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의 전극도자절제술
퇴원 후에 나는 다시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왔다. 컨디션도 아주 좋아졌고 언제 그랬냐는 듯 학교도 다시 출석해 활발한 생활을 했고 이전과 별반 달라진 점은 없었다. 하나 달라진 것이 있다면 이제 서울에 정기적으로 외래를 가야 한다는 것 말고는 한 번 그 난리를 겪은 이후에도 달라진 일상은 없었다.
그로부터 3개월 뒤 나는 다시 입원을 하러 서울아산병원에 부모님과 함께 갔다. 입원을 다시 하는 이유는 검사에서 발견된 부정맥들을 제거하는 시술을 하러 다시 병원을 찾았고 시술 전날 입원해서 밤에 금식한 후 다음날 아침에 바로 시술실에 들어갔다. 처음 받는 시술이라 약간은 긴장을 했지만 평소에 나는 참을성이 많고 또 의사가 시술받기 전에 1-2시간 정도 소요된다라고 말을 해서 그렇게 아픈 시술은 아닌가 보다 하고 당당하게 입장을 했다. 그리고 여러 명의 의사랑 간호사로 보이는 분들이 어리고 어렸던 나를 보면서 웃으면서 친절하게 대해줬다. 금방 끝날 거고 아프지 않게 해 주겠다는 따뜻한 말을 건네주며 내 바지를 벗겼다..
바지를 벗기고 사타구니 쪽에 아주 따끔한 마취주사를 했다. 내가 받는 시술은 고주파 전극도자절제술. 부정맥을 제거하는 시술로써 쉽게 설명하면 사타구니 쪽 혈관에 전극도자를 삽입해서 부정맥이 되는 원인을 찾는다. 그래서 시술 도중 부정맥이 일어났다 멈췄다를 계속 반복하게 되고 원인을 찾은 부위에 절제되는 고주파 에너지를 넣어서 제거하는 시술이다. 시술이 진행되었고 이후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는데 저번에 나를 진료해주셨던 교수님이셨다. 사실 그렇게 아프지는 않았다. 빈맥이 계속 일어나고 있었고 제거하는 과정에서 흉통 때문에 고통스럽긴 했으나 참을만한 정도였다.
그런데 1-2시간이면 된다는 시술이 무엇 때문인지 3시간을 넘기고 이후 나도 계속되는 빈맥과 흉통에 속이 울렁거리고 힘들었다. 금방이라도 토가 나올 것 같았지만 절대 움직이면 안 된다는 의료진의 말이 있었기에 심호흡을 크게 몇 번씩 내쉬었다. 내가 힘들어 보이는 게 티가 났는지 교수님께서는 이제 거의 다 끝났다며 나를 안심시켜주셨다. 그 말을 듣고 나는 '조금만 더 버티자 금방이다' 라며 꾹 참고 참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시술이 막바지에 이른듯한 느낌이 들었다. 의학용어를 당연히 모르기에 제대로 알아들을 수는 없었지만 대체로 잘 끝나고 마무리되는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런데 갑자기 의료진 분 중 한 분이 어? 어? 하면서 내 몸이 하늘 위로 붕 뜨는 것을 경험했다. 나는 그대로 이제껏 경험해보지 못한 고통에 아주 큰 비명을 질렀고 알고 보니 내 혈압이 떨어지고 있어서 마취제 없이 내 가슴에 붙여있던 패치에 전기충격을 줬던 것이다. 진짜 상상도 하지 못한 통증이었다. 보통 제세동기에 전기 충격은 정말 급한 상황이 아니면 잠을 재우고 충격을 준다 왜 그러는지 똑똑히 알게 됐다. 정신이 있을 때 맞으면 안 된다. 정말 이렇게 아플 수가 없다.
아무튼 그 공포의 전기충격을 끝으로 길고 길었던 내 시술은 끝이 났다. 시술시간은 약 4시간이 좀 안되었던 것 같다. 나는 새파랗게 질린 채 시술실 밖을 빠져나왔고 바로 중환자실로 이동했다. 중환자실에 있던 간호사 분들은 '얼굴색이 왜 이러지?'라고 했고 시술실에 있던 의료진분 중 한 분이 같이 끌고 가주셨는데 '시술 도중 깨어난 상태로 DF(전기충격) 쳤어요' 하시니 모두들 이해하셨다는 표정으로 나를 옮겼다.
3개 중 2개를 없앴고 문제를 일으켰던 심실빈맥도 제거했습니다.
나의 시술 결과이다. 3개의 부정맥 종류가 무엇인지는 지금 기억이 안 난다. 오로지 문제를 일으켰던 심실빈맥만 기억이 나는데 심실빈맥 부정맥도 제거에 성공했다는 결과를 들었다. 아주 좋은 결과였고 가족들도 안도하며 기뻐하셨다. 전극도자절제술이 4시간 정도 걸리는 경우는 흔한 경우는 아니다. 보통 2~3시간 내외로 소요되나 나는 종류가 많아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꽤 오래 걸린 편이었다. 그렇지만 결과가 좋으니 상관없었다. 첫 중환자실 생활도 하루가 채 되지 않아 바로 일반병실로 내려왔고 그다음 날 바로 퇴원을 했다. 입원기간은 대략 3박 4일 정도 되었다.
그렇지만 심실빈맥은 강한 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