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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셔레이드 걸 Oct 02. 2023

독신이란 혼자 떠난 여행이다

명절 연휴.

비혼 독신들의 삶이 소위 떡상하는 시즌이다.

요즘은 비혼, 독신, 1인가구가 워낙 흔해서 딱히 특별할 것도 없지만 명절이면, 특히 이번처럼 긴 연휴가 앞에 놓일 때는 부러움을 사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주변의 모두가 가족모임을 비롯한 대외활동으로 동분서주할 때 나는 며칠째 씻지도 않고 하루에 30걸음도 채 걷지 않으며 점점 이불과 한 몸이 되어가는 중이다.


어제는 고작 100미터를 걸었다.

심지어 나이 든 노견과 매일 산책 3회(다리가 아파서 볼일을 본 후에는 거의 걷지 않는다) 루틴을 수행 중인데도 말이다. 

하하하!!!


누군가 혼자 사는 삶에 대해 물어오면 나는 베트남의 휴양지인 무이네로 떠났을 때를 떠올려보곤 한다.


일어나고 싶을 때 일어나서 밥을 먹고

배가 부르면 산책을 하고

더우면 풀에서 수영도 하고

그래도 심심하면 투어를 신청하고

밤에는 테라스에서 달콤한 아이스커피를 마시면서 음악을 들으며 밤하늘을 올려다보고

잠들기 전에는 침대맡 독서등을 켜놓고

애거사 크리스티 추리소설을 읽는ㅡ

그런 날들이었다.


식사의 경우 컵라면이든 샌드위치든 새우구이든 풀코스 뷔페든 그때그때 땡기는 메뉴로 때우든지 때려 먹으면 그만이었다.


다만, 배꼽 빠지게 재밌는 걸 봐도 말할 사람이 없고 정말 맛있는 걸 먹었을 때 감동을 나눌 상대가 없는 건 조금 쓸쓸하지만 그만큼 성찰의 시간이 농밀해지고 그렇게 걸러진 사유의 결괏값이 내 안에 차곡차곡 쌓이는 게 느껴져서 좋았다.


결국 모든 건 본인의 선택이다.

스스로의 취향을 정확히 파악하고 언제나 자신에게 좋은 몫을 건네야 한다.

다만, 나는 아주 간단한 방법으로 나를 즐겁게, 혹은 짜증 나게 만들  있는 최적의 사람이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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