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는 16살 차이 나는
늦둥이 사촌 동생이 있다.
이모의 막내아들로 태어나
가족 모두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자랐다.
하지만 늦둥이라고 해서 마냥
오냐오냐하며 자랐던 건 아니다.
부모님 연세가 많으셔서
녀석이 자랄 때 상황은 조금 특별했다.
이모와 이모부의 나이가 많다 보니,
다른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거치는
과정을 동생은 다르게 겪었다.
이유식 시기가 왔을 때도
이유식을 만들 여유가 없었다.
그래서 다른 또래 아이들처럼
부드러운 이유식도 못 먹고
어른들이 먹는 밥을 그대로 먹으며 자랐다.
그래서인지 동생은 어릴 때부터 씩씩했다.
넘어져도 울지 않고, 떼를 쓰는 일도 거의 없었다.
입맛도 어른스러워 반찬 투정 한 번 하지 않고,
고사리 같은 손으로 고등어구이를
집어먹던 모습이 아직도 기억난다.
하지만 그런 모습이 사랑스럽고
대견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안쓰럽기도 했다.
그런 동생이 어느새 군대를 가더니,
이제는 제대를 앞두고 있다.
말년 휴가를 나온 녀석과
밥을 먹으며 이야기를 나눴다.
그런데 동생이 최근 수능 시험을
다시 봤다는 말을 했다.
과외를 구해서 집안에 경제적으로
보탬이 되고 싶다는 이유였다.
수능 점수라도 있으면 과외 자리를
더 쉽게 구할 수 있을까 싶어서
한 선택이라고 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가슴이 뭉클했다.
나이 드신 부모님 건강을 걱정하고 집안 사정을
생각하며 나름의 길을 찾아가는 모습이
너무도 대견했다.
제대를 앞두고 하고 싶은 것들,
사고 싶은 것들이 정말 많을 텐데…
여행을 가거나 친구들과 놀러 간다든가,
평소 사고 싶어 하던 물건들을 얘기할 줄 알았는데…
어리게만 보였던 동생이 이제는
가족을 먼저 생각하는 어른이 되어 있었다.
제대 후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하는
동생과 이야기를 나눴다.
내가 해왔던 일들, 선택의 순간들,
그리고 그 안에서 배운 것들을 들려주며
작은 도움이라도 되고 싶었다.
쉬운 길은 없겠지만,
스스로 길을 찾아가는
과정이 중요하다는 말을 전했다.
동생도 이것저것 고민이 많은 듯했다.
하고 싶은 일과 현실적인 상황 사이에서
고민하는 모습이 느껴졌다.
그 진지한 표정에서 진로에 대한
무게를 실감할 수 있었다.
동생이 어떤 선택을 하든,
그 선택이 후회로 남지 않았으면 좋겠다.
어떤 길을 가든,
그 길에서 행복했으면 한다.
남들이 정해준 틀에 얽매이지 않고,
자신이 진짜 원하는 길을 찾길 바란다.
재미있고 몰두할 수 있는 일을 하며
삶의 즐거움을 누렸으면 한다.
동생아, 네가 잘 되길 바란다.
돈을 많이 버는 것도,
남들이 부러워하는 삶을 사는 것도 좋겠지만,
무엇보다 네가 네 삶에서 만족과 기쁨을
느끼며 살았으면 좋겠다.
매일 소소한 행복을 느끼며 살아가길 바란다.
너의 노력과 책임감이
결국 너만의 빛나는 길을
만들어줄 거라고 믿는다.
내가 해줄 수 있는 건
네가 선택한 길을 응원하는 것뿐이다.
언제나 네 편에서 기도하고 바라볼게.
잘 자라준 네가 고맙고,
앞으로도 네가 잘 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사랑하고 제대 축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