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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ynn Nov 09. 2022

한라산 등반 다음 날 김녕해수탕으로

사랑각ⅹ북촌, 김녕용암해수사우나, 개기월식

아침 따사로운 햇살이 커튼 틈으로 들어왔다.

살짝 눈을 떠서 창 밖을 바라봤니 오늘도 여전히 하늘은 맑았다. 바람도 거의 없었고 저 멀리 바다도 잔잔해 보였다. 입동이 지났지만 제주도는 완연한 가을이었다.


어제 한라산 등산으로 많이 피곤했던지 모두가 평소보다 조금 늦게 잠에서 깨어났다.

몸을 일으켜 세우는 순간, 산행의 통증이 몰려왔다. 종아리와 허벅지가 당기고, 상체 여기저기도 약간의 진통이 느껴졌다. 침실에서 나와 계단을 내려오는 순간 '아'라는 탄식이 이어졌다. 내 몸이 내 몸이 아니었다. 오전은 그냥 쉬어야 할 것 같았다. 아내도 나와 비슷한 상황이었다. 움직이기가 너무 힘들다면 오늘은 그냥 쉬자는 의견을 보냈다. 하지만 아이는 아무 일 없었다는 듯, 평소처럼 숙소를 뛰어다니고 있었다.

"아들, 너 어제 11시간이나 걸었는데 괜찮아?" 내가 물었다.

"어! 아빠. 나 괜찮아"

정말 어린아이의 회복력은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날 오늘 오전은 숙소에서 푹 쉬기로 했다.


바람도 없고 날씨도 20도 정도로 따뜻한 날씨였기에 바다가 보이는 테라스에서 차 한 잔 하면서 하루를 시작했다. 내가 머무는 숙소는 '사랑각 x 북촌'이라는 타운하우스다. 제주 살기를 준비하면서 꼭 원하는 숙소의 조건이 있었다. 바다가 보여야 하고, 제주시와 가깝고, 독채로 우리 가족이 오붓하게 보낼 수 있는 집. 그런 집을 찾았다. 며칠 고민 끝에 택한 곳이 바로 이곳이다. 1층에서 거실과 부엌이 있고, 2층에는 침실 2개가 있는 집이다. 오늘은 숙소에서 풍경이 가장 좋은 2층 테라스에서 북촌리 풍경과 잔잔한 바다를 바라보면서 오랜만에 여유를 즐겼다.

사랑각 x 북촌 테라스와 바다풍경

그리고 일주일 동안 미뤄두었던 청소와 빨래를 시작했다. 어제 산행 때 입은 산더미 같은 옷들을 모아서 세탁기와 건조기를 돌렸고, 숙소 청소를 하면서 느긋한 오전을 보냈다.  그동안 쌓인 쓰레기들을 모아서 오후 3시 이후에 분리수거를 진행했다. 숙소가 있는 조천읍에서는 요일별로 분리수거 용품이 달랐다. 그것을 확인하려고 사진을 한 장 찍었고, 종량제 봉투와 음식물 쓰레기는 매일 배출할 수 있었다.

거실 청소와 빨래, 분리수거장


오후 일정은 피로 해소를 위한 목욕탕 방문으로 정했다. 근처의 김녕 용암해수사우나로 향했다.

김녕 용암해수사우나는 김녕의 마을공동체가 운영하는 목욕탕으로, 참한 가격(성인 5,500원, 소아 2,500원)은 물론이고 목욕탕 시설도 도시의 사우나에 비해서 나쁘지 않았다.   

목욕탕 입구에 도착해서 나와 아이는 남탕, 아내는 여탕으로 들어갔다. 사우나는 해수탕과 일반탕이 있었는데, 어제의 피로를 푸는데 해수탕이 최고였다. 아이와 함께 해수탕으로 들어가서 피로를 풀었다. 함께 샤워도 하고 등도 밀어주면서 부자간의 따뜻한 정을 나눌 수 있었다.

김녕용암해수사우나와 해질 무렵 김녕

목욕을 하고 나오니 아들은 갈증이 났던지 음료수를 먹고 싶다고 했다. 함께 바나나 우유 먹었다. 그리고 테이블 위의 맥반석 계란이 궁금했던지 계란도 먹고 싶다고 내게 청했다.

"아빠 내가 흰자만 먹을게, 아빠가 노른자 먹어"

그렇게 맥반석 계란 2개를 꺼내서 먹었다. 맛이 좋아서일까? 아님 배고파서일까? 아들은 노른자까지 순식간에 먹어버렸다. 처음 먹어보는 맥반석 계란이 너무 맛이 있다고 했다. 그렇게 2개 모두를 먹는 아들의 모습이 너무나 사랑스럽고 귀여웠다.


목욕탕에서 나오니 어느덧 어두워진 상태였다.

하늘을 보니 개기월식이 이미 시작되고 있었다. 아이에게 개기월식에 대해서 설명해 주고 김녕항의 가로등이 없는 주차장에서 개기월식 과정을 직접 눈으로 확인했다.  달뿐만 아니라, 제주 하늘의 별들도 너무 아름답게 빛나고 있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바다에서는 밝게 조명을 켜고 물고기를 유혹하는 수많은 어선들도 보였다.

오늘도 이렇게 하루가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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