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 4. 변화무쌍함의 아이콘
나의 이야기는 이제 그만하고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호르몬 이야기를 마무리해보겠다.
에스트로겐 수치는 여자의 성장과 생리 주기에 따라 변화무쌍하기 때문에 정상 수치도 상황에 따라 다르다. 먼저 사춘기 이전 어린이에서는 에스트로겐 수치 30 ng/L 이하를 정상으로 본다. 하지만 사춘기에 들어와 월경을 시작하게 되면 배란과 월경 주기에 따른 정상 수치가 다르다. 월경주기 전반기에는 25~95 ng/L로 에스트로겐이 증가하기 시작하고, 배란기에는 75~579 ng/L로 가장 높아진다. 임신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월경주기 후반기에는 60~250 ng/L로 다시 떨어진다. 가임기 여성이 폐경이 되면 에스트로겐 수치는 45 ng/L 미만으로 감소하게 되는데, 남자에서 정상 에스트로겐 수치가 12~42 ng/L라는 것을 감안하면 폐경기 여자에서 에스트로겐 수치는 남자와 거의 동일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렇게 에스트로겐 수치는 자주 변하기 때문에 여자들의 감정도 자주 변하게 된다. 감정이 오락가락한다면 어느 정도는 호르몬 탓을 해도 된다. 배란과 월경주기에 따라 에스트로겐 수치가 변하면서 감정 기복도 심해질 수 있다. 하늘이 파랗고 맑아서 기분이 너무 좋았다가도 금세 신경질이 나거나 우울해질 수도 있다. 호르몬 변화에 따른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특히 월경 직전 에스트로겐 수치가 최고조로 상승하게 되면 월경 전증후군(Premenstrual Syndrome: PMS)이 발생할 수 있다. 심한 우울감과 함께 생리통을 동반하며 생리가 시작되면 두통, 피로감, 수면장애, 기억장애, 체중 증가와 같은 증상들을 유발할 수 있다. 또한 폐경이 되면 에스트로겐 수치가 급격히 저하되기 때문에 불안, 우울과 같은 감정 변화를 겪을 수 있다.
그렇다면 이런 에스트로겐은 내가 조절할 수 없는 것일까? 계속 여성호르몬의 노예로 살면서 배란과 월경주기에 따라 변하는 감정에 굴복하며 살아가는 수밖에 없는 것인가? 이랬다 저랬다 변화무쌍한 여자친구나 아내, 딸을 그저 바라만 보고 있어야 하는 것인가?
시중에는 이런 여성의 호르몬 변화에 따른 감정과 신체의 변화에 도움이 된다고 하는 많은 영양제와 보조식품이 판매되고 있다. 식물성 에스트로겐이 함유되어 있는 서양승마와 붉은토끼풀과 같은 약초에서 추출한 생약 성분으로 이루어진 제품들을 갱년기 치료제로 판매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은 에스트로겐과 비슷한 화학적 구조를 가지고 있어 일부 사람들에서 에스트로겐과 비슷한 작용을 할 뿐이지 에스트로겐을 완전히 대체할 수는 없다. 따라서 실제로 효과를 보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결국 우리는 나이와 시기에 따른 자연스러운 호르몬 변화를 어느 정도는 받아들이고 적응해 나가야 하는 것이다. 적응해 나가는 과정이 어렵다면 식물성 에스트로겐과 식물성 단백질이 많이 포함하고 있는 콩과 팥 같은 꼬투리열매(legume)를 챙겨 먹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섬유질과 단백질을 보충하고 장 운동을 활발하게 해 준다.
규칙적으로 운동을 하는 것도 갱년기 증상에 도움이 된다. 폐경이 오면 대사량과 속도도 느려지게 되기 때문에 체중과 복부지방이 증가하게 되는데, 감정 변화와 함께 오는 신체 변화에도 잘 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 에스트로겐은 생식기뿐만 아니라 지방세포에서도 분비되기 때문에 너무 마르고 저체중인 여성에서는 갱년기에 에스트로겐 수치가 매우 낮아질 수 있어 더욱더 예민해질 수 있다는 점도 기억해 둘 필요가 있다. 너무 과체중인 것도 좋지 않지만 어느 정도의 체지방은 갱년기 여성의 에스트로겐 생성에 도움이 될 수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갱년기 증상이 점점 좋아진다면 지속적인 유산소 운동으로 체지방을 줄이고 근육 운동을 통해 근육량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