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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넷둥파파 Mar 21. 2023

네쌍둥이 태어난 이야기

아내의 응급 수술로 

네쌍둥이가 태어났다.


아내의 표현을 빌리자면

(부분 마취라 느낌이 생생했다고 한다)


수술실은 매우 추웠고

수술 침대에 누워있는데


“아이고 엄마 고생했어~”하며

교수님이 들어오시고

마취를 하고

슥삭슉 하니까

다리에 따뜻한 물이 쏴악~

하고 느껴지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 후 교수님께서 손으로

배 속에 있는 큰 덩어리를 꺼내는 

느낌이 났다고 했다.

그렇게 턱.

또 약 10초 후에 턱.

또 약 10초 후에 턱.

또 약 10초 후에 턱.


영화나 드라마에선

아이가 태어나면 우는소리가 바로 들리는데

그때 아무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아내는 교수님께 물어봤다.


“선생님.. 왜 아이가 안 울어요?”

“에이~ 엄마. 애기가 뭐 다 우나. 좀 기다려봐~”


그 후로 아내는 사르르 잠이 왔다고 한다.

“선생님 졸려요..”

“응 엄마 좀 자..”

그렇게 기억이 끊겼고 

일어나 보니 중환자실에 누워있었다고 한다.


이제 아빠 상황


아내가 수술실에 들어가고

혼자 수술 대기실에 남았다.

약 10시쯤 들어갔는데

나는 최소한 1시간에서 2시간은

걸릴 줄 알았다.


그런데 약 30분 후

누군가 나를 불렀다.


“나혜승 산모 보호자분!”

“접니다.”


화들짝 놀라 얼떨결에 그분을 따라갔다.


첫째인 하온이가 

이상한 어항 같은 곳에 있었다.


“네가 하온이구나.. 반가워..”

근데 너 좀 많이 작구나..

생각보다 아이는 많이 작았다.

그리고 울지 않고 있어 조금 놀랐다.


그리고 우리 아빠랑 똑같이 생겨서

더 놀랐다.


사실 아이를 처음 본 순간은

뭔가 울컥할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았다.


너무 당황해서 그런지

그냥 아무 생각이 없었다.


하온이와 함께

신생아 중환자실로 향했다.


하온이는 바로 중환자실에 들어갔고

난 문 앞에서 잠시 기다리라고 했다.


아주 분주하게 간호사 인지 의사인지

모르겠는 사람들이 아이들을 한 명씩 데리고 들어갔다.


자세히 보고 싶었지만

엄청 빠르게 나를 지나가버렸다.


밖에서 약 30분 정도 기다리니

“나혜승 산모 보호자분 들어오세요”

라며 나를 들어오라고 했다.


인큐베이터에 아이들 모두 잘 들어갔고

아이들의 상태와 몸무게를 알려줬다.


아이들의 몸무게는 각각 1.3, 1.5, 1.6, 1.8로

모두 1킬로대였다.


그리고

면회 시간과 면회 방법을 알려주셨다.


신생아 중환자실은

여러 개의 방으로 이뤄져 있다.

몇 개인지 기억나진 않는데

A, B, C, D, E.. 이렇게 여러 방이 있었다.


같은 형제라고 해서

아이들은 같은 방에 있지 않았다.


A에 둘

B에 하나

C에 하나


이렇게 아이들이 있었다.


자세한 이유는 알 수 없지만

뭔가 병원만에 이유가 있는 듯하다.


간호사분은 나에게 서명이 필요하니

이쪽으로 오라고 했고


난 필요한 서명을 

4번씩 했다.


그렇게 내가 해야 할 일들이 모두 끝나고 나서야

아이들을 제대로 볼 수 있었다.


산모가

제왕절개를 하면

며칠 동안은 회복하기 위해 밖을 나갈 수 없다.


그래서

아내에게 보여줄 생각으로

열심히 아이들을 촬영했다.


그렇게 아이들과 정신없는 인사를 마치고

문득 생각했다.

‘아 맞다. 아내는 지금 어디있지?’


그때 아내가 중환자실에 있다는 문자를 봤다.


‘중환자실?’ 뭔가 이상함을 느꼈지만

아무래도 수술을 했으니

중환자실에서 치료 중이거나

회복 중인가? 하며

중환자실로 향했다.


중환자실에 들어가니

의식이 없는 상태로 

아내가 침대에 누워있었고

교수님과 의사분들이

분주하게

아내에게 수혈하는 모습을 봤다.


교수님은 아내가 출혈이 멈추지 않는다며

계속 수혈을 하고 있으니 조금 지켜보자고 했다.

의사들의 표정이 좋지 않았다.


‘괜찮은 거죠?’라고 묻고 싶었지만

물어보지 못했다.

아니라고 할까 봐.. 

무서웠다.


그때 중환자실에서

나에게 필요한 물품들을 사 와 달라고 했다.

까는 기저귀, 물컵, 빨대 등..


그렇게 물품들을 사 오고

아내 옆에서 아내를 지켜봤다.


그렇게 약 1시간 정도 계속 수혈을 했다.


“아빠는 병실에 들어가 있어.. 여기 꼭 안 있어도 돼..”

교수님은 나에게 병실에 가 있으라고 했다.


그렇게 나는 병실로 돌아와

아내가 깨어나면 보여주기 위해

아이들을 촬영한 영상을 편집했다.


아내가 무사할 거다라고 생각했지만

너무 무서워서 베개를 끌어안고 울었다.

차마 잠들 수 없었다.


그렇게 다음날 아침이 되었고

중환자실 앞에서 기다렸다.


사실 그러면 안 되지만..

중환자실에 몰래 들어갔고

아내가 깨어있는 걸 봤다.

너무 안심됐다.


“여보 보고 싶었어…”

“괜찮아?”

“응.. 근데 나 얼음 좀 갖다 줄래?”

“응?”


아내는 목이 탄다며

나에게 얼음을 사 오라고 했다..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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