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09 끝까지 함께

친구를 잃어버렸어요

by sunnyback

열매를 원 없이 따 보는 게 소원이었어요

살아오면서 열심히 노력해도

이렇다 한 결과 그러니까 열매가 없다

여겨졌거든요


그러다 친구네 이모 매실농장에 일손이 필요하다는 연락을 받았어요 고민은 예약 가능한 비행기 시간만 놓칠 뿐...

그동안 마일리지가 쌓이는 카드를 사용하기 잘했어요


마일리지로 제주로 가는 비행기를 예약하고

유튜브에서 매실 따는 방법도 배우고 준비물도 챙기고

진짜 원 없이 따 보자 하는 마음으로...


친구는 3일 정도 따면

더 이상 못해 곡소리가 날거라고 겁을 줬어요

근데 나는 그 소리가 왜 이리 신나게 들리는지...


매실 따는 시기가 늦어져서
특대 왕특대 왕왕특대만 따야 한다


눈으로 보면 매실이 넘 커서 앞치마에 담았는데

선별기로 가면 대 구멍으로 빠져버리는 매실

모자 토시 마스크 꽁꽁 감고

6월 제주 여름과 싸워

그동안 원 없이 따고 싶은 매실을....

양손을 쉼 없이 왔다 갔다

점심밥 세참시간 빼고

다다 다다......


눈에 속으면 안돼

눈으로 보고 손으로 잡아서

감으로 따야 왕특대를 잡을 수 있어

눈을 믿지 말고 손에 잡히는 감각을 믿는 거야

다다다다 다다다


밥 먹으러 가자

땀을 비 오듯 쏟고

원 없이 열매를 딴 후에 먹는 점심은 꿀맛

입맛이 없어요 소화가 안돼요 하던

내입이랑 위는 어디 갔나요?


그리고 실세인 이모님이

오늘은 커피 한잔 하고 가자

땡땡이 종을 울리셨어요


그런데 가는 곳 마다 문을 닫았네요

그리고 도착한 동백이라는 카페


문을 자주 닫아서

여기서도 못 먹으면..... 일!!!

그런데 운 좋게 오늘은 문을 열었다


음마야~

카페가 넘 이쁘다

그리고 요 멋진 검둥이


사람이 들어오면

엄청 긴장하면서도 좋아하는 검둥이

검둥이의 행동이 눈이 가고 마음이 간다


주인장이 ??

한번 눈을 흘기다 검둥이 사연을 들었다


유기견....

키울 수 있는 분이 나타날 때까지

임시로 보호하고 있다 하셨다


이렇게 멋지고

이렇게 순하고

그냥 존재만으로도 충분한 이 친구를....


친구를 잃어버려서...

갈 곳이 없어서

존재만으로 충분해야 할 친구가

쪼그라들고 있다

꼬리가 꼬리가 긴장을 풀지 못하고

바닥으로 바닥으로

쪼그라들고 있다


식물은 자유 영혼이라 원하는 대로 맞춰줘야 해서

집사가 되고


검둥이는

힘들 때 힘이 되어주고

슬플 때는 위로가 되어주고

기쁠 때는 같이 기뻐해 주는

그래서 집사가 아니고 친구라 해주는데...

친구가 잃어버린 거예요



버린 거 아니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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