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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ynn Nov 10. 2022

아내를 위한 제주도 추억 만들기

롱플레이 , 빛의벙커 , 중문 주상절리, 더파크뷰

오늘은 특별한 날이다.

바로 와이프의 생일. 전복 미역국이 먹고 싶다는 와이프 말을 듣고, 나는 당당히 전복 미역국에 도전해 보기로 했다. 어제 마트에서 아내와 함께 전복과 바지락, 그리고 미역, 국간장과 멸치 액젓을 준비했다. 6시 알람에 맞춰서 아침 일찍 일어나서 미역국 요리(?)를 시작했다. 소고기 미역국은 자신이 있었지만, 전복 미역국은 처음이었기에 인터넷을 찾아서 열심히 음식을 준비했다. 미역을 불리고, 칫솔로 전복을 손질하고, 바지락까지 넣어서 정성스럽게 미역국을 완성했다. 간을 보니 나름대로 깔끔한 맛이 났다. 역시 인터넷 지식의 힘은 대단했다. 어제 산 케익도 준비했다.

 

아내의 생일상 차리기 (전복 바지락 미역국)

아내와 아이를 깨워서 전복과 바지락이 들어간 미역국과 몇 가지 밑반찬을 이용해서 나름 근사한(?) 생일 아침상을 준비했다. 그리고 우리끼리 조촐한 생일 축하 파티도 열었다. 이렇게 제주에서 맞이는 아내의 생일 아침 식사를 깔끔하게 마무리할 수 있었다.


오늘 날씨는 20도에서 22도  조금 더운 가을 날씨였다. 우리의 첫 번째 목적지는 인근의 핫한 카페인 ' 롱플레이 (long play) '.

효리네 민박으로 국민 남편이 된 가수 이상순 씨가 최근에 동북리에 연 음악 카페였다. 워낙 인기가 많다 보니 많은 사람들이 몰리는 것을 최소화하기 위해 현재는 예약제로 운영하고 있었다. 다행히 며칠 전에 11월 9일 오전 10시 30분 타임으로 예약이 가능하여 우리 가족 3명은 롱플레이에 들릴 수 있었다.

롱플레이

롱플레이 카페는 소박했다. 작은 테이블 5~6개 정도가 있었고 특별히 선곡되어진 분위기 있는 음악을 들을 수 있었다.  1시간에 6~7팀 정도가 이용이 가능해 보였다. 우리 타임에는 대략 10~15명 정도가 자리를 채웠다. 특별한 커피를 아내와 함께 마시면서 조용히 음악을 들으니 예약된 1시간이 훌쩍 지나가버렸다. 오랜만에 잔잔한 음악과 함께하는 여유로운 시간이었다.


동북리를 시작으로 우리 가족은 동북쪽 해안도로 드라이브를 시작했다. 김녕해수욕장과 해상 풍력단지, 월정 해수욕장과 평대리, 세화 재래시장, 토끼섬 등을 거쳐서 우도가 보이는 성산까지 바다를 벗 삼아서 해안길을 달렸다. 풍경이 너무 아름다워서 예쁜 카페들이 길가에 이어졌다. 올레길로 인기가 많아서 드라이브하면서 이 길을 걷는 많은 사람들을 볼 수 있었다. 우리 가족도 며칠 후 이 길을 걷거나 자전거를 타기로 다짐하면서 성산 근처에서 점심식사 장소로 들어갔다.

성산 근처의 보말죽과 칼국수 전문점

점심 식사는 제주 보말죽과 보말 칼국수를 택했다. 항상 제주 성산 근처에 오면 보말죽과 칼국수를 먹었는데, 역시 시원하면서 걸쭉한 국물 맛이 최고였다. 아이도 보말죽 한 그릇을 한 톨도 남기지 않고 깨끗하게 비웠다. 다 먹은 다음에 엄지 손가락 치켜 들으며 맛있다고를 강조했다.


점심을 먹고 찾은 곳은 바로 빛의 벙커였다.

