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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와이파이 Jan 10. 2024

이우학교의 '원래'

이지인


“당신은 왜 ‘이우’를 선택하였는가?”

이우(以友)는 논어의 ‘以文會友 以友輔仁’(학문으로 벗을 모으고, 벗으로써 서로의 인덕을 돕고 더한다)에서 따온 말이다. 이는 학생들의 관심과 애정이 눈길이 가까운 학우나 동료에만 머물지 않기를 바라며, 인간의 존엄성을 누리지 못하는 모든 소외된 이웃과 동포들, 전쟁과 기아의 공포에 시달리는 인류, 나아가 인간의 오만과 위세에 눌려 차츰 사라져 가는 동식물과 미생물에게까지 퍼져나갈 수 있기를 바라는 소망에서 비롯되었다.


이우(以友)는 본질적으로 상생(相生)을 추구한다. 학교가 설정한 이우(以友)의 의미는 험한 세상을 환하게 빛내 주는 우정을 영상화한 압바스 키아로스타미 감독의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에서 영감을 얻었다. 학생들이 이 학교에서 무엇보다도 마음의 문을 활짝 열 수 있는 친구를 만나고, 스스로 그런 친구가 되라는 뜻이다. 또한, 성적으로 줄 세우는 기존 학교의 풍토를 비판하며, 그런 의미에서 각 학생들의 개성과 인격을 존중하고, 그들 상호 간에 경쟁이 아닌 협력 관계를 형성하겠다는 다짐이다.



현재 이우학교는 학교의 철학과 청소년의 감각을 반영한 로고를 사용하고 있다.

초록색의 도형은 생태적 가치와 더불어 성장하는 학교 공동체를 상징하며,  '이우' 상호의존과 협력의 관계를 의미한다.


이우학교는 학교의 모태(母胎)이자 설립 주체인 ‘이우교육공동체’를 통해 2003년 9월 1일 1기 입학식을 치르며 개교하였다. 소수 재력가의 재산에 의해 학교가 설립될 경우, 학교 운영에 있어 소수에 의한 독단의 가능성이 존재하기에 100명의 공동설립자가 재산을 출연하여 학교 설립의 공동 주체가 되었다. ‘이우교육공동체’는 이우학교 설립에 필요한 재정을 마련하였고, 개교 후에도 지속적으로 학교 운영을 지원하며 이우(以友) 설립이념과 교육 목표가 온전히 실현될 수 있기를 도모하였다.


한편, 이우(以友)가 말하는 ‘더불어 사는 삶’은 단순히 ‘함께 살아감’이라는 뜻에 국한되지 않는다. 이는 공교육의 취약함과 더불어 우리 사회의 문제점과도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이우 교육 공동체 창립 선언문’에 따르면 이러하다.


“90년대 초부터 뜻있는 분들이 공교육의 위기를 극복할 대안을 마련하자는 취지에서 대안 학교 운동을 전개해 왔습니다. 그 결과 전국 11곳에 대안 학교가 설립되어 교육계에 새 바람을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하지만 재정 문제 등의 장벽으로 인해 정작 교육 문제가 가장 심각한 대도시 지역에 문을 연 곳은 아직 없습니다.

이에 우리는 공교육이 개혁되기만을 넋 놓고 기다릴 수 없다고 판단한 끝에 각계각층의 뜻있는 이들의 힘을 모아 ‘이우교육공동체’를 창립합니다.

우리는 21세기의 시대적 과제를 해결하는 데 한몫을 해낼 수 있는 학생을 선발하여, 21세기의 현실 속에서 나와 다른 ‘남’과 더불어 살아갈 수 있는 상생(相生)의 지혜를 터득한 사람으로 기르고자 합니다.”

이우학교는 ‘21세기 더불어 사는 삶의 실현’을 목표로 2003년 설립되었다. 하지만 2013년, 학교설립 10주년 기념행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향후 10년의 방향을 수립하기 위한 새로운 비전 설정의 필요성이 제기되었고, 다양한 주체들의 논의를 거쳐 2014년 새로운 비전과 미션을 설정하였다.

[이우학교의 비전과 미션 핵심가치]

현재 학생들이 이우학교에 대해 오해하고 있는 큰 사실은 이우가 이상만을 추구하며 과거에 머물러 있는 교육을 지향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틀렸다. 이우학교가 추구하는 공동체적이고 생태적인 삶의 가치는 근대 과학 문명에 대한 근본주의적 부정을 뜻하지 않는다. 오히려 과학기술의 가치와 창조적 역할을 중시하고 적극적 활용을 권장한다. 다만 이를 활용함에 있어서 그것이 경제적·사회적 불평등을 심화시키게 되진 않을 지에 대한 성찰이 함께 이루어져야 함을 말할 뿐이다.



학교는 ‘미래세대의 삶을 준비하는 이어야 한다는 이념에 따라 이우(以友) 학교를 기존 지식과 가치문화를 전수하는 공간이 아닌 미래사회에서 요구되는 역량과 자질을 배우고 훈련할  있는 곳으로 만들어 나가고자 한다. 그러므로 다양한 사회적 기업, 협동조합, 시민단체, 학습공동체 등의 형성과 협력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또한  가능성이 확대되는 만큼, 학생들이 미래에 대한 불안감에서 벗어나 실험과 상상의 주체로 성장하기를 목표로 두고 있다.

[세 학년 이야기장 주제 선택 설문 결과 ]

한편, 최근 학교 안에서는 이우의 가치와 배움, 갈등을 해결하는 방법 등에 의문을 제기하는 학생이 증가하고 있다. 이는 총학 연결부에서 실시한  학년 학자 이야기장 수요조사에서도 하게 나타나는데,  7~15프로를 기록하는 대부분의 항목과는 달리 ‘이우 학교의 원래라는 주제에서만 20프로가 넘는 응답률을 보였다. 주요한 문제상황은 이러하다. “학생과 교사가 “원래 틀에 갇혀있는  같다.”, “문제의식을 강요받는 느낌이 자주 든다.” “올해 “원래 그랬다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 이러한 문제상황은  가지 관점으로 해석될  있다.  , 이우의 교육 철학이  이상 유효하지 않다. 둘째, 현재 학교에 다니는 학생과 교사가 이우의 교육 철학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지 않다. 따라서 이가 제대로 적용되고 있지 않다.

                                                                        

당신은 이러한 ‘이우(以友)’ 가치가 올바른 방식으로 퍼져나가고 있다고 생각하는가?


당신은 이우(以友)의 가치에 동의하는가? 혹은 동의하지 않는가? 이우에 다니며 이우의 가치에 모두 동의해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분명 동의하지 않는 지점이 있을 수 있고, 그것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는 것 또한 자유의 영역이다. 하지만 문제는 이러한 의사를 표현하는 과정에서 드러난다. 학교 가치에 반하는 인스타 계정을 만들고, 대자보에 욕을 쓰는 것은 올바른 ‘발화’의 방식이 아니다. 더군다나 이는 ‘비판’보다는 ‘비난’에 가깝게 들린다. 이러한 메시지는 더욱 성숙하게 표현되어야 한다. 우리가 진정으로 생각해야 할 지점은 ‘무엇이 잘못되었는지’가 아닌 ‘어떻게 바로 잡을 수 있을지’이다.



출처: 이우학교 홈페이지 https://www.2wo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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