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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넷둥파파 Aug 25. 2023

성대한 프로포즈(3)

아주 만족스러웠던 아내의 반응에 당황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동안

이를 갈고 준비한 나의 프로포즈를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친구들에게 이 사실을 알렸더니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혹시 안하냐?"

"아니"


뭔가 실망한 눈치들이였다.

그렇다고 그들에게 희망을 줄 수 없었다.

'연습한 거 아깝잖아ㅎㅎ"


프로포즈를 위해 바람잡이 친구를 섭외해야 한다.

마침 적당한 교회 친구가 있어 부탁했다.

아주 흔쾌히 도와주겠다고 했다.


그 친구는 아내와

내 프로포즈 날짜에 약속을 잡았다.


그리고

대망에 

당일이 되었다.


난 오전 근무만 하고

프로포즈 준비를 했다.


내 얼굴 가면을 만들었다.

얼굴 사진을 A4용지로 6장을 뽑고

신촌으로 향했다.


먼저 신사역에 가

제작 완료된 반지를 찾아왔다.


프로포즈에 사용할 꽃다발도 샀다.


머리도 드라이 하려고

신사역 근처에 보이는 미용실에 들어갔다.

너무 비싸서 당황했다.

그 당시 우리집 근처는 커트가 13,000원 정도 였는데

이곳은 4-5만원이였다.

아 머리에 이만한 돈을 태울 순 없었다.

(이미 프로포즈 준비로 많이 써서..)


급한일이 있는 척하며

미용실을 나와 편의점으로 갔다.

작은 왁스를 하나 구매해

화장실에 들어가 머리를 만졌다.


그렇게 멋진 머리(?)와

꽃다발과 반지를 챙겨

신촌으로 갔다.


손 코팅지를 구매해

카페에 들어가

가면을 만들었다.


눈에 구멍을 내고

고무줄을 연결해

착용해봤다.


상당히 만족스러운 결과물이 나왔지만

내 얼굴에 눈이 파여있는 모습이 

조금 징그러워 보이긴 했다.


프로포즈 마지막에 읽을 편지도 썼다.


친구들이 점점 하나둘

오기 시작했다.


해는 점점 져가고

긴장되기 시작했다.


모든 친구들이 모였고

구경한다고 온 친구들도 있었다.


춤을 추는 친구들은 참 한결같았다.


한숨 쉬는 친구,

투덜 거리는 친구,

연습하는 친구,

늦는 친구..


그래도 제 시간에 모두 모였다.


버스킹을 해주시는 업체분들도 모였다.


바람잡이 친구도 도착했다.


우린 동선을 확인했다.


시간이 되었다.

이제 바람잡이 친구가 아내를 만나러 가야한다.


아내와 친구가 만나고

약 1시간  후 이곳에 오기로 했다.


45분 정도 지났을 때부터 버스킹이 시작된다.


버스킹 해주시는 분이

노래를 부르기 시작한다.


그렇게 한곡, 두곡, 이얘기 저얘기 하다보니

아내와 친구가 나타났다.


‘이제 시작이다’


버스킹 해주시는 분이

아내를 가운데로 부른다.


노래가 흘러나온다.


노래는 

부르노마스의 "메리 유"다.


노래가 시작되고

내 얼굴 가면을 쓴 친구 4명이 나가

춤을 추기 시작한다.

버스킹을 하던 분 2분도 내 가면을 쓴다.


그렇게 춤을 추고 있으면

중간에 내가 춤을 추며 나타난다.


열심히 춤을 추고 표정 관리를 한다.


생각보다 보는 사람이 많아

상당히 부끄러웠지만

즐겼다.


노래가 끝났다.


아내에게 꽃을 주었다.


편지를 읽어줬다.


프로포즈를 했다.


ㅃㅃ도 했다.


그렇게 많은 사람들의 축하를 받으며

나의 성대한 프로포즈가 끝났다.


업체 분들은 아주 빠르게 가셨고

난 고마운 친구들에게 저녁을 대접했다.


아내를 위한 프로포즈였지만

준비하는 과정에서

정말 많은 걸 배우고 느꼈다.

내가 과연 할 수 있을까?

하지 말까?

괜히 했나?

라고 생각이 드는 시점들이 있었지만

어떻게든 해냈다.


이 프로포즈를 통해 많은 걸 얻었다.


이렇게 또 해냈다 라는 성취감.

프로포즈라는 과제를 해결해 홀가분함.

30대가 되기 전에 친구들과 만든 추억.

고백을 제대로 못한 과거로 부터의 만회.

이제 진짜 결혼을 하는구나 라는 현실감.


그렇게 프로포즈를 마치니

기분 좋게

결혼 준비에 더 잘 집중할 수 있었다.


프로포즈는 최대한 빨리 하는 것을 추천한다.


마지막으로

도와준 친구들에게

다시 한번 고맙다고 말하고 싶다.

“고맙다. 너희가 아니였으면 못 했을 거야… 

솔직히 없어도 어떻게든 하긴 했을 건데.. 뭐 아무튼

너희 프로포즈 할 때 진짜 나한테 꼭 얘기해라.

무조건 도와준다.”


참고로 4명 중 1명이 결혼 했는데

내가 프로포즈 엄청 잘 도와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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