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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라키 Sep 10. 2024

대화할 시간에 춤이나 한번 출까요?

말보다 행동이 앞서는 ENFP들을 위한 변

누군가 나에게 제일 좋아하는 가수나 그룹을 묻는다면 콕 집어서 대답을 하기에는 어려운 부분이 있다. 그만큼 나는 장르 편식 없이 다양한 음악과 아티스트들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에게 지금까지 제일 많이 들었던 곡을 하나만 꼽아달라면 지체 없이 대답할 수 있다. 킹스 오브 컨비니언스(Kings of Convenience)의 "I'd Rather Dance with You"라는 곡이다.

꽤나 귀여운 뮤직비디오. 노래가 좋으니 한번 들어보길 권한다.

너와 대화를 하기보단 춤을 추고 싶어

킹스 오브 컨비니언스라는 그룹은 내가 고등학교 때 자주 들었던 라디오에서 알게 된 후, 지금까지 근 10년도 넘게 내 플레이리스트에 갇혀 있는 그룹이다. 그들의 노래는 어디서 들어본 것 같지만 사실은 들어본 적 없는 듯한 익숙한 색다름이 언제나 매력적이다. 묘한 느낌의 기타 멜로디 위에 얹어지는 섬세한 선율과 담백하고 꾸밈없는 가사들은 마치 따뜻한 얼그레이 라떼 위에 알싸한 펌킨 스파이스를 뿌려서 마시는 듯한 느낌을 준다.


특히 이 노래는 더 그렇다. 노래는 "I'd Rather Dance with You than talk with you(너와 대화를 할 바에야 춤을 추겠어)"라는 가사로 시작된다. 마음에 드는 사람을 만났을 때 말보다 행동이 앞서는 사람들의 심리를 이보다 더 잘 표현할 수 있을까. 너무 매력적이고 공감이 되는 문장이다. 그리고 사실 확신의 ENFP로써, 이 노래를 들으며 밴드 멤버 중 적어도 한 명은 ENFP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사실 둘은 누가 봐도 슈퍼 I 같아 보이기는 하지만 말이다) 노래의 가사가 ENFP의 심리를 너무 잘 대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ENFP 특 : 인사가 끝나기도 전에 다짜고짜 손부터 끌어당김.


사실 ENFP의 다양한 이미지 중에서 가장 대표적인 것은 바로 "사람을 좋아한다"는 이미지이다. 그리고 이건 사실이다. ENFP는 새로운 사람들을 대하는 일이 어렵지 않고, 상대방의 호감도 꽤나 쉽게 얻어내는 편이다. 다가가는 것을 부담스러워하지 않고 리액션이 좋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ENFP의 빠꾸 없는 접근(?)에 부담스러워하는 사람들도 종종 있다. 아직 알게 된 지 얼마 되지 않은 사람인데 마치 오래된 친구처럼 스스럼없이 대하는 태도가 당황스러운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오해가 생긴다. ENFP는 처음 보는 사람과 밤새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춤판을 벌이고 노는 데에 거리낌이 없다. 이런 ENFP의 태도는 상대방으로 하여금 "아 이 사람과 내가 짧은 시간 동안 굉장히 친밀해졌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한다. 하지만 막상 ENFP는 파티가 끝날 때까지도 상대방의 전화번호는커녕 이름조차 물어보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의외로 ENFP는 넓은 인간관계 속에서 “진짜 친구”를 구별하는 바운더리가 강하기 때문이다.


친해졌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나 보오

이쯤 되면 꽤나 서운하다. 물론 오랜 시간 대화를 나눈 건 아니었지만 그래도 같이 신나게 놀았는데, 다음날 되니 연락조차 오지 않는다. 심지어 찐친의 경우에도 이런 일은 발생한다. 카톡 하면 1초 만에 답장이 오던 친구가 어느 날부터 갑자기 연락이 잘 안 된다. 무슨 일에선지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며 반 잠수를 탄 것이다.



이렇게 ENFP를 객관적으로 보면 사람을 좋아한다고 말하는 것 치고 그 마음의 깊이가 꽤나 얕아 보인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다. 그렇다. ENFP의 또 다른 특징은 무게감이 부족하다는 사실이다.(작가의 개인적인 의견일 뿐입니다.) 오면 오고 가면 가라는 마인드 탓에 언제나 사람들의 서운함과 오해를 사기 바쁘다. 이러한 태도는 자칫 그들에게 호감을 가졌던 소중한 사람들의 마음을 잃게 만들 수도 있다.


나 또한 그런 경험이 있다. 소중했던 친구에게 내 맘이 동할 때 제멋대로 연락하고 정작 친구에게 중요했던 것들에 대해서는 무심하게 지나친 탓에, 결국에는 친구의 마음을 잃어버렸다.

그때 깨달았다. 친구의 팔짱을 끼고 놀러 다니며 즐거움을 찾는 일만큼, 친구의 고민에 귀 기울이고 친구의 생일이 언제인지 잊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는 사실을 말이다.


(c)2024. 아라키 All rights reserved.

춤은 시끄러울수록 좋다

때로는 100마디의 대화를 나누는 것보다, 서로의 어깨에 손을 얹고 춤을 추는 3분의 시간이 더 즐거울 수 있다. 하지만 춤출 때의 ‘느낌’만으로는 그 사람 마음속에 있는 깊은 우물의 빛깔을 알 수는 없다.


ENFP들이여. 앉아서 대화만 하기가 답답하다면, 일어나서 같이 신나게 춤을 추면서 얘기를 나눠보자. 오늘 뿐 아니라 내일도 만나 함께 웃고 발을 맞출 수 있게 인연의 끈을 늘려보자. 그러다 보면 내가 힘들 때 내가 울지 못하도록 같이 막춤을 춰 줄 사람들이 더 많아질 것이다. 인생은 결국 하나의 재밌는 춤판이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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