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 보면 무엇이든 빨리 이루고 싶다는 마음이 생긴다. 눈에 띄는 성과를 기대하고, 남들이 앞서가는 모습을 보면 마음이 조급해진다. 뒤처진 듯한 기분에 스스로를 채찍질하며 조금이라도 더 빨리, 조금이라도 더 멀리 가야 한다는 압박감에 시달린다. 하지만 그럴수록 점점 지치고 힘이 빠진다. 결국 조급함은 우리의 발걸음을 멈추게 만들기도 한다.
얼마 전, 정신과 의사이자 작가인 가바사와 시온의 아웃풋 트레이닝이라는 책을 흥미롭게 읽었다. 이 책의 핵심은 단순히 지식과 정보를 쌓는 ‘인풋’이 아니라, 그 지식을 실제로 표현하고 활용하는 ‘아웃풋’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많은 정보를 얻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우리가 아무리 책을 많이 읽고 강의를 들어도 그것을 실제로 사용해 보지 않으면 삶에 큰 변화가 일어나기 어렵다.
예를 들어, 책을 읽고 나서 그 내용을 누군가에게 설명해 보거나 글로 정리해 보는 것이 바로 아웃풋이다. 이런 과정을 통해서야 비로소 그 지식이 내 것이 되고 내 삶에도 의미 있는 변화가 찾아온다. 쌓아둔 인풋을 어떻게 활용하고 실천할 것인가에 달려 있다는 메시지가 깊이 와닿았다.
이 책의 주된 내용은 아웃풋을 중요시하는 이유와 방법에 대한 것이었지만, 특히 기억에 남았던 것은 ‘100-300-1,000의 법칙’에 대한 이야기였다. 저자가 블로그를 성공시키기 위해 설명한 이 방법은 매일 글을 써서 블로그에 올리면 글이 100개, 300개, 1,000개쯤 쌓일 때마다 블로그 방문자 수가 눈에 띄게 늘어난다고 설명했다. 처음에는 방문자가 거의 없던 블로그도 글이 100개를 넘어서면 꾸준한 방문자가 생기고 300개를 넘으면 검색 엔진에 노출되기 시작하며 1,000개를 채우면 누구나 볼 수 있는 인기 블로그로 성장한다는 것이다.
이 글을 읽고 나서 나도 ‘꾸준함’의 힘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사실 무슨 일이든 한 번에 성과를 내고 싶은 마음이 있다 보니, 조금만 결과가 더디면 지치거나 포기하고 싶어질 때가 많다. 그런데 이 책을 통해 깨달은 것은 크고 작은 성과들이 모두 시간의 축적에서 온다는 사실이었다. 어느 날 갑자기 눈에 띄는 성과가 나타나는 게 아니라, 매일 조금씩 쌓아가는 작은 노력이 점차 커져 결국 큰 성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이는 우리 일상의 다양한 영역에 적용할 수 있는 중요한 메시지였다.
최근 팀장님이 새로운 프로젝트를 수주하셨다. 요즘처럼 업계 상황이 어려운 때에 연말을 앞두고 이룬 성과라 팀원 모두가 큰 기쁨을 느꼈고, 나 또한 그 기쁨을 함께 나누었다. 하지만 마음 한편에는 "나는 언제쯤 저런 성과를 이뤄낼 수 있을까?"라는 조바심이 생겼다. 남들이 앞서가는 모습에 나도 어서 그만큼 이루고 싶다는 마음이 자연스럽게 들었던 것이다. 그런 조급함 속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고민하고 있던 차에 팀장님의 말이 나를 돌아보게 만들었다.
그날, 팀장님은 동료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며 "이 발주를 받기까지 3년이 걸렸습니다. 오랜 기간 동안 함께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말씀하셨다. 그 한마디에 그가 얼마나 오랜 시간 동안 묵묵히 준비해 왔는지, 그 기다림 속에서 얼마나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는지 느껴졌다. 그제야 나는 깨달았다. 성과는 단지 한순간의 행운이 아니라는 것을 말이다. 성과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었다. 그것은 차곡차곡 쌓아온 노력의 결과이며, 오랜 시간 기다림과 인내의 축적이었다. 그제야 나의 조급함도 조금은 가라앉았다.
다음 날, 고객을 만나러 가는 길에 동료와 그 이야기를 나누며 웃으며 물었다. "저는 언제쯤 저런 성과를 얻을 수 있을까요?" 동료는 웃으며 "차장님은 아마 2027년쯤 되지 않을까요? 팀장님도 3년 걸리셨으니까. 3년은 걸리시겠죠."라고 대답했다. 예상치 못했던 '2027년'이라는 말에 나도 모르게 웃음이 터졌고, 그 순간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나는 급히 성과를 내야 한다는 부담을 내려놓고, 기다림의 시간도 필요하다는 사실을 다시 깨달았다. (물론 회사가 기다려준다는 전제하에...^^)
생각해 보면 우리는 모두 빠른 성과를 원한다. 무언가 눈에 띄는 결과가 빨리 나타나길 바라며, 남들처럼 빠르게 성공하고 싶어 한다. 하지만 사실 성과는 오랜 시간 꾸준히 준비한 사람에게 천천히 찾아오는 법이다. 준비하는 과정이 있어야 하고 기다림이 있어야 한다. 무엇보다도 하루하루 쌓아가는 작은 노력들이 큰 성과로 이어진다. 어쩌면 지금 내게 필요한 것은 바로 이 기다림의 시간일지도 모른다. 성과를 얻기 위해 마음을 조급하게 먹지 말고, 내가 할 수 있는 작은 것들을 하나하나 쌓아가다 보면, 언젠가 나만의 성과를 만날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 생겼다.
지금 당장의 성과가 없다고 해서 절망할 필요는 없다. 지금 내가 하는 작은 노력들이 차곡차곡 쌓여 언젠가 그 자체로 빛을 발하게 될 것이다. 급하게 성과를 기대하지 않고, 하루하루 쌓아가는 시간을 믿어보는 것. 그렇게 기다림 속에서 나만의 성과가 피어나길 기대하며 오늘도 한 발 한 발 걸어가는 것. 그것이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라는 생각이 든다.
마음속에 자리 잡고 있던 조급함을 내려놓고 보니 매일 내가 하는 작은 노력 하나하나가 소중하게 느껴지기 시작한다. 매일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지금은 그저 작은 씨앗에 불과하지만 언젠가는 이 씨앗이 큰 나무로 자라날 것이라는 믿음이 생긴다.
기다림의 시간을 두려워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하루하루 조금씩 쌓아가다 보면 언젠가 내가 꿈꾸던 성과를 마주할 순간이 찾아올 것이다. 중요한 것은 지금 내가 나아가는 방향이고, 그 방향을 향해 꾸준히 걸어가는 자세다. 기다림 속에서 나만의 순간을 준비해 가며 성과는 내가 준비된 만큼 서서히 다가올 것이다. 때로는 느리게, 때로는 멀리 돌아가는 것처럼 보이더라도, 이 시간이 나를 단단하게 만들어줄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한 걸음씩 나아가면 된다. 성과는 조급히 쫓을 대상이 아니라, 차곡차곡 쌓아가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찾아온다. 이 기다림의 시간은 결코 헛되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