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글자 에세이 - 파(波)
나이가 든다는 건 뭐랄까. 경우의 수를 늘려가는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 불과 3년 전만 해도 '어떻게 그럴 수 있어?'라며 마음의 문을 닫았던 일들이 이제는 '어쩌면 그럴 수도 있겠다'는 작은 구멍을 만들어낸다. 백분의 일의 하루를 살고 있던 나는 만 분의 일의 하루를 살아가는 나보다 경험도 적고 실수도 적다. 그만큼 상처도 깊게 남으며, 타인의 잘못을 보는 경험도 적어서 그 잘못을 내가 일으키리라는 가정을 쉽게 상상하지 못한다. 나는 결코 저런 사람이 되지 않으리라며 분투하고 살아가도 결국 한 번쯤은 그 사람이 되었다가 돌아온다. 그러면 내 인생에서 '결코'라는 말이 반질반질한 물웅덩이 같아진다. 타인의 한 방울에도 파동 하는 삶에서 시간을 쌓아간다는 건 작은 물웅덩이를 호수로 만드는 일이다. 실수하고 잘못하는 타인을 나로 담아내는 일. 그 면적을 넓혀서 아름답고 경이로운 것들을 되도록 많이 포착하는 일. 그런 것들이 삶을 사랑하는 태도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