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지나간 사람이 남겨놓은 쪽지

잘 가고 있어요

아무것도 아닌 거 같아서..

결과를 만들기에는 너무 부족해서..

내 자리에 서서 길 끝을 바라보니

가야 할 길이 너무너무 멀어서

내 마음에 스스로 얻은 돌덩이 언고 가야 해서

돌덩이가 점점 더 커져서 나를 누르고

그 자리에서 한걸음도 앞으로 전진하기 어려워서

기어서기어서 가고 있는 나에게

돌 아래 고이 적어둔 쪽지를

먼저 지나간 사람이 남겨놓은 쪽지를

발견한 어는 날

쓰러지지 않았다면 지나쳤을...

그분이 쓰러지지 않았다면

남겨지지 않았을...

그 쪽지를 발견한 비 오는 어는 날

내리는 비만큼

내 눈물이 내리고

그 눈물이 속삭였어요

내 말이 맞지?

내가 너에게 늘 속삭이던 그 말이 맞지?

끝까지 가지 못한다고 서운해하지 말아요

내가 20년 걸어서 쌓아온 그 길이

다음사람이 걸어간 시간과 합쳐져서

놀라운 결과물을 만드는 걸

내가 지켜봤거든요..

지금 잘 가고 있어요

결과를 내가 만들지 못한다고

포기하지 말아요

당신이 있어 지금의 우리가 있어요

고마워요

포기하지 말아 줘요

나는 어는 누군가에게 쪽지를 남긴다

잘 가고 있어요

당신의 몫만큼만 한걸음 더

걸어가 줘요

도착하지 못해도 그것으로 충분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