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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상리셋 Nov 08. 2024

간절함이란

요즘 내 주변에서는 퇴사나 이직, 그리고 희망퇴직 이야기가 자주 들려온다. 외국계 기업뿐만 아니라, 삼성전자 같은 국내 최고 기업에서도 희망퇴직 프로그램을 운영할 예정이라는 소식이 들린다. 우리 회사도 예외는 아니다. 깊어진 경기 침체 속에서 직원들 사이에 불안과 두려움이 퍼져가는 게 느껴진다.


최근 팀의 한 동료가 상사로부터 "회사에서 자리가 언제까지 보장되지는 않을 수 있다"는 직접적인 이야기를 들었다며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말을 꺼냈다. 누구보다 성실히 일해온 그였기에 이 말은 큰 충격이었다. 안정적일 것만 같던 자신의 자리가 흔들릴 수도 있다는 현실 앞에서 마음이 크게 동요한 것이다.


더욱이 그는 이제 막 초등학교에 들어간 아이를 둔 부모다. 경제적 부담이 커질 시기에 당장이라도 수입이 끊길 수 있다는 가능성은 그의 얼굴을 어둡게 했다. 그날 밤, 그는 이런저런 생각에 잠을 이루지 못했다고 했다.


그러나 주말 동안 그는 마음을 차분히 정리했다고 한다. “이 회사가 전부가 아니지 않나?” 그는 이렇게 생각하기 시작했다. 이 회사 말고도 다른 선택지가 있을 테니 조금 조건이 나빠지더라도 긍정적으로 바라보자는 마음을 가진 것이다. 상황이 어떻게 변하든 당당히 맞서고, 새로운 길을 찾겠다는 결심을 하며 “회사에 무슨 일이 있어도 끝까지 자신감을 잃지 않겠다.”라고 다짐했다.


나는 궁금해서 물어봤다. “평소 상사와 그렇게 친한데, 상사가 정말 그런 이야기를 직접 했어요?” 그는 상사와 평소에도 사이가 좋고 진심으로 존경한다고 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상사가 회사 상황에 대해 솔직하게 이야기하며 비즈니스에 대한 절박함과 진심을 전했다고 했다.


그는 이어 상사인 미국인 팀장이 정말 절박한 마음으로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민자로서 선택의 폭이 넓지 않은 상황에서, 가족을 위해서라도 이 자리를 반드시 지켜야 한다고 했다. 매일 자신이 꼭 필요한 사람임을 증명해야 한다는 절실함 속에서 일하고 있다는 것이다. 어떤 일이 있어도 가족을 위해 회사에 남아야 한다는 그 상사의 간절함은 내게도 깊이 전해졌다.


이 이야기를 들으며 ‘간절함’이란 무엇일까, 나에게 스스로 물어보게 되었다. 우리는 흔히 어려움이 닥치면 “안 되면 다른 거 해보지.”라고 쉽게 생각하곤 한다. 왜냐하면 다른 선택지가 있거나, 새로운 길을 금방 찾을 수 있으리라고 믿기 때문이다. 조금 불편하고 힘들더라도 어떻게든 살아갈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실패하더라도 다른 선택지가 있을 거라는 기대는 묘한 안정감을 준다. 꼭 자신감이 넘쳐서가 아니라, ‘이 길이 막히면 다른 길이 있겠지.’ 하는 생각이 우리를 위로해 준다. 선택지가 있다는 사실 자체가 불안을 덜어주고, 다시 일어설 힘을 주기도 한다.


그러나 그 미국인 상사에게 간절함은 단순히 성공을 위한 욕심이 아니었다. 그의 상황에서는 살아남기 위한 절실함이었다. 그는 선택의 여지가 많지 않았고, 이 자리를 지키지 않으면 모든 것이 무너질 수 있다는 두려움 속에서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던 것이다. 그 상사는 부하 직원에게조차 “너의 자리도 언제까지 보장되진 않는다."라는 말을 할 정도로 절박하게 일에 매달리고 있었다. 그의 상황에서 이 자리를 지키는 것은 단순한 성과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의 문제였다.


나는 오래전부터 “회사가 언제까지나 나를 지켜주진 않는다.”라는 마음을 품고 있었다. 그래서 언젠가 회사를 떠나는 날이 오더라도 내 힘으로 경제적으로 자립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고 늘 생각해 왔다. 많은 돈을 벌지 못하더라도 스스로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서 상황이나 사람, 환경에 구애받지 않고 가족을 지킬 수 있는 남편이자 아빠, 그리고 든든한 가장이 되고 싶었다.


나의 간절함은 단지 직장에서의 성공이나 성과가 아니라 내가 사랑하는 가족을 지키기 위한 것이다. 그래서 지금도 다양한 일에 도전하고 새로운 것을 배우며 스스로의 능력을 키워가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


글을 쓰고, 매일 운동을 하며, 책을 출간하는 것도 모두 가족을 지키기 위한 나만의 책임감에서 비롯된 것이다. 내 삶의 이유, 모든 활동의 원동력은 바로 가족이다. 만약 이런 모든 노력들이 가족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 나는 아마 아무것도 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만큼 나의 간절함은 나의 성공을 위해서가 아니라 가족을 위한 것이다.


그 간절함이 있기에 내 삶은 더 의미 있어졌다. 일하는 시간뿐만 아니라, 일하지 않는 시간도 나에게 중요한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그 시간을 통해 나의 실력을 쌓고, 경제적 자립을 위한 다양한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언젠가 회사가 나를 필요로 하지 않게 되어도 내 길을 갈 수 있어야 하니까. 더 나아가 나를 필요로 하는 곳이 있다면, 언제든지 그곳에서 내 실력을 펼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람마다 각자의 간절함이 있다. 어떤 사람은 직장에서의 성공이 간절할 수 있고, 어떤 사람은 경제적 안정이 간절할 수 있다. 그러나 그 간절함의 바탕에는 지키고 싶은 무언가가 있는 것이 아닐까? 나에게는 그 무언가가 바로 가족이다. 나의 모든 선택, 나의 모든 노력은 가족을 위한 것이며, 그것이 내 삶을 움직이는 가장 큰 힘이다.


당신은 어떤 간절함을 가지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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