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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ynn Nov 05. 2022

아이 손잡고 용암동굴 대탐험과 비밀의 숲

만장굴, 안돌오름 비밀의 숲, 아라파파 북촌

아침부터 바람이 세차게 불었다. 기온도 어제보다 4~5도 정도 떨어져서 꽤나 쌀쌀한 날씨였다. 아이가 감기가 걸릴 수 있기에 오늘은 바람이 심한 바다나 산보다는 바람을 피할 수 있는 장소를 방문하기로 했다. 그래서 찾은 곳이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용암동굴 만장굴이었다. 아이에게 오늘은 동굴 탐험의 날이라며 구좌읍에 위치한 만장굴로 향했다. 동굴 탐험이 설레었던지 아들도  환한 웃음을 지으며 힘차게 나의 손을 잡고  따라나섰다.


차를 타고 20분 정도를 달려서 만장굴 주차장에 도착했다. 우리 가족은 만장굴의 사전 학습을 위해 입구에 위치한 홍보관을 먼저 들렸다. 그곳에는 만장굴을 비롯한 제주도의 용암동굴에 대한 자세한 내용들이 설명되어 있었다. 만장굴은 약 8천~1만 년 전에 형성된 동굴로, 그 당시 거문오름에서 분출된 용암이 바닷가로 흘러가면서 생성되었다고 했다. 인근의 벵뒤굴, 김녕굴, 용천동굴 등이 같은 시기에 만들어졌고, 그중에서 만장굴이 규모가 제일 큰 용암동굴이었다. 1946년 인근의 초등학교 선생님과 학생들이 숲에서 우연히 이 동굴을 발굴하여 세상에 알려줬고 현재는 이 동굴만 일반인들에게 공개하고 있었다. 이런 내용 홍보관에서 선행 학습하고 우리 가족은 티켓을 끊고 만장굴 입구로 향했다.

만장굴 입구

입구에는 탐방로에 대한 설명 표지판이 있었다. 만장굴의 총길이는 7,416미터로, 입구가 3개가 있다고 했다.

그 입구에 따라서 1구간, 2구간, 3구간으로 나뉘는데 현재는 2구간의 1km 정도만 일반인에게 공개한다고 적혀 있었다. 왕복 40분 정도가 걸리는 길이였다. 혹시나 동굴 바닥이 미끄러워서 아이가 넘어질까 걱정이 되서 한 손을 꼭 잡고 동굴 탐방을 시작했다. 용암동굴은 일반 석회 동굴과 다르게 아기자기한 맛은 없었다. 그냥 인공적인 터널처럼 큰 구멍이 이어지고 있었다. 다만 용암이 막 흘러 굳은 것처럼 벽면과 바닥에 그대로 유선 구조가 남아 있었다. 어둠을 뚫고 5분 정도 걸어 들어가니 용암 종유라는 것이 보였다. 용암의 열의 의해서 천정 표면이 살짝 녹아내린 것으로, 석회동굴의 종유석과 같은 것이었다. 실제 동굴표면이  마치 상어이빨이나 고드름처럼 살짝 상층부에 매달려 있었다. 아이도 신기 듯한 그 모양을 지켜봤다. 약 5~600미터를 걸어 들어가면 용암과 함께 돌이 흘러내리다가 굳어서 만들어진 거북 모양의 용암 표석이 나타났다.

거북이 바위

실제로 보니 납작하게 누은 거북이처럼 보였다. 주위에 몇몇 외국인들이 신기한 듯 지켜보며 사진 촬영을 하고 있었다.  조금 더 걸어가면 부엌의  선반처럼 탁자 모양으로 만들어진 용암 선반과 발가락 모양의 용암 발가락도 볼 수 있었다.

탐방로 마지막에는 상층 굴에서 하층부로 용암이 떨어지면서 만들어진 용암석주도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이 용암 석주는 높이가 7.6m로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였다. 보라색과 파란색 조명으로 아름답게 옷을 갈아입고 있는 용암 석주를 배경으로 사진 몇 장을 찍고 다시 탐방로를 돌아서 나왔다.

만장굴 탐방을 마친 후에, 인근의 안돌오름의 비밀의 숲을 찾았다.

어두운 동굴에서 벗어나 사진 찍기 좋은 산책길을 찾고 싶어서였다. 이곳은 사유지라서 입장료를 받고 있었다. 성인 3천 원, 아이는 1천 원. 풍경은 좋았지만 조금 비싼 감이 없지 않았다. 살림욕을 하기 위해 입장료를 내고 비밀의 숲으로 들어갔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삼나무 숲에서 사진을 찍고 있었고, 바람이 불면서 더 멋진 풍경이 연출되었다.

이정표를 따라서 나무숲과 목초지 돌담길 등을 걸어 나오면 대략 30분 정도가 소요되었다. 연인과 함께, 혹은 자신의 인생 사진 한 장 정도 남기고 싶다면 충분히 찾을만한 가치가 있는 장소였다.


바람이 다시 거세지면서 다시 차에 올랐다.

이렇게 바람이 심한 날에는 그냥 바닷가의 풍경이 좋은 카페에 앉아서 차 한 잔 마시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으로 숙소 인근의 근사한 카페를 찾았다. 숙소에서 걸어서 5분 거리에 아라파라 북촌이라는 베이커리 카페를 택했다.

아라파라 북촌 카페

그곳을 찾아서 조용히 차와 빵을 먹으면서 바다를 보고 휴식을 취하면서 오늘 하루를 마무리했다.

바람 부는 제주도의 4일차는 이렇게 흘러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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