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뽀 후 첫 급여로 약 200만 원을 쓴 건에 대하여
사실 할부 10개월이지만, 울 아빠도 내 생일에 거의 같은 할부를 하셨던 기억이 난다.
5년 전에, 갑자기 로직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생일선물로 무려 맥북 pro 2017년형을 요구한 적이 있었다. 그 이전 노트북을 10년을 썼기 때문인지 울 아빠는 선뜻 200만 원을 긁어주셨다... 무이자 10개월이 최대라는 말에 10개월 할부로 긁어주셨는데, 5년 만에 내가 엄마아빠를 위해서 무이자 10개월 할부를 하게 된 날이 온 것이다... 어제 발급된 신용카드가 실물로 도착도 안 했고, 발급된 지 단 하루 만에 한을 풀 듯 즉시 긁어버리고 말았다. 그 쾌감은 상당했고, 내 안에 결여되어 있던 부분이 비로소 채워지는 기분이었다.
나는 남에게 베풀며 자존감을 채우는 성격이다. 물론 나 자신에게 베푸는 것도 좋아하지만, 나는 '선물을 주는 나'에 취해있는 경향이 있다. 소중한 사람들이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는 것도 당연히 즐겁다. 그러나, 그 순간보다 '내가 선물을 구매하는 순간'을 더 즐기는 성격이라는 것을 오늘 다시금 경험했다. 나는 이런 내 모습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선물을 주는 멋진 나'에 취하기보다는 선물을 주는 행위 그 자체에 더 큰 기쁨을 두고자 노력하려고 한다. 그래서 평소처럼 결제 내역을 인스타 스토리로 자랑한다거나, 주위 사람들에게 이런 큰 선물을 하는 '멋진 나'에 대해서 떠벌리는 일을 최대한 줄였다. 나중에 주위에 자랑하더라도, 가족들과 먼저 이 행복을 즐기는 것을 우선시하기로 내 자신과 약속했다.
졸업유예 후, 반년 만에 정말 운 좋게 원하는 방향으로 커리어를 쌓기 시작했다. 예전에 빅뱅을 좋아할 때, 내 첫사랑(ㅋㅋㅋ) 권지용이 그냥 하고 싶은 일을 계속했더니 돈은 자동으로 따라왔다고 했다. 중학생이었던 나는, 남들처럼 학원뺑뺑이를 하며 '학생이라는 죄로 학교라는 교도소에 갇혀 졸업이라는 석방을 기다리는(밈)' 삶을 있었기 때문에, 그 말이 마치 재능 있는 사람의 기만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불안이 많고 남들의 말에 잘 흔들리는 성격이라 정말 많이 돌아왔지만, 현재 나는 내 기준 매우 이상적인 삶을 살게 되었다. 물론 인생의 2~3안쯤 되지만, 그게 어디인가... 권지용씨가 했던 말이 요즘 계속 귀에 맴돌며 힘이 난다. 조금 빡세더라도, 내가 재밌게 느끼는 일을 욕심내서 계속하다 보니 돈이 정말 자동으로 따라오더라... 나를 여러 방면으로 도와준 소중한 친구들에게 압도적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예상보다는 반년이나 늦긴 했지만, 엄마아빠의 거지 같은... (무려 갤럭시 S9+와 갤럭시 이름도 기억 안 나는 A 시리즈) 폰을 바꿔드릴 수 있는 이 기쁨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심지어 엄마는 갤럭시 S 시리즈를 S3 이후로 처음 써보시게 될 것이다. 그동안 아빠, 아니면 다른 가족 구성원에게 양보하기 위해 갤럭시 보급형 시리즈만을 고집하셨는데... 그 점을 동생이 특히 못마땅해했다. 동생도 울 엄마의 보급형 스마트폰 탈출을 기념하고자 폰 케이스와 강화유리 필름을 주문했는데, 작게나마 보탬이 돼서 든든했다.(ㅎㅎ) 이렇게 큰 선물을 해드리는 것은 처음이라, 쿠팡 새벽 배송 올 때까지 날 밤을 꼬박 새우고 말았다. 내일 아침에 동생과 함께 드릴 예정인데, 반응이 어떨지... 너무나 기대되는 순간이다. 이 기쁜 순간을 앞으로도 계속 기억하며 내가 더욱더 일을 열심히 할 수 있는 큰 원동력이 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