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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착길 Mar 29. 2024

뒤집어 보니



꽃,


주방 한 구석 그릇에 담긴

꽃송이들이 반짝


어머,


아이들 입 쏙쏙 들어가고

남은 꼭지들이 글방 


세상에,


바람이 을 부려

아이들 코와 목 붓고

우리 집 그릇 속엔


꽃,


뒤집어 보니 






처음 만 이 순간 마음이 멈춥니다. 

딸기를 식초 떨군 물에 담가 깨끗이 씻은 후,

아이들 입에 맞게 꼭지를 자른 모습입니다.

평소보다 후하게 남겼는지 빨간 부분도 있네요.

아무 생각 없이 씻어 자르고 남 꼭지들이,

그중 뒤집어진 꼭지들이 제 눈엔 꽃이었습니다.

일단 찍어놨지요. 그리고 다시 봅니다.

따서 버리고 잊어버릴 꼭지가 꽃으로 보이

요즘 자주 다투게 되는 아들이 보입니다.

주로 게임하는 시간과 태도로 인해서 그렇습니다.

아들의 꼭지를 보며 뭐라 뭐라 잔소리 잦습니다.

밝은 미소와 굴하지 않는 생명력은 보이지 않고

온통 따서 버릴 꼭지 같은 부분만 보입니다. 

이상하게 이 꽃을 본 뒤로는 아들과 덜 부딪힙니다.

뒤집어 보 돌려보고 싶어지기도 합니다.

보다 보니 이 꽃의 자리는 열매가 맺히기 전의  

꽃자리였네요. 본래 꽃이었군요. 이미 꽃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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