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Dr Hwi Jul 22. 2023

5장: 여성호르몬 (Estrogen)

Part 3. 나의 사춘기 이야기

사춘기 시절 나는 정말 에스트로겐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나밖에 모르는 예민소녀였다. 나는 성장과 발육이 비교적 빨랐고, 그만큼 일찍 키 크기가 멈췄다. 지금 생각해 보면 내가 바로 성조숙증이었던 것 같다. 하지만 그때는 성조숙증이라는 질병에 대한 인식 자체가 지금처럼 보편화되어있지 않았기 때문에 병원을 찾지는 않았다.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가슴이 봉긋해지고, 초등학교 5학년 때 월경을 시작했고, 초등학교 6학년까지 큰 키가 지금의 키라고 생각하니 내가 바로 성조숙증 환자였음이 분명하다. 그때 알았더라면 미리 치료를 받았더라면 키가 조금은 더 컸을 텐데 아쉬운 생각이 든다. 하지만 과거를 돌이킬 수는 없으니 현재의 나의 모습 그대로를 받아들이며 살아간다.

https://kormedi.com/1217141/7%EC%82%B4%EC%97%90-%EC%9B%AC-%EC%82%AC%EC%B6%98%EA%B8%B0-%EC%84%B1%EC%A


일찍 찾아온 사춘기 때문에 일찍 아이돌 가수에 눈을 뜨게 되었고 (god!) 용돈을 조금씩 모아 지오디의 사진을 고심해서 고르고, 앨범이 나오기를 기다리고, 읽지도 않을 잡지를 샀다. 하지만 이런 팬질 혹은 덕질도 오래가지 않았다.

https://tiraminsu.tistory.com/44


중학교에 진학하자 공부가 중요해졌다. 중간고사를 보면 반 등수와 전교 등수를 '꼬리표'라고 불렸던 얇은 종이 조각에 인쇄해서 나눠주었다. 지금 생각해 봐도 상당히 잔인한 '꼬리표'는 모든 학생들의 공포의 대상이었다.

나는 공부를 곧잘 하던 학생이었고 공부하는 게 싫지 않았다. 시험 기간에 새벽 2-3시까지 식탁 불을 켜놓고 공부하면 내가 마치 뭐라도 된 것처럼 뿌듯했다. 성적이 잘 나오면 그 성적이 또 더 잘하고 싶은 동기 부여가 되어 공부하는 것을 더 재밌게 만들었다. 하지만 실수로 한두 문제 틀리는 날이면 억울하고 분해서 방에 문을 닫고 들어가 혼자 펑펑 울었다. 성적이 뭐라고... 지금 생각해 보면 참 순수하고도 열정적이었던 나의 중학생 시절이다. 지금도 그런 열의를 가지고 무언가를 할 수 있을까 싶다.


http://www.eduj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32557


나의 질풍노도의 시기는 비교적 짧고 굵게 지나간 것 같다. 반에서 1-2등, 전교에서도 10등 안에 들 정도로 공부를 잘하는 학생이었음에도 영어가 너무나 중요했던 아빠는 나를 홀로 미국으로 유학을 보내기로 결심하셨다. 중학교 2학년 여름방학, 나는 홀로 미국으로 유학을 떠났고, 나의 짧고 굵었던 사춘기는 그렇게 끝이 났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