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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ynn Nov 06. 2022

사려니 숲길에서 가을을 만나다

붉은오름, 물찻오름, 사려니숲길 안내소까지

오늘은 아내와 7살 아들과 함께 사려니 숲길을 찾았다.

제주에 올 때마다 사려니숲을 들렸지만, 항상 일정에 쫓겨서 사려니 숲길 전체를 둘러보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쉬웠다. 그래서 이번 제주살이를 하면서 꼭 해보고 싶었던 것이 사려니숲 완주였다.

원래 사려니 숲길은 제주시 봉개동 절물오름 남쪽 비자림로에서 물찻오름을 지나 서귀포시 사려니오름까지 북쪽에서 남쪽으로 길게 이어지는 약 15km의 숲길이다. 하지만 중간에 있는 월든 삼거리에서 사려니오름까지는 현재 일반인들의 탐방을 통제하고 있어서, 지금은 동쪽 방향인 붉은오름 사려니 숲길 입구(서귀포시 남조로 사려니숲길)로 이어지는 10km 구간이 일반인들이 걸을 수 있는 사려니 숲길이다. 이 아름다운 길을 가족과 함께 꼭 한 번 걸어보고 싶었다.  

사려니 숲

우리의 계획은 남조로 사려니숲길 주차장에 차량을 주차하고 사려니 숲길 10km를 걸어서 반대편 입구에서 232번 버스를 타고 다시 주차장으로 오는 것이었다.

오전 10시 10분부터 본격적인 산행을 시작했다. 토요일이라서 그런지 사려니숲길 주차장은 차량으로 가득 차 있었다. 주차장 끝부분에 주차를 하고 숲길 입구로 향했다. 붉은오름 방향의 사려니 숲 입구에는 잘 조성된 삼나무 숲이 있어서 항상 관광객들이 몰리는 곳이다. 오늘도 관광객들이 가득했다. 하지만 우리 가족은 이미 몇 차례 이곳을 둘러보았기에  사진 촬영도 생략해가며 완주를 목표로 열심히 앞을 향해 달렸다.

사려니 숲  입구

구불구불 미로 숲을 지나고 1km 정도까지는 관광객들의 행렬이 줄줄이 이어졌다. 여행을 온 사람들을 뚫고 2km 정도를 걸으니, 산행하는 사람의 숫자가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대여섯 명 정도가 앞서거니 뒷서거니를 하며 숲길을 걷고 있었다. 아이가 지쳤는지 잠시 쉬어가자며 보채기를 시작했다. 하지만 여기서 오래 쉬면 반대편에서 대중교통 시간 맞추기가 어려웠기에 잠깐의 휴식을 취하고 다시 아이 손을 잡고 열심히 걷기 시작했다.

아기자기한 오솔길을 지나니 윌든 삼거리 이정표가 나왔다. 이곳은 우리가 출발한 곳에서 3.6km 떨어진 곳으로 도착 시각은 11시가 조금 넘어 있었다. 여기에서 남쪽 사려니 오름으로 가는 길은 현재 통제된 상태로 특별한 행사가 있을 때만 열린다고 한다. 간단히 간식을 먹고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월든 삼거리를 지나니 이때부터 가을 풍경이 펼쳐졌다. 낙엽이 수복이 쌓인 숲길에 따사로운 햇살이 비추길 시작했다.알록달록 붉게 물든 나뭇잎들이 햇빛을 받아서 아름답게 펼쳐졌다. 살짝 오르막길이었지만, 풍경에 취해서 힘든 것도 잊을 정도였다. 반대방향인 물찻오름쪽에서  걸어오는 사람들도 자주 만날 수 있었다.

사려니 숲길 가을 풍경

그렇게 몇 분을 걸었을까? 잔잔한 오르막길이 마무리되면서 성판악으로 가는 갈림길이 나왔다. 대략적으로 여기가 전체 숲길의 중간 정도 되는 위치였다. 큰 이정표를 보니 북쪽으로 가면 제주시 사려니숲 입구, 동쪽으로 가면 서귀포 사려니숲 입구라고 적혀 있었다. 바로 앞에 큰 의자가 있어서 준비한 귤을 꺼내 먹었다. 절반 왔다는 안도감이 들었다. 이때부터는 본격적인 내리막길이 이어졌다. 얼마 가지 않아서 물찻오름 입구가 나왔고 여기에서는 화장실을 이용할 수 있었다. 물찻오름은 정상 부근에 물이 고여있다고 하여 이런 이름이 붙여진 듯했다. 하지만 올해 말까지 이곳은 출입이 통제된 상태였다.

성판악 갈림길과 물찻오름 입구

여기서 출구까지는 대략 4.6km가 남아있었다. 시계를 보니 11시 50분! 아이가 잘 도와줘서일까? 생각보다 빨리 산행을 하고 있었다. 인터넷을 확인해 보니 출구에서의 버스 시각은 1시 50분. 시간은 충분해 보였다. 물찻오름 입구를 지나서 우리는 내리막길을 즐겼다. 오는 길에 물이 고인 작은 하천도 만나고, 기상 관측 장비도 보면서 오롯이 사려니 숲길의 참맛을 느낄 수 있었다. 중간중간 소나무와 전나무 숲은 향긋한 숲의 향기도 우리에게 선물해줬다.

사려니 숲길의 가을

그렇게 우리는 오후 1시 20분경에 마지막 목적지인 사려니숲길 안내소에 도착을 했다.

휴식시간을 포함하여 정확히 3시간 10분 만에 10km의 사려니 숲길을 우리 가족 3명이 완주한 것이었다. 아내와 아이에게 모두 수고했다며 서로를 격려했다. 사실 사려니 숲길은 산행이라기보다는 잔잔한 트레킹 정도로 보였다. 버스 도착시각까지 30분 정도가 남았기에 화장실을 다녀오고 남은 시간 간단히 과자를 먹으면서 버스 정류장에서 주차장으로 가는 버스를 기다렸다. 그리고 1시 55분~ 232번 버스를 타고 첫 출발지인 사려니 숲 주차장으로 돌아왔다.


고된 하루였지만, 제주도의 가을을 느낄 수 있는 멋진 하루이기도 했다.

오늘도 이렇게 가족들과 잔잔한 추억을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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