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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상리셋 Nov 09. 2024

세상은 블루오션이다

새벽 공기가 제법 차가워졌다. 오늘도 어김없이 새벽 수영을 위해 일찍 눈을 떴다. 요즘 들어 작은 변화가 생겼다. 밤에 하던 글쓰기를 이제는 오전이나 오후 시간에 하기로 했다. 저녁 9시 반쯤이면 아이와 함께 잘 준비를 마치고 침대에 눕는다. 덕분에 취침 시간이 늘어나 하루가 한결 가벼워진 기분이다. 매일 반복되는 일상이지만, 이 작은 변화가 삶에 주는 긍정적인 영향을 실감하고 있다.


수영장에 도착해 주차를 마치려는데, 눈에 익은 차가 옆에 주차하고 있었다. 바로 박 사장님이었다. 최근에 그분도 새벽 수영반으로 옮기셨는데, 주차장에서 바로 옆자리에 계신 걸 보니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박 사장님과는 가끔 주말 수영장에서 마주치곤 했는데, 요즘은 거의 매일 얼굴을 보게 되어 인사를 나누는 것도 익숙해졌다. 가벼운 미소로 인사를 주고받고 샤워장으로 향했다.


옷을 갈아입고 샤워장에서 씻고 있는데, 옆으로 오신 박 사장님이 미소를 지으며 말을 건네셨다. “영우 씨, 이거 흘리고 갔더라고.” 내가 흘리고 간 라커룸 키를 주우셔서 건네주신 것이다. 예상치 못한 작은 친절에 감사 인사를 드렸다. “아, 감사합니다!” 박 사장님도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셨다. 짧은 순간이었지만 마음 한편에 따뜻한 기운이 느껴졌다. 사실 이번에 출간한 책에 박 사장님과의 작은 일화를 담아서 그분께 책을 선물할까 말까 고민하고 있었다. 괜히 직장이나 주변에 내가 책을 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일이 커질까 싶어, 가까운 지인이나 가족들에게만 소식을 조용히 전하고 있었다. 그런데 오늘 새벽에 박 사장님을 뵙고 나니, 오늘따라 그분께 꼭 책을 전해드리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주차장에서 몇 번 마주친 데다가 라커룸 키까지 주워 주시니, 마치 누군가 계속 신호를 보내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오늘 한 번 더 그분과 마주치면, 그때는 망설임 없이 책을 선물해야겠다고 마음먹고 있었다.


운동을 마치고 샤워를 마친 후, 다시 우연히 박 사장님과 마주쳤다. 그분은 환하게 웃으시며 “오늘 좋은 일이 생길 것 같네, 영우 씨”라고 다정하게 말씀하셨다. 나는 반가운 마음에 “왜요?”라고 묻자, 박 사장님은 라커룸 키를 주워주신 일을 언급하시며 “작은 일이지만, 이런 게 하루의 기분을 좋게 만드는 거잖아. 오늘 하루 기분 좋은 일이 생길 거야.”라고 덧붙이셨다. 그 말을 듣자마자, 정말 오늘은 뭔가 좋은 일이 생길 것 같은 기대감이 들었다. 나는 그 말만으로도 이미 기분이 좋아져서, “그 얘기만 들어도 벌써 기분이 좋아지네요!”라고 화답하며 웃음을 지었다.


잠시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자연스레 일에 대한 얘기로 이어졌다. 박 사장님이 투자 관련 회사를 운영하신다는 얘기는 들었지만, 직접적으로 대화를 나눈 적은 없었기에 이번 기회에 “어떤 투자 회사를 운영하세요?”라고 물어봤다. 그러자 그분은 주식, 금, 은, 채권, 부동산, 심지어 골동품까지 다양하게 투자하고 있다고 말씀하셨다. 얘기를 들어보니, 저평가된 자산을 찾아 그 가치를 높이고 활용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운영하시는 듯했다.


그러면서 박 사장님은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세상은 블루오션이에요.”라고 말씀하셨다. “어떤 사람은 어려운 상황에서도 돈을 벌고, 또 어떤 사람은 좋은 상황에서도 실패하기도 하죠. 중요한 건 저평가된 것의 가치를 알아보고, 고평가된 것을 알아보는 눈이에요.”

그 말이 내 머릿속에 깊이 울렸다. ‘세상은 블루오션이다.’ 많은 사람들이 세상이 어렵다고 말한다. 사업이든 일이든, 수많은 이유로 인생이 힘들고 잘 풀리지 않는다며, 이래서 안 되고 저래서 안 된다고 생각하며 모든 것이 레드오션이라 여긴 채 살아간다. 살아가는 일 자체가 고된 여정처럼 느껴질 때도 많다. 그런데 우리가 세상을 제대로 바라보고 있는 걸까? 모든 것의 가치를 제대로 평가하지 못해서 어렵게만 느끼고 있는 건 아닐까? 박 사장님의 이야기를 들으며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이 조금만 다르다면 같은 세상 속에서도 더 많은 기회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깨달음이 머리를 스쳤다.


출근 시간이 다가와 더 깊은 대화를 나누지 못해 아쉬웠지만, 짧은 대화 속에서도 큰 깨달음을 얻었다. 주차장으로 돌아가 차에 있던 책을 꺼내 박 사장님께 드렸다. 그분도 고맙다는 인사를 건네시며 “다음 주에 봅시다.”라는 인사와 함께 헤어졌다.


‘세상은 블루오션이다.’ 눈앞의 현실은 복잡하고 어려워 보일 때가 많지만, 박 사장님 말씀처럼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만 조금 바꾼다면 우리에게도 블루오션은 분명히 존재할 것이다. 같은 세상 속에서도 다르게 보고, 새로운 기회를 찾아 나서는 사람들이 분명 있다. 오늘 그분과의 짧은 이야기가 내게 세상을 더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시각을 선물해 주었다.


오늘 하루는 이 말을 마음에 새기며 살아가고 싶다. ‘세상은 블루오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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