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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 첫날의 악몽

인천에서 오클랜드 경유, 크라이스트 처지로

by Wynn

12월 7일 오후 9시 30분.

오클랜드로 떠나는 에어 뉴질랜드 76편이 정시보다 40분 늦게 활주로에 올랐다.

잠시 후 거친 엔진 소리를 내며 비행기는 인천의 밤하늘로 날아올랐고, 뉴질랜드 북섬의 최대 도시 오클랜드로 향한 11시간의 비행이 시작되었다.

비행기는 거의 만석이었다. 코로나가 끝나가면서 뉴질랜드를 찾는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도 비행기는 가득 차 있었다. 모두가 설렘 가득한 표정들이었다.

뉴질랜드 가는 비행기

아이도 오랜만에 게임에 빠져서 좌석 앞 모니터를 집중하고 있었다. 늦은 비행에 출출한 승객들을 위해서 1시간 후에 저녁 식사가 나왔고 얼마 후

식사가 마무리되면서 기내의 모니터와 조명들이 하나둘씩 꺼져갔다. NZ 76편은 어두운 밤하늘을 가로지르며 적도를 넘어 남반구로 날아갔다.


인천과 뉴질랜드와의 시차는 4시간. 우리가 탄 항공기는 정확히 11시간을 날아서 정오가 조금 넘은 12시 30분 오클랜드 국제공항에 착륙을 했다. 입국 수속과 짐 검사를 마치는데 약 1시간 정도가 걸렸다. 인천에서 온 우리 비행기와 중동, 말레이시아에서 온 비행기가 겹쳐서 사람들이 많았지만 생각만큼 그리 깐깐하게 수속과 짐검사를 진행하지는 않았다.

뉴질랜드는 마스크를 쓰지 않았다. 입국과 동시에 대중교통에서도 실내에서도 아무도 마스크를 쓰지 않았다. 오후 1시 30분쯤에 우리는 국제공항의 입국장에서 나와서 약 700m 떨어진 국내선 청사로 짐을 가지고 이동했다. 15분 정도 걷는동안 오클랜드의 따뜻한 날씨가 우리를 반겨주었다. 제주도의 가을 날씨와 비슷했다. 바람이 살짝부는 영상 15~17도 정도의 따뜻하고 화사한 날씨. 공기도 너무나 산뜻하고 맑았다. 이제야 진짜로 뉴질랜드에 왔다는 실감이 들었다.

국내선 청사로 와서 짐을 다시 부치고, 간단히 공항 맥도널드에서 점심 식사를 했다. 격과 맛은 우리나라와 비슷했다. 다시 크리이스트처치로 가는 국내선을 타기 위해 입국장으로 들어갔다. 15:00 오클랜드에서 크리이스트 처지로 가는 뉴질랜드 국내선에 몸을 실었다. 행 후 1시간 정도가 지나니 남섬 최대 도시인 우리의 목적지 크리이스트 처치에 착륙한다는 기장의 안내 방송이 나왔고 아이와 함께 창 밖의 풍경을 감상했다.

북섬 오클랜드에서 남섬 크라이스트 처치로

창 밖으로 거대한 푸른 초원이 넓게 펼쳐졌고, 저 멀리 남태평양 바다도 보이기 시작했다.

12월 8일 오후 4시 30분.

드디어! 여행의 시작점인 뉴질랜드 크라이스트 처지에 도착했다. 인천을 떠난 15시간 만에 목적지에 도착한 것이었다.


공항 밖으로 나와서 기념사진 몇 장을 찍었다. 화사한 햇살에 눈이 부셨다. 숙소까지는 택시를 타고 이동했는데, 운전사는 인도 사람이었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과거에 한국 파주, 용인에 있는 침대 공장에서 3년 정도 일했었다고 했다.

현재 뉴질랜드에 정착한지는 5년 정도 되었다는 인도 출신 택시 기사. 몇몇 한국말을 했고 이해도 했다. 한국에 대한 애정도 높아 보였다. 그렇게 한국에 대한 수다를 떨면서 숙소에 도착했다.

