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Wynn Nov 08. 2022

한라산 백록담에 오르다

관음사, 탐라계곡, 삼각봉 대피소, 백록담, 진달래밭 대피소, 성판악

정말 힘든 하루였다.

온 가족이 아침 6시부터 오후 5시 30분까지 한라산을 걸었다.

관음사에서 백록담까지 8.7km, 백록담에서 성판악 9.6km. 총길이 19.3km의 등산로를 걸었다. 해뜨기 전부터 해 질 녘까지 솔직히 온 힘을 다해 한라산 정상을 밟고 내려왔다.

다행히 아무도 다치지 않고 하산을 할 수 있었다.


제주 살이를 준비하면서 첫 번째 미션은 가족이 함께 남한 최고봉인 백록담에 오르는 것이었다.

등산 준비를 위해 지난달부터 등산복을 비롯하여 등산화와 방한복, 그리고 해뜨기 전에 걷기 위한 헤드랜턴과 무릎 보호대, 추운 날씨를 위한 핫 팩까지 작은 것까지 만반의 준비를 하고 제주로 떠났다. 10월 중순에 한라산 탐방 예약을 통해 11월 7일 오전 6시 가족 3명의 탐방 예약을 완료한 상태였다. 출발 전날 김밥 3줄과 생수 6병, 각종 초콜릿과 젤리, 보온병을 준비하여 산행을 준비했다.


새벽 5시 10분! 숙소에서 관음사 탐방소 입구로 출발했다. 도착시각은 5시 50분 정도, 이미 많은 사람들이 탐방 준비를 하고 있었다. 오픈 시각인 6시가 되니 입장을 위한 줄이 길게 이어지고 있었다. 나와 아내, 그리고 아이의 QR 코드를 찍고 등산로 입구를 통과했다. 아직 해가 뜨지 않은 어두운 길을 헤드랜턴으로 비추며 천천히 걸어 나갔다. 7살 아들의 손을 꼭 잡고 어둠을 헤치고 열심히 길을 걸었다. 처음 탐라계곡 다리까지 이어지는 2.9km는 그리 험하지 않은 길이 이어졌다. 탐라계곡에 다다랐을 때 서서히 해가 뜨면서 주위의 풍경이 조금씩 눈에 들어왔다. 1시간쯤 지났을 때, 계곡을 지나는 다리 하나가 나타났고, 다리를 지나서 가파른 계단을 지나니 탐라계곡 화장실 입구에 도착했다. 아이와 함께 잠시 화장실에 들렸다가 7시 20분부터 다시 길을 걸었다. 여기서부터 삼각봉까지 오르는 길은 경사도가 가팔랐다. 묵묵히 걷다가 쉬고, 걷다가 쉬기를 반복했다. 너무 힘이 들어서 사진 찍기도 포기했다. 그렇게 또 2시간 40분을 걸었다. 오전 10시 정도가 되어서 삼각봉 대피소에 도착했다. 이곳에서 간단히 김밥과 귤을 꺼내서 브런치를 먹었다. 구름 한 점 없는 날씨로 주변 풍경은 너무 아름다웠다. 이제 백록담까지는 약 2시간 정도만 더 가면 된다. 20여분 정도 휴식을 취한 후에 다시 걸었다. 이곳 통과시각이 12시가 넘으면 안전상 정상으로 올라갈 수가 없기에 서둘러 발길을 옮겼다.

관음사 출발점과 탐라계곡 목교, 탐라계곡 화장실
관음사 등산 코스, 삼각봉과 삼각봉 대피소

여기에서 15분 정도 걸리는 용진각 다리까지는 난이도 낮은 편안한 등산 코스였다. 오르고 내리기를 반복하며 중간이 풍경을 즐겼다. 2007년 태풍으로 사라진 용진각 대피소 터를 지나면서 등산로는 다시 가팔라졌다. 거친 숨을 내쉬며 계단을 오르고 올랐다. 그렇게 11시 10분 정도에 임시 헬기장이 있는 능선에 오를 수 있었고, 이때부터는 정상 주변의 고목들이 눈에 들어왔다. 고목 군락지를 또 걷고 걸었다. 그렇게 1시간을 더 걸었다. 힘들었다.

