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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셔레이드 걸 Mar 13. 2023

또 나만 진심이지, 나만

저녁밥 메이트로 TV를 틀어놓고 밥상을 차리느라 분주하던 차였다.

그러다 유명 예능 프로그램의 게스트로 나온 잘생긴 남자 배우의 한 마디에 잠시 손을 멈추고 화면에 집중했다.


발언의 내용은 단순했다.

사람들이 흔히 하는 밥 한번 먹자, 이 말이 진심인지 그냥 인사치레인지 구분을 못하겠다-라는.


아, 나도 저랬는데.

지금이야 꽤 눈치가 있는 편이라고 생각하지만 과거의 나를 떠올리면 그야말로 눈새, 그 자체였던 시절이 있었다.


친구를 놀리며 장난치는 것을 적당한 순간에 그만두지 못해 사이가 틀어지고 부모님과 선생님의 말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 야단을 맞았다.

대부분의 농담과 진담을 구분하지 못했는데 그 둘이 반반 섞인 경우라면 더욱 최악이었다.

이렇다 보니 대놓고 돌려 까기를 당한 적도 꽤 많았는데 당시에는 못 알아듣고 뒤늦게 분통을 터뜨리거나 자책한 적이 수두룩했다.


이런 일들이 차곡차곡 쌓이다 보니 당연한 수순으로 인류애를 잃고 사람들은 나쁘다-라고 결론 내렸지만 워낙에 단순하고 게으르고 만사가 귀찮은 성격 탓인지 뭔가에 대해 깊고 오래 생각하는 것은 적성에 맞지 않아서 금세 잊어버리고 말았다.

그리고 끝내 인정하고 말았다.

그래, 나는 눈새다. 받아들이자.


눈새로 살기로 마음먹은 이후부터는 상대의 말을 어설프게 넘겨짚지 않기로 했다.

무슨 말이든 의중을 파악하는 대신 곧이곧대로 들으려고 노력한다.

솔직하게 대하되 그 솔직함을 상대방이 부담스러워하거나 거절하면 바로 멈춘다.

보이는 곳에서, 만나는 순간에 최선을 다해 잘해주지만 돌아서면 그뿐,

돌려받을 기대를 갖고 베풀지 않지만 최소한의 감사표시조차 없는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짓은 하지 않는다.

진심으로 누군가를 대하면서 동시에 나 자신도 지키는 최소한의 원칙이다.


어머, BTS 좋아하세요? 저도 아미예요.

아미들은 대개 자신을 아미라고 소개하지 않는다.

그, 그래요? 혹시 무슨 곡 제일 좋아하세요?

어... 저는 다이너마이트랑, 봄날 좋아해요.

저, 저도요. 하하! (그리고 앤써, 베스트 오브 미, 스테이, 싸이퍼3, 사람, 서울, 문, 유포리아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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