택시비는 70불. 한화로 약 6만 원 정도나 나왔다.

독일 수준의 비싼 택시비였다. 기사분과 아쉬운 작별을 건네며 숙소 데스크로 들어갔다.


근데 체크인을 준비하는데! 문제가 생겼다.

숙소 예약자 명단이 없다는 것.

아고다에서 몇 달 전에 미리 예약을 했고, 확정 메일까지 받았지만.숙소에는 내 이름이 없었다. 설상가상으로 오늘은 모든 방이 꽉 차 있었다.

너무나 황당해서 아고다 쪽에 연락을 했지만, 연결이 되지 않았다. 괜한 국제통화비만 날렸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 잘하면 뉴질랜드 첫날 노숙을 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말 그대로 '멘붕' 상태. 아이는 지쳐서 빨리 숙소에 들어가자고 보채고 있고 주인도 어쩔 수 없다며 답이 없었다. 첫 날부터 순조롭지 않았다.


하는 수 없이 아내가 밤이 어둡기 전에 빨리 다른 숙소를 잡자고 했다. 아내 말에 다시 정신을 차려서 다시 새로운 숙소를 찾아봤다. 역시 가격은 상당히 올라간 상황. 하는 수 없이 거의 2배의 가격을 내고 시내 중심지의 다른 숙소를 잡을 수 밖에 없었다.

숙소 주인도 미안했던지. 우리 가족을 그 숙소까지 다시 태워주었다. 고마웠다.

오후 6시가 넘어서 정확히 10분 전에 예약한 새로운 숙소에 체크 인을 하고 짐을 풀었다.

정말 어이가 없고, 말도 안 되는 일이 첫날부터 벌어지고 있었다. 어찌 되었든 숙소에 들어왔다.

몸도 피곤하고 배도 고팠기에 우선은 새로운 숙소를 나와서 저녁을 먹기로 했다.

리버 사이드 마켓

걸어서 3분 거리에 있는 리버사이드 마켓으로 향했다. 다행히 목요일이어서 오늘은 저녁 늦게까지 문을 열고 있었다. 한국 음식점부터 중국과 일본, 근사한 서양식과 디저트까지 매력적인 상점들이 가득 메우고 있었다.

우리는 어떤 음식을 먹을까 고민하다가 말레이시아 음식점에서 락사와 볶음밥, 볶음면 종류를 시켰다.

역시 가격은 조금 비쌌다. 한국의 1.3배 정도로 비싼 물가였다. 하지만 맛은 기대 이상이었다.

배고픔을 맛있는 말레이시아 음식으로 달래고, 수퍼마켓이 문을 닫기 전에 장을 보러 가기로 했다.

우리는 저녁 식사를 마치고 곧장 근처에 문을 연 슈퍼마켓으로 향했다.

크라이스트 처지 시티의 식료품 마켓
첫날의 마무리

아이가 먹을 우유와 간식, 물 등을 구매해서 다시 숙소로 돌아왔다. 첫 날 계획이 상당히 달라졌기에 간단한 것만 구매하기로 했던 것이었다.

숙소에서 창 밖으로 첫 날의 지는 해를 바라봤다.

풍경은 아름다웠다. 그리고 멍했던 정신을 차리고 아고다 고객 센터에 항의 메일을 보냈다.

'예약 확정 메일까지 받았는데 왜 숙소에 방이 없느냐? 그 이유와 사과 메일을 보내라!'

이렇게 보냈더니 방금 답장이 왔다. 우리 숙박을 그 숙소에서 방이 없어서 거절했고, 이제야 아고다에서 확인했다며 35불 포인트 제공 또는 유사 숙소 예약 제공. 둘 중 하나를 택하라는 메일이었다. 내용이 좀 어이가 없었지만 오늘은 이렇게 마무리하기로 했다.

그냥 피곤하다. 모든 것이.

결코 만만치 않은 뉴질랜드의 첫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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