용진각 대피소 터와 고목 군락지

12시 20분! 드디어 꿈에 그리던 백록담이 눈에 들어왔다. 백록담 인근에 오르니 이미 많은 사람들이 정상에 가득 앉아있었다. 백여 명의 사람들이 정상 근처에서 사진도 남기고, 점심도 먹고 있었다. 저 멀리 인증사진을 찍기 위해서 많은 사람들이 줄지어 서 있었다. 우린 인증사진 찍는 것을 포기하고 간단히 자리를 잡아서 점심을 먹었다. 거센 바람을 피해 빛이 드는 곳에서 따뜻한 물 한 잔에 귤과 간식거리를 먹었다. 그리고 시계를 확인해 보니 12시 40분.


더 시간을 보내고 싶었지만 빨리 내려가야만 했다. 이곳에서는 동절기 오후 13시 30분에는 무조건 하산을 해야 한다. 우리 가족의 등산 속도를 감안할 때 지금 내려가야만 해가 지기 전에 하산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백록담과 사람들
22년 11월 7일 처음 바라본 백록담

12시 40분부터 성판악 코스로 하산을 시작했다.

내려오는 길에 주변을 둘러보니 이미 우리는 구름 위에 올라와 있었다. 풍경이 너무 좋아서 사진 몇 장을 찍고 하산길을 걸었다. 성판악으로 내려오는 길은 돌길이었다. 이미 발의 힘이 많이 빠진 우리들에게 돌길을 이용한 하산은 쉽지 않은 도전이었다. 가끔씩 나무 데크가 나오긴 했지만 대부분은 험한 돌길이었다. 내려오는 도중에 몇 번이나 넘어지기를 반복했다. 다행히 크게 다치지는 않았다. 잠시 계단이 많은 관음사 코스로 내려가지 않 것을 살짝 후회하기도 했다.

그렇게 1시간 반을 걸어서 진달래밭 대피소에 도착했다. 여기까지 오는 길에 화장실이 없기에 아이를 데리고 정말 열심히 내려왔다. 그리고 다시 걷고 또 걸었다. 사라오름 입구와 속밭 대피소까지 거의 2시간 정도를 또 또 걸었다. 마지막으로 속밭 대피소부터 성판악까지는 4.1km 구간. 약간의 돌길이 있었지만 그래도 데크도 많고 수월한 길이 이어졌다. 아들의 손을 꼭 잡고 걷고 걸었다. 역시 중간중간 최대한 쉬면서 내려왔다.

진달래밭 휴게소와 성판악 하산 코스
하산길과 속밭대피소, 성판악 탐방입구

정확히 오후 5시 22분에 우리는 성판악 입구에 도착했다. 탐방센터 입구에서 들려오는 방송 소리와 자동차 소리가 얼마나 반갑던지. 그렇게 우리 가족은 11시간 30분의 기나긴 한라산 여정을 마치고 무사 귀환을 했다.

그리고 정상에서 찍은 사진을 가지고 3명의 한라산 정상 인증서를 발급받았다. 이제 모든 것이 끝났다.

긴 여정, 사고 없이 끝까지 걸어진 아내와 아들에게 너무 고마웠다. 함께 만세 삼창을 하고 주차장으로 나왔다. 그리고 성판악에서 관음사 입구까지는 다시 택시를 타고 돌아왔다.

정말 기나긴 하루였다. 힘들었지만 가족 모두에게 영원히 남을만한 추억을 만든 하루이기도 했다.

이제 좀 쉬어야겠다. 온 몸이 쑤신다.


!Tip 관음사 코스는 길이는 짧지만 가파르고 대부분 계단입니다.  성판악 코스는 대부분 돌길이며 처음은 완만하지만 마지막에 경사도가 있습니다. 저라면 성판악으로 올라서 관음사 하산을 추천합니다. 저희는 그 반대라서 살짝 고생을 했습니다.

중간에 샘물이 없습니다. 물은 인당 최소2~3병 준비해야 합니다.


이전 06화 아들의 첫 낚시 체험, 손맛을 느끼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