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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년 12월, 시를 읽고 갑자기 든 생각

by 글쟁이 오리

독일에서 1년의 시간을 보내고 한국으로 돌아갈 준비를 하던 때였습니다. 나는 나의 베이지색 캐리어에 독일어로 된 책이 없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나는 그 길로 U반을 타고, Felix Jud라는 이름의 서점을 방문했습니다. 시집 한 권을 사기 위해서였습니다.


그곳에서 나는 토마스 베른하르트의 시, Hinter den Bäumen ist eine andere Welt / 나무 뒤엔 다른 세상이 있다를 읽었습니다.


어린 내가 잃어버린 세계, 나의 부모님이 청춘을 바쳐 잃었을 세계. 우리가 떠내 보낸 많은 생명과 우리를 떠나간 사람들. 나무 뒤에는 그렇게 비탄과 죽은 자와 잃어버린 세계가 존재합니다. 어떤 풀은 슬픔의 맛이 나고, 어느 날의 달에선 죽음의 냄새가 풍겨옵니다. 어제의 어떤 것도 남아 있지 않은 이 세계는 나무 뒤뿐만 아니라 언덕 뒤에도, 산, 바다, 그리고 하늘 뒤편에도 존재할지 모릅니다.


어떻게든 우리는 여러 세계를 떠나보내며 또 다른 세계의 죽음을 맞이합니다. 또한 나의 죽음도 그 세계 중 하나가 되어 나무 뒤편으로 사라지겠지요. 그러나 우리 인간은 그 세계가 어디 있는지 알기에, 오늘의 나무 뒤편에도, 그다음 날의 언덕 뒤편에도 또 다른 세상이 있기에, 계속 살아가야겠습니다. 가끔씩 여기저기를 빼꼼 들여다보며 말이죠.


요즘 주변에서 여러 소식이 들려옵니다. 누군가는 부고를 알리고, 누군가는 경사를 알립니다. 어떤 먼 나라에선 전쟁이 일어나고, 또 어떤 나라에선 축제가 시작되었을 수도 있겠습니다. 여기저기를 빼꼼 들여다볼 때마다, 그곳엔 분명 다른 세계가 있습니다. 그리고 이 '다른'은 우리가 존재하는 세계와 그 세계의 차이를 조명하는 unterschiedlich의 다른이 아니라, 또 하나를 뜻하는 다른, ander를 의미합니다. 우리가 신경 써야 할 또 하나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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