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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까망나비 Aug 17. 2022

새로운 운동

나는 혼자 하는 운동을 좋아한다. 걷기, 달리기, 수영, 짐에서 하는 운동. 팀으로 하거나 짝이 있어야 가능한 운동은 하지 않는다. 일단 누군가와 스케줄을 맞추려면 매일 운동하기가 어렵고, 게임을 해야 하는 운동이면 졌을 때 의기소침해져서 정신건강에 해롭다. 무엇보다도 여럿이 운동하게 되면 운동보다 말을 더 많이 하게 되더라. 쓸데없는 가십이 생기기도 하고. 꼭 혼자 운동하겠다고 다짐한 건 아니지만 마음이 가는 쪽으로 흘러가다 보니 이렇게 되었는데. 그런데. 


골프 연습을 시작했다. 골프란 모름지기 짝을 맞추어하는 운동이 아니던가 말이다. 그동안의 운동 패턴을 어쩔 수 없이 깨는 일이 발생하고 말았다. 아는 분이 내 생애 첫 라운딩을 9월의 어느 날로 잡아버리는 바람에 민폐를 끼치지 않기 위해 연습을 시작한 것이다. 그동안 골프를 시작하라는 소리를 골백번을 들었어도 네, 네 하며 귓등으로 흘렸는데 띠동갑 어른이 '머리를 올려주겠다'라고 나서는 데는 도리가 없더라.


스무 살 시절에 생애 처음 볼링장에 따라가서 어느 팀도 나를 받아주지 않는 수모를 겪은 이후, 팀 운동에 참여할 경우 반드시 연습을 충분히 해야 한다는 교훈을 얻었다. 이번 골프는 같이 가는 분들이 모두 구력이 20년이 넘으신 남자분들이니 내가 골프를 발로 치든 손으로 치든 크게 괘념치 않겠지만 민폐는 되지 말아야 한다는 나름의 목표를 세웠다. 첫 라운딩이 이미 민폐라면.. 할 말이 없다. 굳이 핑계라면 내가 자원한 라운딩은 아니라는 것. 


여하간 한 달 여 전부터 골프 연습장에서 레슨을 받기 시작했다. 20분 레슨을 포함, 한 시간가량을 매일 골프 클럽을 휘둘렀는데 이 주 하고서는 몸져누웠다. 병원에 가서 수액을 맞고 살아났지만 너무 무리하지는 않기로 했다. 건강하자고 하는 운동인데 앓아누우면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주중에는 일하고 주말만 가서 하다가 다시 슬슬 매일 출석하는 스케줄로 바꾸는 중이다.


그 와중에 짐에서 입는 옷을 골프 연습장에서 입을 수는 없다는 걸 깨닫고 옷을 사 모아 놓았다. 인스타에서 흔히 보는 엉덩이가 보일 듯한 스커트는 도저히 아닌 것 같아서 주로 바지류로 모았다. 클럽은 나중에 사도 골프화는 당장 사야 한다기에 그것 역시 빠르게 구매를 마쳤다. 나의 골프 선생님은 시종일관 '여자는 스윙폼이 좋아야 돼요'라는 말을 벌써 여러 번 했는데 '왜 여자만요?'라고 물으려던 것을 일단 참았다. 보는 눈이 없으니 나아지고 있는지 어쩐지 모르고 선생님이 시키는 대로만 하는 중이다.


 오늘 아침에는 갑자기 유튜브에서 보던 것과 비슷해 보이는 포즈가 되는 것 같았다. 흥이 났다. 어쩌다가 공이 딱 페어웨이 중간에 떨어지기도 했다. 살짝 재밌긴 한데, 겨우 공 잘 맞는 재미 보겠다고 골프를 하는 건 아니겠지. 뭔가 더 흥이 나는 게 있으니까 열심히들 필드에도 나가고 하는 것이겠지. 사실 큰 재미를 기대하고 있다. 엄청 재미있지 않고서야 어떻게 골프 시작하라는 얘기를 남의 귀가 닳도록 하겠으며 주말마다 골프장 뙤약볕 아래서 몇 시간씩 서 있는 수고를 하겠느냐는 말이다. 달리 말하면, 재미만 없어봐...라고 생각하는 중인 것이다. 


골프연습장 출석에 매진하느라고 다른 운동은 다 접었다. 스윙 연습이 그간의 운동을 대체할 수 있겠는가 싶었는데, 스윙 연습만으로도 숨이 차고 옷이 위아래로 흠뻑 젖는다. 하고 나면 기진맥진한 건 물론이고.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가 싶은데, 나와 라운딩을 하게 될 그 세 어른이 입을 모아 말했다. 매일 연습해야 한다고. 일단 믿어 보고. 첫 라운딩 후에 그다음 얘기해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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