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신재의 「젊은 느티나무」를 읽고
V넥의 다갈색 스웨터를 입고 그보다 엷은 빛깔의 셔츠 깃을 내 보인 그는, 짙은 눈썹과 미간 언저리에 약간 위압적인 느낌을 갖고 있었으나 큰 두 눈은 서늘해 보였고, 날카로움과 동시에 자신(自信)에서 오는 너그러움, 침착함 같은 것을 갖고 있는 듯해 보였다. 전체의 윤곽이 단정하면서도 억세고, 강렬한 성격의 사람일 것 같았다. 다만 턱과 목 언저리의 선이 부드럽고 델리킷하여 보였다.
‘키도 어깨 폭도 표준형인 듯하고……. 흐응, 우선 수재 비슷해 보이기는 하는걸…….’
하고 나는 마음속으로 채점을 하였다.
'오빠.'
그것은 나에게 있어 무리와 부조리의 상징 같은 어휘이다.
그 무조리와 부조리에 얽힌 존재가 나다.
내가 잠시 지녔던 유쾌함과 행복은 끝내 나의 것일 수는 없고, 그것은 그대로 실은 나의 슬픔과 괴로움이었다는 기묘한 도착을, 나는 어떻게도 처리할 길이 없다.
확실히 내가 느껴온 기쁨과 즐거움은 이런 범주 내에서 허용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에게서는 언제나 비누 냄새가 난다.
아니 그렇지는 않다. 언제나, 라고는 할 수 없다.
나는 어떻게 하면 좋을까.
밤에 우리는 어두운 숲 속을 산보하였다.
어두운 숲 속에서 우리는 손을 잡고 걸었다.
그리고 나는 그에게 안겨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