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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삼 Jul 31. 2022

다정한 걸림돌

한 글자 에세이 - 휴(休)

한때 서점에 들어서면 베스트셀러의 책 표지가 모두 드러누워 있는 책들로 가득한 적이 있다. '사람들이 요즘 많이 지쳤구나.'라고 생각하며 펼쳐 들어 봤지만 편히 쉬어도 된다는 메시지뿐 그다음을 위한 이야기가 전무했다. “고생 많았네. 괜찮아 쉬어도 돼.” 예전에는 주변에 아무렇게나 건넸던 위로가 자칫 고른 페이스로 달리고 있는 사람의 신발끈을 건드리는 사람이 될까 봐 쉬이 입 밖으로 나오지 않는다. 누구보다 두려워하고 울어가면서 꿋꿋하게 먼 길을 뻗어나가던 사람이 위로의 한마디에 자신의 페이스를 누그러트리며 다정한 말을 듣고 있다. 나조차 확신할 수 없는 위로를 건넸는데 그 말을 덜컥 믿고 주저앉아버릴 것 같아서 다시 뛰어보자는 이야기에는 시큰둥한 반응이 죄스러워져서 못내 다정한 위로를 까먹는다.


나는 휴식을 권유하기보다 손을 다잡고 끝이 어딘지 모르게 함께 뛰어가자고 말하고 싶다. 누군가의 열의에 빠져 녹아가는 얼음이 되기보다 서로의 불쏘시개가 되어 혹독하게 만개한 불꽃에 성원하자고. 까맣게 그을린 시도에 거짓 없는 찬사를 아끼지 않으며 꺼지지 않는 불씨의 주변을 거닐다 데워진 마음으로 서로를 끌어안고 한없이 이 한 가지에 정신을 태워보자고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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