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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생 여행자 Aug 03. 2021

가난에도 도둑이 들었다.

다행이다.

 

우리는 이사를 자주 다녔다. 이사를 자주 다니는 이유가

아빠와 엄마의 경제 사정 때문이라고도 했고 아빠에게 역마  꼈기 때문이라고도 했다.


 이유가 어쨌든 나는 초등학교만 3번을 전학 다녀서

의정부 가능 국민학교, 방학동의 신방학 초등학교, 남양주

의 초등학교와 소똥 냄새가 풍겨오던 촌 동네의 초등학교 

네 군데를 나왔다. 그것이 끝이 아니다.


 우리는 부산에서 잠시 살았고, 노량진, 마산, 창동, 방학동, 의정부, 오남리, 양지리에서도 살았었다. 그 뒤로 포천을

거쳐서 결혼 뒤에는 나와 남편만이 강북구에서 살다가 이곳으로 왔지만 부모님은 그 후로도 서너 차례 더 이사를 다니셨 다.


 거처를 하도 이곳저곳으로 옮기다 보니 다양한 집에서 산

기억이 있는데 지하방에서도 여러 번 살았다.



 

 여덟 살 즈음 파란 대문의 지하방에서 그리 길지 않은 기간을 살았을 때의 일이다. 우리 가족 모두 외출을 하고 돌아왔 데 뭔가 이상했다. 잠겨 있어야 할 문이 열려 있었고 주방과 방 사이의 바닥에는 식칼이 떨어져 있었다.   

 섬뜩함을 뒤로하고 들어가 본 방은 아니나 다를까 엉망으로 어질러져 있었다. 서랍장의 서랍은 죄다 꺼내져 있었고 옷가지가 사방으로 흩어져 있었으며, 그 작은 방을 샅샅이

헤집은 것처럼 물건들이 나돌아 다니고 있었다. 어린 눈으로 도 반갑지 않은 사람이 다녀갔다는 걸 직감했었다.


 내 기억에 그 집은 볕이 들지 않고 벽지도 제대로 발려있지 않았던 집이었다. 지하니까 음침한 분위기는 당연했지만

우리 몸집이 아주 왜소했던 것을 감안해도 세명 이상 살기에

상당히 비좁은 집이었다.

 방이 두 개라고 해도 거의 붙어있어서 방 하나를 둘로 나누 기 만 한 것 같았고 거실도 없이 요리를 할 수 있는 싱크대 만이 간신히 놓인 작고 초라한 이었다.




 내가 알기로는 가난한 집에는 도둑이 들지 않았다. 도둑도

가정 형편 봐가며 물건을 훔친다고 들었데.

 가난을 훔쳐가는 도둑이 있으면 좋을 텐데.... 비가 많이 내리는 날이면 여지없이 물이 새서 곰팡이가 생기는 음침한 집에 어쩌다 도둑이 들었을까? 거실 없이 방 두 개만 덩그러니 있는 누추한 집에  가져갈 것이 있다고 도둑이 들었을까.

 가난해도 도둑이 드는구나. 가난에도 도둑은 찾아오는구나. 


 다른 사실그렇다 치고  다행스러운 점은 우리가 있을 때 도이 들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워낙 어두운 지하방이라 아무도 없는 줄 알고 도둑이 들어왔다가 우리와 맞닥뜨리기 라도 했다면.... 끔찍한 일이었다. 다행히 아무도 다치지 않았고 여태껏 무사히 살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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