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이유 없이 기분이 안 좋은 날이 있다. 내가 계획한 일들이 마음대로 풀리지 않고 하고자 했던 일들에서 성과가 나지 않을 때 모든 것이 답답하고 짜증스럽게 느껴진다. 특히 아무리 애를 써도 일이 풀리지 않을 때는 내가 뭔가 잘못한 것도 아닌데 왜 이렇게 꼬이는 걸까 싶고, 하나도 제대로 되는 게 없다는 생각이 든다. 이런 순간이 찾아오면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일이 한꺼번에 몰려드는 것처럼 느껴져 어디서부터 문제를 해결해야 할지조차 막막해진다.
나도 이런 날이 있다. 과거에는 이럴 때 스트레스를 푸는 방식으로 술을 마시거나 한숨 자고 나면 나아질 거라고 기대하곤 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그런 방법이 오히려 몸을 망치거나 기분을 더 무겁게 만든다는 걸 깨닫게 됐다. 그 이후부터는 마음의 상태가 좋지 않을 때, 차라리 운동을 하며 풀려고 했다. 한참 뛰거나 수영을 하고 나면 기분이 한결 가벼워지곤 했기 때문이다. 또한, 기분을 풀기 위해 글을 쓰기도 한다. 글로 감정을 털어놓으면 나도 모르게 숨겨왔던 생각들이 정리되고 마음이 가벼워진다.
하지만 모든 경우에 운동이나 글쓰기가 효과를 주지는 않았다. 아무리 노력해도 불안하고 답답한 마음이 쉽게 가라앉지 않을 때도 있었다. 그럴 때는 어쩌면 다른 방법이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주변의 사소한 일들부터 하나씩 정리해 보기로 했다. 방 청소를 하고, 이불을 개고, 책상을 정리하고, 설거지를 하는 등 작지만 삶의 기본적인 것들을 하나씩 정돈해 나가기 시작했다.
이렇게 주변을 정돈하다 보면 신기하게도 머릿속이 차츰 맑아지는 느낌이 들었다. 아주 사소한 것부터 하나씩 깔끔하게 해내다 보면, 기분이 조금씩 풀리기 시작하고 나중에는 가슴이 뻥 뚫린 것 같은 개운함을 느낄 수 있었다. 이런 경험을 통해 나는 기분이 안 좋을 때는 주변 정리가 제대로 되어 있지 않을 때가 많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삶이 흐트러져 있을 때, 마음 또한 정돈되지 않음을 깨닫고는 이러한 기본적인 정리가 단순히 외부를 깔끔하게 만드는 것을 넘어 마음에 평온을 가져다주는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주변 정돈이 마음에 주는 힘
얼마 전에도 회사와 집에서 여러 일로 마음이 무거웠던 날이 있었다. 운동을 해보면 괜찮아질 것 같아서 동네 운동장에 나가 5km를 뛰었지만 뛰고 나서도 마음은 가라앉지 않았다. 왜 이리도 답답한 걸까 생각하며 집으로 돌아왔는데, 문득 방 안이 흐트러져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옷이 바닥에 흩어져 있고 책상이 정리되지 않은 채로 물건들이 여기저기 널브러져 있었다. 아무리 운동으로 스트레스를 풀어보려 해도 이처럼 내 주변 환경이 흐트러져 있다면 마음이 제대로 편해질 리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운동 후 씻고 나서 방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이불을 가지런히 개고, 옷을 서랍에 넣고, 책상 위 물건들을 자리에 맞게 놓았다. 신발을 정리하고, 어질러진 물건들을 제자리에 두기 시작했다. 한 가지씩 해나가다 보니 어느새 방 안이 정돈되었고 마음도 한결 가벼워졌다. 정리가 끝난 뒤 방 안을 바라보니 새로운 에너지가 솟아나는 느낌이었다. 어쩌면 내가 원하던 것은 큰 변화나 극단적인 탈출이 아니라 바로 이 작은 정돈에서 오는 평온함이었을지도 모른다. 이후에도 답답함이나 스트레스가 몰려올 때면 주변을 정리하는 일을 시도해 보았다. 그리고 몇 번이고 같은 결과를 경험했다. 간단한 정리만으로도 삶에 새로운 기운이 들어서고 마음이 가뿐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작은 정리로 큰 변화
이 경험을 통해 알게 된 것은 주변이 정돈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내가 하는 다른 노력들도 효과를 발휘하기 어렵다는 사실이다. 환경이 정리되지 않으면 나의 마음 역시 흔들리고 분산되기 마련이다. 반대로 내 공간이 정리되어 있을 때 마음속의 불안감과 답답함이 풀리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주변을 정돈한다는 것은 청소의 의미를 넘어선다. 흐트러진 환경을 정리하는 동안 내 마음도 자연스럽게 정리되고 그동안 쌓였던 감정들이 조금씩 해소된다. 특히, 내가 당장 해결할 수 없는 문제들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을 때 정리 정돈은 작은 성취감을 준다. 신기하게도 방 한쪽을 깨끗하게 정리하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한결 가벼워지고 내 삶이 잘 정돈되어가고 있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그렇게 되면 어떤 문제도 크게 부담스럽게 느껴지지 않는다.
실제로 주변 정돈을 하고 나면 마음이 가벼워진 덕분에 일을 한결 차분하게 다시 접근할 수 있고, 계획도 더 명확하게 세워진다. 마치 뒤엉켜 있던 실타래가 하나씩 풀리는 듯한 느낌이다.
내 주변부터
힘들고 지칠 때,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려고 애쓰기보다는 내 주변을 돌아보고 작은 정리부터 시작해 보는 것은 어떨까? 예를 들어 책상 위에 쌓인 서류를 정리하거나, 가방을 정돈하거나, 신발을 깔끔하게 정리하는 것부터 말이다. 이 작은 일들이 주는 성취감이 쌓이면 어느새 큰일도 한결 수월하게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이 생긴다.
또한 이런 작은 변화들이 반복되다 보면, 더 이상 주변의 흐트러짐이 눈에 거슬리지 않게 된다. 스스로 내 주변을 깔끔하게 유지하고자 하는 습관이 생기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결과로 얻게 되는 평온함이 나의 하루와 삶을 보다 윤택하게 만들어준다. 이것이 바로 작은 정돈의 힘이다.
기분이 좋지 않을 때, 크고 무거운 문제들을 바로 해결하려고 애쓰기보다 작은 정리와 정돈으로 나를 돌보는 일부터 시작해 보자. 정리된 공간에서 새로운 에너지를 얻고 마음을 가볍게 한 채로 다시 일에 집중할 수 있을 것이다. 이 방법이 내 삶의 모든 문제를 해결해 주지는 않겠지만, 적어도 기분을 리셋하고 마음의 무게를 덜어주는 힘이 있다.
앞으로도 기분이 좋지 않을 때마다 나는 이 방법을 떠올리며 작은 정돈을 통해 다시금 마음의 중심을 잡고자 한다. 그러니, 여러분도 혹시 힘든 일이 있거나 마음이 복잡할 때 내 주변을 돌아보고 필요한 정돈을 해보길 바란다. 그 작은 변화가 여러분의 하루를, 그리고 여러분의 삶을 조금 더 평온하고 행복하게 만들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