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한솔 Oct 21. 2021

내 생애 첫 입원

대한민국 BIG 5 병원 서울아산병원



약물을 계속 주입하고 전기충격을 두 번 연속 가해도 나의 심장박동수는 150 ~ 170 정도였다. 처음 응급실을 내원했을 때보다는 조금 떨어진 수치를 보였지만 아직 정상 심박수로 돌아오지 않고 심실빈맥 부정맥은 계속 지속되고 있었기에 빠른 응급조치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보통 전기충격을 가하게 되면 정상 심박수로 되돌아 올 가능성이 꽤 높은 편이지만 나는 돌아오지 않았기에 급히 서울아산병원으로 전원 준비를 진행하였고 엠뷸런스에 인턴 선생님 1명과 나 그리고 엄마를 태우고 서울로 출발했다.



사실 나의 기억은 여기에서부터 잠깐 끊겼다. 마취제 때문인지 몰라도 너무 힘이 없고 졸려서 눈을 감고 있다가 어느 순간 잠이 들어 버렸다. 그런데 잠이 들었던 그 짧은 사이에 많은 일이 있었나 보다. 나중에 엄마 하태 이야기를 들었을 때 내가 잠이 들었던 사이 무려 심박수가 200 가까이 올라갔다고 한다. 아마 당시 구급차에 타고 이동하던 인턴 선생님께서는 많이 당황하셨을 것 같다. 인턴 선생님은 급히 병원으로 연락해 해당 상황에 대해 브리핑을 했고 병원에서의 결정은 유턴하고 다시 돌아오라는 지시를 내렸다.



기사님 차 좀 돌려주세요 다시 병원으로 돌아갈게요


당시 인턴 선생님께서 하신 말씀이셨고 또 내가 구급차 안에서 눈을 감고 있다가 처음 들렸던 말이었다.

나는 이 말 한마디에 눈을 떴고 갑자기 극심한 어지러움과 함께 구토를 했다. 그리고 이상하게도 내가 눈을 뜨고 구토를 함과 동시에 심박수가 160~170으로 내려갔다. 물론 부정맥은 지속되고 있었고 맥박이 불안정한 상태는 변함이 없지만 비교적 괜찮아진 나의 심박수를 보고 인턴 선생님께선 다시 병원으로 전화를 드려 해당 상황을 알렸고 그럼 병원으로 돌아오지 말고 서울로 빠르게 이송해라 라는 오더가 내려졌다.



무사히 서울아산병원에 도착했지만 아직 심실빈맥은 계속되고 있었기에 큰 응급상황이었다. 심실빈맥은 언제 심실세동으로 발전해 뇌손상이나 심정지가 올 지 모르기 때문에 한시라도 빠르게 멈춰야 하는 상황이었고 이미 시간도 3-4시간 정도 흐른 상태이기 때문에 병원에서도 역시 바로 응급처치에 들어갔다. 그러나 처치하는 방법은 서울이나 지방이나 같았다. 이미 전 병원에서 처치한 방법과 동일하게 제세동기로 전기충격을 진행했다. 그런데 대한민국 5대 병원은 같은 처치를 해도 다른 것인가 나는 그렇게 안 멈추던 부정맥이 충격 한방에 정상 심박수로 되돌아왔고 안정을 되찾았다.



그렇게 해서 무사히 응급처치가 되었고 나는 서울아산병원에 입원을 하게 됐다. 17년 인생 첫 입원이었다. 나는 아주 어릴 적부터 병원을 무척이나 싫어했다. 병원을 잘 가봤던 적도 없으면서 병원이라는 것이 굉장히 무서운 곳인 줄로만 알았기에 입원을 한다고 했을 때 내 몸상태가 어떤지 보다 이 병원에서 어떤 일이 일어날지가 더 걱정이었다. 그러나 막상 입원해서 이리저리 돌아다녔는데 당시 시골 청소년인 나에게는 충격 그 자체였다. 병원 안에는 없는 것이 없었다. 각종 식당, 미용실, 은행, 편의점, 옷가게, 제과점, 카페, 도서관도 있었고 나를 가장 즐겁게 해 주었던 것은 병원 야외 휴게실에서 내려다본 도시의 야경이었다. 서울은 난생처음 갔던 곳이었고, 그 커다란 건물 위에서 내려다본 서울 야경은 나에게 잔잔한 감동과 아름다움을 선사하였다. 야외 휴게실 밖에 나와 시원한 밤공기를 마시면서 도서관에서 빌린 원피스 만화책을 보는 기분이 아주 좋았다.



송파구에 위치한 서울아산병원



그렇지만 그래도 병원은 병원이다.. 이렇게 시설과 서비스에는 큰 만족이었지만 나를 기다리는 것은 무섭고 무서운 검사들이었다. 심전도나 심장 초음파와 같은 경우에는 그냥 누워서 가만히만 앉아있으니 상관없었지만 부정맥 검사로 진행했던 검사는 정말 최악이었다. 코에 전깃줄 같은걸 계속 쑤셔 넣고 심장까지 가서 부정맥을 고의로 일으키면서 하는 검사였는데 그 전깃줄 같은걸 삼키기가 너무 힘들어 헛구역질을 몇 번이나 했는지 모르겠다. 



약 일주일 간 입원해 종합적으로 내가 태어날 때 이후 받지 못했던 검사들을 진행했고 나의 상태를 관찰하였다. 오른쪽 심장 크기는 쳐져서 우심방이 꽤 커져있었고 엡스타인 기형은 심장 쪽으로 가는 피가 역류한다고 들었는데 피가 역류되는 양은 비교적 많지 않아 괜찮다고 했다. 또 나에겐 3개의 부정맥이 있었고 그중 가장 심각한 심실빈맥이라는 부정맥이 이번에 일어났던 것이었다. 그리고 교수님께서 하신 말씀은



수술은 일단 하지 않는 게 좋고 만약 더 나빠지면 할게요


라는 말이었다. 17년이 지나서 의학적 발달이 이루어져서 그런 것일까? 태어날 당시에 불가능하다는 수술이 서울아산병원에서는 충분히 가능하다는 말을 들었다. 완치까지는 아니더라도 완치에 최대한 근접하게 까지는 치료가 가능하고 수술도 가능하다는 희망적인 이야기를 듣고 나서 그렇게 나의 첫 입원생활은 끝이 났다. 



그러고 나서 3개월 뒤 나는 다시 서울아산병원에 입원했다.

이전 02화 나의 몸이 이상하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