 만났던 신비의 섬. 그 섬을 찾는 것은 내 삶의 또 하나 버킷 리스트였다. 제주 살기를 준비하면서 꼭 가 보고 싶었던 곳이 마라도였다. 며칠 전부터 마라도의 기온과 바람 예보 등을 확인해가며 가장 좋은 일정을 정해서 정기여객선 예매를 완료했다.


드디어 오늘은 마라도로 떠나는 날이다.

설레는 마음으로 우리 가족은 아침 일찍 운진항으로 향했다.

제주도 남서쪽에 위치한 운진항에서는 마라도까지 매일 8편의 여객선이 운항되었다. 근데 가는 배편에 따라서 오는 배편도 자동으로 정해진다고 했다. 약 2시간 정도 마라도에 머물 수 있었다. 우리가 예약한 10시 30분 배를 타면 13시 00분 배를 타고 무조건 나와야 했다. 시간이 너무 짧다는 생각에 매표를 담당하는 직원에게 물었다.

"다음 배편으로 바꿀 수는 없나요?"

"좌석에 여유가 있다면 가능해요. 확인해볼게요"
라고 직원은 답했다. 다행히 우리는 마라도에서 나오는 13시 50분 배로 변경할 수 있었다.


10시 30분! 운항에서 배를 타고 대한민국 최남단 마라도로 향했다. 다행히 파도도 잔잔했고, 하늘도 맑았다. 근데 아이가 처음 배를 타서 상태가 좋아 보이지 않아 보였다. 속이 좋지 않다고 하니 약간의 뱃멀미 증상이 있어보였다. 살짝 품에 앉고 아이 안정을 시켰다. 사실 파가 조금만 높으면 일부 사람들이 멀미를 한다고 하니 사전에 준비가 필요해 보였다. 배가 떠난지 10여 분이 지나서   왼쪽으로 가파도가 보였고, 20분 정도가 지나니 우리의 목적지 마라도가 눈앞에 나타났다. 마라도는 운진항에서 남쪽으로 11km 떨어져 있었다. 배를 타고 약 30분 정도면 도착할 수 있었다. 선착장 근처의 거대한 해식동굴과 웅장한 검은 절벽이 우리를 맞아주었다.

마라도 해식절벽과 동굴

오전 11시. 꿈에 그리던 마라도에 두 발을 디딜 수 있었다. 섬에 들어서는 순간, 황금색 가을 억새밭과 넓은 들판이 펼쳐졌다. 태평양의 괌이나 호주 남쪽  멜버른 근처에서 볼 수 있었던 이국적인 광경이 그대로 펼쳐졌다. 고개를 돌려제주도 쪽을 바라보니 바다 건너 한라산과 산방산, 가파도까지 한 폭의 그림처럼 그려졌다.

 

마라도 들판과 바다 건너 멀리 보이는 한라산


우리의 마라도 첫 번째 목적지는 짜장면 가게였다. 20여 년 전 이동통신 광고에서 '짜장면 시키신 분!'이라는 카피로 유명했던 마라도. 최근에는 무한도전, 놀면 뭐하니 등에서 이곳에 짜장면을 먹기 위해 찾으면서 대한민국 짜장면 성지로 마라도가 떠오르고 있었다. 이런 이유 때문인지 마라도 대부분의 식당에서는 짜장면을 팔고 있었다. 최근 방송에서 나왔던 그 집을 찾았다. 바람도 잔잔했고, 햇살도 따뜻해서 야외에서 아내와 아들과 함께 고대했던 마라도 짜장면을 싹싹 비벼서 입 안에 넣었다. 톳과 해물이 올려진 해물 짜장면. 그 맛은 특별했다. 옛날 짜장의 맛과 바다의 향이 그대로 느껴졌다. 아이도 맛있다는 표정으로 엄지 손가락을 치켜세웠다. 마라도에 온다면 꼭 짜장면을 먹기를 추천한다. 다만 사람이 많다면 이거 먹느라고 배편을 놓칠 수 있으니 유의해야 한다.

마라도 짜장면

짜장면을 먹고 마라도를 한 바퀴 돌아보았다. 마라도는 동서로 500m, 남북으로 1.3km 크기다. 1~2시간이면  둘러보기 충분한 시간이었다. 마라도 분교부터 천천히 섬을 걸었다. 지나는 길에 마라도 교회와 기원정사, 백년초 자생지 등이 나타났다. 20분 정도 걸으니 국토 최남단 기념비가 나타났다. 이곳에서 신선바위, 장군바위 등이 있어서 사진 찍기 좋은 장소였다. 또한 그 앞에는 1년 후에 배달이 되는 느린 우체통도 있으니, 아이와 함께라면 미리 엽서를 하나 가져가서 우체통을 이용해 보는 것도 좋아 보였다.

마라도 남쪽 바다와 최남단 표지석

아이와 함께 사진 몇 장을 찍고, 마라도 등대로 향했다. 가는 길에 왼쪽으로 자그마한 성당도 보였다. 마라도 등대는 1915년에 설치된 것으로 섬의 가장 높은 곳에 자리 잡고 있었다. 등대 앞에는 세계 각지의 대표 등대들의 조각상이 있었다. 등대 앞을 지나는데 아이들에게 마라도 등대 퍼즐을 기념품으로 나눠주고 있었다. 아들도 그 앞으로 가서 쑥스러운 표정으로 선물을 받아들었다. 기대하지 못했던 득템에 아이는 환한 미소를 지었다.

마라도 등대를 지나서 선착장으로 가는 길은 온통 억새밭이었다. 양 옆으로 가을 억새가 화려하게 펼쳐져 있었다. 푸른 바다와 하늘, 억새가 펼쳐진 풍경은 말 그대로 끝내줬다. 사진 셔터 소리가 멈추지 않을 정도로 열심히 사진을 찍었다.

마라도 일주를 마치고, 우리는13시 50분 다시 운진항으로 향하는 배를 탔다. 30분의 시간 동안 우리 가족은 피곤한 나머지 달콤한 단잠을 청했다.

마라도 등대


운진항에 도착하여 우리가 향한 다음 목적지는 오설록 티 뮤지엄이었다. 제주도는 한라산이 만든 구름대와 안개로 인해 차 재배하기에 좋은 환경이다. 이 때문에 오설록에서는 제주도에서 3개의 차밭을 운영한다고 한다.

티 뮤지엄이 있는 곳은 서광 차밭이 있는 곳으로 예쁜 카페와 정원, 상품 판매점이 모여 있어서 제주를 찾는 많은 관광객들에게 인기가 많은 곳이다. 우선 우리는 한라산 정상이 보이는 차밭에서 사진 몇 장을 찍었다. 미세먼지가 사라진 가을 하늘에 양떼구름이 지나가면서 그린 멋진 풍경을 담았다. 다시 카페로 자리를 옮겨서 녹차 아이스크림과 음료를 마시며 여유를 즐겼다. 과거 제주를 찾을 때는 일정에 쫓겨서 오설록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지 못했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여유 있게 우리 가족 모두가 은은한 녹차향을 즐겼다.


오후 4시 30분. 해가 서서히 노을을 만드는 것을 보면서 우리는 다시 숙소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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