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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rahms Feb 28. 2022

라벨, 현악 4중주

라벨 - 현악 4중주

Ravel - String Quartet in F Major
(Ravel - Quatuor à Cordes)
라벨 - 현악 4중주


 프랑스의 인상주의 작곡가 라벨의 학창 시절은 참 사연이 많았습니다. 14세의 나이로 파리음악원에 입학할 정도로 뛰어난 음악적 재능을 가졌지만, 라벨은 음악원의 교육 방향과는 반대되는 행동으로 많은 교수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었죠. 라벨은 낙제를 거듭하다 결국 스무 살이 되던 해에는 음악원에서 쫓겨나기도 했습니다. 2년 뒤 1897년, 다시 파리 음악원의 작곡과로 입학한 그는 자신의 스승 ‘가브리엘 포레’를 만나게 되었습니다. 음악원장이었던 ‘테오도르 뒤부아’는 라벨과 라벨의 음악을 굉장히 못마땅했지만, 포레만큼은 달랐습니다. 그의 음악에 진심 어린 조언과 애정을 아끼지 않았죠. 
 
 하지만 3년 뒤, 다른 교수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던 라벨은 또다시 음악원에서 쫓겨났습니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라벨의 이름이 대중들에게 알려지기 시작했습니다. 그가 작곡한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 <물의 유희> 등 독특한 그의 작품들에 사람들은 주목하기 시작하였죠. 그의 <현악 4중주>또한 대중의 뇌리에 박히며, 서서히 세상에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습니다. 
 

모리스 라벨 (Maurice Ravel/ 1875. 3. 7 -  1937. 12. 28) /wikipedia

 
 현악 4중주를 생각하면, 아무래도 4악장 구조의 현악 4중주의 모습을 확립시킨 하이든이 가장 먼저 생각이 나게 됩니다. 그 뒤를 이어 많은 작곡가들이 고전 형식의 현악 4중주를 작곡해왔죠. 19세기 말, 프랑스의 작곡가 드뷔시와 포레, 라벨 또한 현악 4중주를 작곡했습니다. 이들의 작품들은 정교하고 신선한 감각으로 근대 프랑스를 대표하는 현악 4중주가 되었죠.


 파리 음악원에서 공부할 당시, 라벨은 선배 작곡가 드뷔시의 현악 4중주를 따라 자신의 현악 4중주를 써 내려갔습니다. 이 작품을 듣게 된 사람들은 의견이 분분했습니다. ‘드뷔시의 아류’라 평가하기도 하고, 한편에서는 미래가 아주 밝은 신인 작곡가라 호평을 아끼지 않았죠. 어쨌거나 이 작품을 통해 라벨은 신인 작곡가로서 더욱 이름을 떨칠 수 있었습니다. 


드뷔시(좌)와 뒤부아의 퇴출 후, 파리 음악원장으로 취임했던 포레(우) / wikipedia

  
 라벨이 처음 작곡한 실내악 음악인 현악 4중주는 4악장으로 구성되어있습니다. 음악은 우아하고 환상적인 모습이 가득하죠. 서로 다른 두 주제는 약간은 모호하고 우울한 분위기를 이끌며 나타납니다. 그리고 ‘매우 활발하고 리드미컬하게’라는 지시어를 갖고 있는 2악장이 분위기를 환기시키며 나타납니다. 리드미컬한 피치카토를 시작으로 경쾌한 멜로디는 광활하게 뻗어 나아갑니다. 느린 3악장은 고대풍의 선율과 격렬한 경과구가 나타납니다. 옛 교회 선법이 사용되기도 하였죠. 활발하고 격렬한 3악장은 반음계의 격렬한 음악으로 시작됩니다. 1악장에서 등장한 제 2주제를 재현하며 우아함을 잃지 않은 강렬한 에너지로 음악은 끝을 맺게 됩니다.

 라벨은 이 작품을 스승 포레에게 헌정했습니다. 아쉽게도 포레는 이 작품에 큰 감명을 받지 못했지만, 드뷔시는 이 작품에 대해 칭찬을 아끼지 않았죠.  드뷔시는 이 작품에 대해 라벨에게 ‘음악의 신들과 나의 이름을 걸고, 이 곡의 어느 부분도 고쳐서는 안 된다.’라는 말을 남겼다고 전해지기도 합니다. 젊은 날, 자신의 주관을 믿고 나아간 신선한 라벨의 음악을 즐겁게 감상해보시길 바랍니다.


*2악장
https://youtu.be/ZhN0RRlLhDg

하겐 콰르텟 연주

*전악장
https://youtu.be/qNVVONYkivM

부다페스트 현악 사중주단 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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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인 출처 : <String Quartet> - John Copley (1875–1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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