빛의 벙커는 몰입형 예술 전시 공간이다. 어둠 속에서 빛과 음악을 통해 새롭게 해석된 예술 작품을 감상하는 장소다. 사실 이곳은 국가기관 통신망을 운영하던 비밀 벙커였다. 축구장 절반 크기의 콘크리트 구조물에 흙과 나무를 덮어서 산자락처럼 보이게 위장한 건물이었으나 이제는 제주의 문화 예술 랜드마크로 활용되고 있다. 해외 유명 화가의 작품들이 이곳에서 새롭게 재구성되어 일반에게 공개되고 있었다.

빛의 벙커

올해 2월 이곳을 처음 찾았을 때, 그 매력에 흠뻑 빠져서 이번에 다시 찾게 된 것이었다. 운이 좋게도 지난 11월 5일부터 현대 미술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세잔'과 추상 미술의 창시자 '칸단스키'의 작품이 새롭게 선보여지고 있었다.  오늘 본'세잔, 프로방스의 빛'이란 제목의 룸쇼가 35분, '칸딘스키, 추상 회화의 오디세이'란 작품이 10분 정도로 대략 50분 정도 모든 작품을 감상할 수 있었다. 오늘은 시간이 넉넉하고 사람도 많지 않아서 조용히 통로에 앉아서 아무런 방해 없이 예술 작품을 감상할 수 있었다. 미술 전문가가 아니지만, 이곳에서는 그냥 감성을 통해 작품을 감상하고 귀와 눈으로 많은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어둠 속에서 음악과 그림 속에 온전히 몰입되어 작가들의 그림 속 풍경에 흠뻑 빠져버렸다. 돈이 아깝지 않을 정도로 이번 작품도 너무 아름다웠다. 빛의 벙커에서 1시간 30분 정도의 시간을 멍하니 보내고, 3시 30분쯤에 밖으로 나왔다.

세잔과 칸딘스키의 작품들


성산에서 중문으로 차를 몰았다. 다음 목적지는 중문의 주상절리 지대. 아이에게 화산 지형에 대해 설명해주기 위해서였다. 1시간 40분을 달려서 중문에 도착했다. 5시 10분이 매표 마감이었는데, 다행히 5시 정도에 입장을 할 수 있었다. 주상절리는 용암이 액체상태에서 고체로 변하면서 부피가 줄어들면서 육각형 모양의 암석으로 변한 것이었다. 약 900도 정도에서 형성이 된다고 한다. 바닷물과 갑자기 만나면 둥근 베개 모양으로 변하기 때문에 주상절리처럼 형성이 되기 위해서는 다양한 조건이 맞아야 했고, 중문 대포 지역에 용암이 천천히 식으면서 주상절리대가 생성이 되었다고 한다.

중문 주상절리대와 일몰

우리 가족은 주상절리대를 배경 삼아 사진 몇 장을 찍고, 떨어지는 해를 보면서 바다 풍경을 조용히 감상했다.


마지막으로 생일인 아내를 위해 근사한 저녁 식사를 먹으러 신라호텔로 향했다.

오늘은 특별한 날이었기에 더 파크뷰에서 저녁 뷔페를 먹기로 했다. 1년에 한 번 특별한 날에만 하는 흔하지 않은 외식. 고급스러운 신라호텔 로비를 지나서 아래층의 더 파크뷰로 향했다. 6시부터 입장이 시작되었고, 우리도 그 뒤를 따랐다. 역시 5성급 호텔은 달랐다. 랍스터부터 양갈비, 신선한 각종 회와 다양한 디저트까지 최고의 음식들이 가득했다. 비싼 만큼 제 값을 하는 것 같았다. 다시 한번 아내의 생일을 축하하면서 근사한 저녁 식사로 하루를 마무리했다.

제주신라호텔 더 파크뷰

식사를 마치고 나오면서 하늘을 보니 밝은 보름달이 떠있었다. 어제처럼 밤하늘이 너무도 아름다웠다.

집에 오는 길. 차 안에서는 우리 가족끼리 오손도손 다정스러운 이야기가 이어졌다. 행복한 하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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