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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착길 Jan 19. 2021

생의 소리

별처럼 내게 온


따뜻한 봄

안으로 들어

열 달을 한 몸이다

차가운 겨울 새벽

밖으로 나와서

품에 안기지 못하고

거꾸로 발목 잡힌 채

멀어져 간다


이건 뭐지

디지 

아기는 어

왜 울지 않



멈춰버린다



한참이 지나도록

울음소리는 들리지 않고

찰싹찰싹 소리만 들리고

정신은 또렷해


세상으로 나온 아기의 고요가

이토록 무섭고 상할까

온갖 주문을 다 외운다


하늘이 도왔을까 아기가 이겨냈

멀리서 들려오는 우렁찬 울음소리

자기의 존재를 알려주는 그 소리가

얼마나 반갑고 고마운지

그제야 함께 울버린다


일주일이 지나서야

품으로 돌아온 아기는

만나기 전까지 열심히 연습한 듯

땀 뻘뻘 꺼이꺼이 모유를 흡입한다

조금 늦게, 강한 모성을 실감한다


까만 새벽마다 울어재끼는 소리

아기의 쩌렁쩌렁한 울음소리

살아 있다는 그 소리가

얼마나 반갑고 고마운지

이제는 지그시 웃는다




울기만 해도 고마웠고 웃기도 잘해서 기특했단다.

내 안으로 온 순간부터 그랬단다. 너의 모든 소리가 반갑고 애틋하고 사랑스러웠단다.


네가 나오기 직전 우주 속에 있는 듯 수많은 별들이 보였어. 신비스러운 기분에 휩싸인 채 정신이 몽롱해지다가 너를 볼 수도 만질 수도 없게 되니 정신이 또렷해졌. 일주일 만에 돌아온 너는, 그래서  신비한 존재란다. 작은 아기가 스스로 자라서 내게 왔으니 얼마나 기하겠니.


그래서 네가 별 같았나 보다. 나만의 스타. 별 같은 내 아들. 난 구석이 많아 당혹스러울 때가 많지만 지나고 보면 참신한 경험들로 기억되고 웃음이 나. 울게 했지만 결국 웃게 한 일이 더 많은 *레드 다이아몬드 같은 내 새끼. 게 와줘서 반갑고 이만큼 자라줘서 고마워. 부족한 엄마지만 너를 포근하게 품을 수 있도록 더 넓고 따뜻해질게. 사랑한다는 말보다 더 한 게 있다면 그 말처럼 너를 아낀단다. 앞으로도 건강하게만 자라 다오. 너를 만나 시작된 나의 기도가 영원히 너를 지켜주기를.


열 살이 되면 너에게 어떻게든 고마움을 전하고 싶었어. 건강한 열 살 소년이 되어주어 고마워. 스무 살의 너는 어떤 모습일까. 상상만 해도 웃음이 나. 나를 웃게 하는 나만의 스타. 사ㆍ랑ㆍ해!



*레드 다이아몬드 같은 내 새끼 : 지난 추석 때 함께 본 영화 속에서 (엄마가 딸을 보고 금쪽같은 내 새끼라고 부르니) 아들이 자기는 레드 다이아몬드 같은 내 새끼라고 불러달라고 했던, 그 뒤로 우리집에서만 부르는 아들의 별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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