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수원 사람들]

저는 이중국적 스파이입니다. Part 2.

by 직장인C

식탁에 앉아 있던 그는 갑자기 의자를 밀치듯 뒤로 빼며 일어났습니다.
순간 놀란 저는 한 발짝 물러나며 두 손을 들어 진정하라는 제스처를 취했습니다.


“진정하세요. 괜찮습니다. 제가 도와드릴게요.”


하지만 그는 눈을 마주치지 않은 채 고개를 떨군 채 격앙된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아니요. 강사님이 저를 도와줄 수 있는 건 없습니다. 저는 지금…”


말을 흐리더니 갑자기 바지를 내렸다가, 다시 올리고, 또 내리고…
예측할 수 없는 행동 앞에서 당황을 넘어 두려움이 밀려왔습니다.

저는 차분한 목소리로 그를 진정시키려 애썼습니다.


“00 선생님, 잠시만 진정해 보세요. 지금 이곳엔 저와 선생님, 둘뿐입니다.
아무도 오지 않습니다. 급하게 행동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제가 안전하게 이동하실 수 있도록 도와드리겠습니다.”


그는 가만히 서서 무언가를 골똘히 생각하더니 숙소 안으로 들어가 책을 꺼내기 시작했습니다.


“제 흔적이 남은 건 다 없애야 합니다. 그들이 찾으면 저는 위험합니다.”


책을 찢으려 했지만 두꺼워 잘 되지 않자, 가방에서 라이터를 꺼내 들었습니다.
저는 재빨리 그의 손을 붙잡으며 말했습니다.


“선생님, 흔적이 남은 물건들은 제가 책임지고 정리하겠습니다. 걱정하지 마세요.”

그는 제 손에 이끌려 한동안 멍하니 저를 바라보더니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지금은 빨리 피하는 게 우선이겠네요.”


그는 지급받은 체육복을 벗고 자신의 옷으로 갈아입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그 틈에 선배 강사님께 연락을 해 차량을 준비했습니다.
그런데 전화를 하던 중 뒤를 돌아본 순간, 그는 또다시 바지를 올렸다 내렸다 반복하고 있었습니다.


저는 전화를 끊고 다가가 옷을 입을 수 있도록 돕고, 짐을 챙기게 한 뒤 곧바로 숙소 밖으로 안내했습니다.

연수원 정문 앞에 대기하고 있던 선배 강사님과 눈빛을 교환한 뒤, 저는 직접 그와 함께 터미널로 향했습니다.


차 안에서의 그는 놀라울 만큼 차분했습니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터미널에 도착해 차표를 끊어드리고 버스에 태우기 전, 그는 제 손을 꼭 잡으며 나이를 물었습니다.
당황한 저는 솔직히 답했고, 그가 말했습니다.


“형님이시네요. 형이라고 부르겠습니다. 잘 챙겨주셔서 감사합니다.”


맥락 없는 인사에 저는 그저 “몸 잘 챙기시고 조심히 가세요”라는 말만 할 수 있었습니다.
그 모든 사건이 고작 한 시간 남짓한 시간 안에 벌어진 일이었다는 게 지금도 믿기지 않습니다.

연수원으로 돌아오며 많은 생각이 스쳤습니다.
이 사람에게는 어떤 사연이 있었을까?
어떻게 그렇게 극단적인 행동과 차분함을 오가며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줄 수 있었을까?

무엇보다 다행이었던 건, 다른 교육생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고 큰 사고 없이 떠날 수 있었다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아무 일 없던 듯 다시 강의장으로 들어가 미소를 지으며 열정을 다해 강의를 이어갔습니다.
하지만 마음은 오래도록 복잡했습니다.


그날 저는 몸으로 배웠습니다.
왜 선배 강사님들이 “교육생이 도착하는 순간부터 눈여겨보라”고 했는지.
대부분은 문제 없는 다수였지만, 때로는 단 한 사람의 특이한 행동이 모두에게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을.


이 경험은 지금도 제 몸에 배어 있습니다.

새로운 사람을 만날 때, “이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하고 관찰하는 습관이 남아 있으니까요.


살다 보면 우리는 예측할 수 없는 사람들을 만납니다.

그 만남은 당혹스럽기도 하고, 때로는 두렵기도 하지만, 결국 나를 단단하게 만드는 계기가 되기도 합니다.


연수원에서 만난 ‘이중 국적 스파이’는 제게 그런 존재였습니다.

그리고, 그게 끝이 아니었습니다.


연수원에는 그 외에도 참 기묘하고 특별한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다음에는 또 어떤 사람의 이야기를 들려드릴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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